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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광 갱도처럼 칠흑의 어둠… 갓길엔 바닷물이 줄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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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광 갱도처럼 칠흑의 어둠… 갓길엔 바닷물이 줄줄”

지명훈 기자 입력 2019-07-15 03:00수정 2019-07-15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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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장 ‘보령해저터널’ 가보니
11일 언론에 처음 공개된 충남 보령시 신흑동(대천해수욕장)과 오천면 원산도를 잇는 6927m의 해저터널 내부. 2021년 3월 개통을 앞둔 이 터널의 공정은 54.2%이지만 지난달 10일 터널은 관통이 됐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터널 안은 비교적 넓은 탄광의 갱도 같았다. 밝은 곳도 있었지만 대체로 조명이 칠흑의 어둠을 힘겹게 밀어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탄 채로 촬영을 하려니 초점이 흔들렸다. 바닥의 요철로 차량이 요동쳤기 때문이다. 갓길에 도랑이 있고 물이 흘렀다. “저 도랑 물은 터널 벽을 타고 내려온 바닷물입니다.” 차량에 동승한 현대건설(시공사) 관계자가 바닷속을 지나고 있다는 것을 일깨웠다. 그는 터널 중간 지점에 이르자 “우리가 지금 바다 표면에서 80m 아래를 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터널은 수심 25m의 해저에서 다시 밑으로 55m를 더 내려간 지점에 건설되고 있다.

11일 오후 찾아간 충남 보령시 신흑동(대천해수욕장)과 오천면 원산도를 잇는 6927m의 해저터널 내부의 모습이다. 충남도와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은 관통된 지 꼭 한 달 된 터널의 내부를 언론에 처음 공개했다. 터널의 공정은 아직 54.2%로 2021년 3월에야 개통된다.

이 해저터널은 완공되면 국내 최장이다. 세계에서도 일본 도쿄아쿠아라인(9.5km) 등에 이어 다섯 번째다.

대천해수욕장 인근 터널 입구로 진입한 지 20여 분 만에 어둠이 걷혔다. 어느덧 원산도였다. 대천연안여객터미널에 따르면 대천항∼원산도를 여객선으로 오갈 경우 수속을 합쳐 30분 안팎이 걸린다. 배는 그나마 하루 네 번 오가며 오전 7시 이전이나 오후 5시 이후(대천항 출항 기준)에는 다니지 않는다. 해저터널이 개통되면 최고 속도(시속 70km) 기준으로 불과 5분이면 주파가 가능하다. 현장에서 만난 나소열 충남도 문화체육부지사는 “서해안 관광벨트 구축으로 지역 발전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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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저터널은 각각 2차로의 상·하행선 분리 터널이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터널 내부에서 차량과 사람이 상·하행선을 오갈 수 있는 통로를 각각 600m와 200m마다 뒀다. 터널 입구와 터널 내부의 가장 낮은 부분이 80m 이상 차이가 나지만 경사를 4.85도로 완만하게 유지해 오르내린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터널 속은 사계절 18∼19도의 온도가 유지된다.

공사는 2012년 시작됐다. 현대건설에 따르면 터널을 발파하면서 암반에 콘크리트를 뿜어 붙이고 암벽 군데군데 쇠를 박으며 파 들어가는 NATM 공법이 국내 처음으로 해저터널에 적용됐다. 한 번 발파할 때마다 확보 거리가 1, 2m여서 7년 동안 6000번 이상 발파를 해야 했다. 관통 전에는 별도의 산소 공급 설비를 활용했다. 주요 통신사의 휴대전화 중계기가 설치돼 통화가 가능하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해저터널은 지진이 발생했을 때는 오히려 더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는 이 해저터널에 다양한 조형물을 설치할 계획이다. 남쪽인 신흑동에는 홍보관과 공원을 조성하고 터널 입구는 고래 입 이미지로 만들기로 했다.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활용해 터널 내부를 달릴 때 바닷속을 주행하는 느낌이 들도록 하기로 했다.

이 해저터널은 터널 완공과 더불어 완전 개통하는 보령∼태안 간 국도 77호선 공사의 일부 구간이다. 현재 원산도에서 태안 안면도 영목항까지 1.8km의 연륙교와 5.4km의 접속도로가 추가로 건설되고 있다.

국도 77호선 공사가 완공되면 보령 대천항에서 안면도 영목항 간 거리가 14.1km로 줄어 10분에 도달할 수 있다. 현재는 서산 AB지구를 거쳐 육지 길 75km를 가려면 1시간 30분 넘게 걸린다.

해저너널과 더불어 높이 105m의 주탑 2개를 갖춘 연륙교는 서해안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공사 막바지인 이 교량을 9월 추석 귀성을 위해 임시 개통했다가 12월 완전 개통하기로 했다. 교량 명칭을 둘러싸고 보령시와 태안군이 아직 합의점을 찾지 못해 그때까지도 이름이 붙여질지는 미지수다.

양승조 충남도지사는 “보령∼태안 도로가 개통되면 서해안 관광의 새로운 대동맥이 될 것”이라며 “해저터널과 연륙교를 활용한 해양레저 관광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전략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보령해저터널#국내 최장 해저터널#대천해수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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