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쓱 골’ 이동국, 집념이 가져온 행운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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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백패스에 골문 향해 달려들다 GK가 찬 공 얼굴 맞고 골망 흔들어
통산 219호, K리그 득점신화 이어가

프로축구 전북 이동국(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23일 수원과의 안방경기에서 전반 1분 만에 ‘안면슛’을 넣은 후 얼굴을 찌푸리며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전주=뉴스1
프로축구 전북 이동국(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23일 수원과의 안방경기에서 전반 1분 만에 ‘안면슛’을 넣은 후 얼굴을 찌푸리며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전주=뉴스1
선수는 골을 넣고도 멋쩍어했다. 감독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상대 팬들 사이에서도 실소가 터졌다.

‘라이언 킹1’ 이동국(40·전북)이 보기 드문 장면을 연출하며 한 골을 추가했다. 이동국은 2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과의 K리그1 17라운드 안방경기에서 경기 시작 1분 만에 선제골을 터뜨렸다.

상황은 이랬다. 전북의 압박에 막힌 수원 수비진이 골키퍼 노동건에게 백패스를 했다. 이동국은 공을 따라 상대 페널티 에어리어로 달려갔다. 노동건은 공을 멀리 보낼 생각으로 힘껏 찼지만 각도가 낮았다. 이동국의 얼굴에 강하게 맞은 공은 포물선을 그리며 골문으로 향했다. 이동국은 경기 뒤 “맞고 보니 공이 들어가고 있는 상황이더라.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공에 맞아본 적이 많아 그리 아프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전북은 선제골을 끝까지 지키지 못했다. 후반 26분 수원 타가트에게 동점골을 내줘 1-1로 마쳤다. 전북 관계자는 “이겼다면 웃으면서 돌아볼 상황이었지만 안방에서 비긴 탓에 그럴 분위기는 아니었다. 다행히 다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스스로도 황당해했지만 그래도 한 골 늘었다. 1998년 데뷔한 이동국은 24일 현재 518경기에 출전해 219골 76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그가 골을 넣을 때마다 K리그의 최다 득점 기록이 바뀐다. 2위 데얀(수원)과는 30골, 3위 김신욱(전북)과는 88골 차다.

이동국은 지난 시즌 10년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달성했다. 올해는 14경기에서 4골, 1도움으로 다소 페이스가 더디다. K리그 최초의 ‘80(득점)-80(도움) 클럽’ 가입에는 4도움, 300공격 포인트에는 5포인트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이날의 득점은 행운의 골인 셈이다.

평소 “오늘 잘하면 내일도 잘할 수 있다. 그러다 보면 내년에도 할 수 있다”고 말하는 이동국은 최근 1년씩 계약하고 있다. 지난해도 올해도 시즌을 앞둔 그의 각오는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뛰겠다”였다.

이동국은 2013년 7월 3일 성남과의 안방경기에서도 팬들 사이에 화제가 된 ‘황당 골’을 넣은 적이 있다. 1-2로 뒤진 후반 32분. 성남 수비수가 부상으로 쓰러져 경기가 중단됐다. 재개 뒤 공격권은 전북이 가졌지만 성남에 넘겨줘야 할 상황. 그러나 이동국이 상대 골키퍼에게 길게 차 준 공은 골키퍼를 넘어 동점골이 됐다. 시즌 10호 골이었지만 이동국은 당황한 표정으로 두 손을 들어 미안함을 표시했다. 전북은 2분 뒤 골키퍼 최은성이 고의 자책골로 패배를 자초하며 매너를 지켰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이동국#219호 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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