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플랜B’ 꺼낸 트럼프의 승부수…고차 방정식된 미중 담판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27일 16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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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대한 나의 플랜B는 한 달에 수십 억 달러를 벌어들이는 것이다. 우리는 그들과 점점 더 거래를 적게 할 것이다. 어쩌면 ‘플랜B’가 ‘플랜A’가 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 시간)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플랜B는 만약 합의를 하지 못하면 관세를 부과한다는 것”이라며 중국산 수입품 전액에 관세를 부과하는 ‘플랜B’ 카드가 살아 있다고 강조했다. 29일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무역 담판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또 특유의 승부수를 던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 “합의 못하면 ‘10% 관세’ 부과할 수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추가 관세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어쩌면 25%가 아니라 10%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중 정상이 교착된 협상의 물꼬를 트는 ‘톱 다운’식 합의에 성공하지 못하면 추가 관세 부과는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다만 그는 관세 부과 강도를 10%로 낮췄다. 협상 성과에 따라 단계별로 관세를 인상하는 방식으로 미국의 협상력을 극대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미국은 지난해 중국산 수입품 500억 달러에 25%, 2000억 달러에 10%의 관세를 각각 부과했다. 지난달 미중 무역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자 2000억 달러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을 기존 10%에서 25%로 인상했다. 또 나머지 중국산 수입품 3250억 달러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도 예고했다.

● 협상 재개돼도 진통 불가피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미중 고위급 협상이 결렬되기 전 미중 합의가 90% 성사됐다는 점도 언급했다. 지난달 고위급 협상은 중국 측이 지식재산권 보호, 시장 개방, 기술이전 강요 금지 등 미국의 요구를 반영한 법률 개정을 거부하면서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지적재산권 보호도 얻지 못했고, 중국 시장 개방도 얻지 못했다“고 했다. 즉 중국이 다시 협상장에 나오더라도 미국이 기존 요구를 번복할 생각이 없음을 거듭 강조한 셈이다.

중국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중국은 합의를 위해 미국의 관세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미국의 법률 개정 요구 또한 ‘주권을 무시한 19세기식 불평등 조약’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 와중에 미국이 국가 안보를 이유로 중국 최대 통신기업 화웨이를 제재하면서 무역협상은 경제, 정치, 외교안보 변수가 복잡하게 얽힌 고차 방정식이 됐다. 내년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의 정치적 상황도 협상 타결을 어렵게 만든다. 미 유권자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통 큰 양보’를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의미다.

●협상 불확실성 재고조

두 정상은 지난달 미중 고위급 협상 결렬 이후 처음으로 이번 G20 회의에서 만나기로 했다. 이에 금융시장에서는 두 사람이 지난해 12월 아르헨티나 G20회의에서 무역전쟁 휴전 및 90일간 협상 재개에 합의했듯 이번에 ‘2차 휴전’에 합의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었다. 미국과 중국 언론이 최근 며칠간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를 보류할 것이라는 보도를 앞다퉈 내놓은 이유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관세 카드를 다시 거론하면서 무역협상의 불확실성이 다시 커지고 있다. 금리 인하와 미중 무역협상 재개에 대한 기대감으로 상승세를 보이던 26일 뉴욕 증시는 대통령의 ‘플랜B 발언’이 알려진 뒤 내리막을 탔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은 전날 대비 179.32포인트(0.67%) 떨어진 2만6548.22로 마감했다. 대형주 중심의 S&P500 지수는 0.95%,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도 1.51% 내렸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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