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평인]트럼프 재선 도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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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8일 재선 도전 출정식에서 민주당의 대선 후보 유력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겨냥해 ‘졸린(sleepy) 조 바이든’ ‘미친(crazy) 버니 샌더스’라고 부르며 조롱했다. 미국 사회학자 대니얼 벨은 신대륙 정치가 구대륙의 이데올로기적 대결에 오염되지 않고 상호존중의 정신을 간직한 것을 미국의 축복으로 여겼으나 트럼프 이후 그런 말을 하기가 어려워졌다.

▷미국 정치에서 말의 책임감이란 고전적 원칙이 사라지고 있다. 트럼프에게 말은 협상에 앞서 벼랑 끝까지 상대방을 몰고 가는 수단이다. 말의 내용보다 자극하거나 무마하는 말의 효과가 더 중요하다. 그래서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거짓인지 구별하기 어렵고 하룻밤 사이에 말을 뒤집기도 한다.

▷미국인의 62%도 이런 트럼프가 불편하다고 여긴다. 경제 활황에도 불구하고 최근 폭스뉴스 조사에서는 민주당의 주요 도전자가 모두 트럼프를 이기고 특히 바이든은 10%포인트의 가장 큰 격차로 트럼프를 이기는 것으로 나왔다. 경제 활황이라도 좋은 일자리는 많이 늘지 않았을 수 있다. 최근 갤럽 조사에서 응답자의 40%만이 트럼프의 일자리 성과에 긍정적 반응을, 55%가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게다가 경제는 활황을 끝내고 하락 조짐을 보여 트럼프가 점수를 얻을 여지가 줄고 있다.

▷세계는 여태껏 겪어보지 못한 미국을 겪고 있다. 친절한 엉클 샘은 더 이상 없다. 자기 이익이 최우선인 스크루지 아저씨가 있을 뿐이다. 민주당 도전자들은 이런 트럼프를 ‘인종차별적이고 성차별적이고 종교차별적’이라고 비난한다. 그러나 중하층 노동자는 멕시코와의 국경에 철의 장벽을 쌓고 중국 상품에 관세를 부과하려는 트럼프의 보호주의 정책을 지지하고 있다. 트럼프는 대선 출정식 후 하루 만에 291억 원의 후원금을 모았다. 민주당의 주요 세 후보가 출마 선언 이후 모은 후원금을 합친 215억 원보다 많다.

▷미 대선까지는 아직 1년 4개월 넘게 남았다. 2016년 대선 6개월 전까지도 거의 아무도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리라고 예측하지 못했다. 당시로는 미국인은 트럼프가 어떤 대통령이 될지 알 수 없었다. 지금 미국인들은 그때보다 트럼프를 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좋은 식으로 그를 더 잘 알고 있지는 않다. 라스베이거스의 도박사 중에는 트럼프에게 거는 사람이 적지 않다. 미국에서 재선에 나선 대통령은 대개 이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3년 전 뒤집힌 예상이 이번에는 뒤집히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도널드 트럼프#트럼프 재선 출정식#바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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