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 깔린 운전자 구한 ‘여고생 어벤져스’ 표창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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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여상 5명, 차 밀고 119 신고

지난달 28일 오후 8시 27분 부산 수영구의 오르막길에서 승합차 앞바퀴 아래에 깔린 50대 남성을 구하기 위해 여고생 5명이 차를 밀고 있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화면. 부산지방경찰청 제공
지난달 28일 오후 8시 27분 부산 수영구의 오르막길에서 승합차 앞바퀴 아래에 깔린 50대 남성을 구하기 위해 여고생 5명이 차를 밀고 있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화면. 부산지방경찰청 제공

오르막길에서 뒤로 밀린 차량에 깔린 50대 남성을 구한 여고생들이 경찰 표창을 받았다.

지난달 28일 오후 8시 27분. 부산시 수영구 주택가의 한 오르막길. 이곳에 주차돼 있던 승합차 소유자 A 씨(59)가 차량 앞바퀴 뒤쪽에 받쳐둔 받침대를 뺐다. 그러자 차량이 뒤로 밀려 내려가기 시작했다. 놀란 A 씨는 차량 운전석 쪽 문을 붙잡고 세워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뒷걸음질치던 A 씨는 넘어지면서 오른발이 바퀴 아래에 깔렸다.

마침 이곳을 지나가던 마을버스 기사 정종철 씨(70)는 넘어져 있는 A 씨를 보고 버스를 급히 세웠다. 마을버스에 타고 있던 부산여자상업고등학교 3학년 학생 5명은 급히 버스에서 내렸다. 학생들은 스마트폰과 가방을 바닥에 던지고 A 씨가 깔려 있는 승합차 쪽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밀려 내려가는 차량을 막아서면서 구조를 요청했다. 5명 중 4명은 차량 뒤 범퍼를 밀고, 1명은 119에 신고했다. 이런 모습은 현장 폐쇄회로(CC)TV에 그대로 담겼다. 학생들은 야간 자율학습을 마치고 귀가하던 길이었다.

이들이 차량을 뒤에서 밀며 A 씨를 구조하려는 모습을 본 시민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여고생들은 차량을 밀면서 주변에 “도와주세요”라고 크게 외쳤다고 한다. 마을버스 기사 정 씨를 포함해 성인 남성 10여 명이 승합차 앞바퀴를 들어 올려 A 씨를 구해냈다. 가벼운 타박상을 입은 A 씨는 현장에 출동한 119구조대로부터 응급치료를 받고 귀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연제경찰서는 10일 여고생 5명과 마을버스 기사에게 표창장을 수여했다. 연제서 관계자는 “차에 깔린 A 씨를 구조하는 데 망설임이 없었던 5명의 ‘여고생 어벤져스’와 기사님에게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여고생 어벤져스’ 중 한 명인 정해림 양(18)은 “차에 깔린 분을 보자마자 구해야겠다는 생각부터 들어 뛰어내렸다”며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인데 이렇게까지 알려질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정 양은 “다른 분들도 저희를 보고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모른 척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도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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