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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시진핑 대북정책[오늘과 내일/신석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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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시진핑 대북정책[오늘과 내일/신석호]

신석호 디지털뉴스팀장 입력 2019-06-21 03:00수정 2019-06-2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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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초미라지 약속’의 종언… ‘중국배후론’ 자인 않기를
신석호 디지털뉴스팀장
2013년 6월 7, 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휴양지 랜초미라지에서는 집권 2기를 시작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막 취임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첫 정상회담이 열렸다. 북한이 3차 핵실험(2월 12일)을 실시한 지 넉 달이 채 안 된 시점에 만난 두 정상은 북핵 문제 대응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토머스 도닐런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8일 두 정상의 합의사항을 브리핑하면서 북핵 문제를 가장 먼저 거론했다.

공식 발표 내용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양국이 공동 노력한다는 다소 진부한 내용이었다. 합의사항의 ‘앙꼬’를 전한 것은 며칠 뒤 뉴욕타임스(NYT)였다. 시 주석이 “김정은의 태도가 변화할 때까지 직접적으로 포용 또는 간여하지(engage) 않겠다”고 오바마 대통령과 약속했다는 내용이었다.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시 주석은 한동안 약속을 성실하게 지켰다. 북한이 2015년 말까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등 이렇다 할 전략도발을 하지 않았지만, 북-중 정상회담을 하지 않았다. 2016년부터 2년 동안 이어진 북한의 핵무력 완성 국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시 주석은 2017년 말까지 박근혜 대통령을 여덟 차례, 문재인 대통령을 세 차례나 만났다.


하지만 상황은 지난해부터 급반전됐다. 김정은이 신년사 이후 대미 대남 평화공세에 나서자 시 주석은 올해 1월까지 네 차례 김정은을 중국으로 불러들였다. 이에 대한 답방 형식인 20일 평양 방문을 통해 시 주석은 6년 전 오바마 대통령에게 한 ‘랜초미라지 약속’에서 최종적으로 벗어나는 꼴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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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중국은 전략적 동반자 관계이자 북한 핵 문제의 당사자인 한국을 배제하는 실례까지 범했다. 외교 소식통들에 따르면 적어도 4월 초까지 중국 외교부는 시 주석이 일본을 방문하는 길에 한국과 북한을 차례로 들러 동북아 3국을 두루 배려하는 모양새를 그렸다. 이번 방북이 급하게 결정되었다기보다 방남이 급하게 취소됐다고 보는 것이 옳다.

무엇이 시 주석을 조급하게 만들었을까. 조병제 전 국립외교원장은 최근 출간한 ‘북한, 생존의 길을 찾아서’를 통해 북한이 미국, 중국과의 ‘전략적 삼각관계’를 활용해 핵을 개발하고 생존의 길을 모색해 왔다고 지적했다. 1993년 1차 북핵 위기를 통해 미국과의 직접대화 길을 뚫자 한중 수교 이후 멀어지던 중국의 관심도 되돌렸다는 것이다.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직접대화 카드를 흔들어 시 주석을 결국 평양까지 불러들인 것도 마찬가지다.

오바마에서 트럼프로 미 행정부가 바뀐 것도 요인이다. 경쟁과 협력을 동시에 강조하며 중국의 선의에 기댔던 오바마 대통령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전부터 “중국이 우리를 호구로 보고 있다”고 비난하며 무역과 기술, 대만 문제 등에서 중국을 강하게 몰아붙이고 있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러시아와 함께 전통적인 북-중-러 3각 동맹 강화에 나선 중국에 미국과 싸우는 데 별 도움이 안 되는 한국은 눈에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6년 전보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고도화됐다는 점을 상기하면 ‘랜초미라지 약속’을 벗어던진 시 주석의 대북 포용정책은 퇴행적이라는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 ‘영변만 내놓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를 벗어나겠다’는 김정은 식 계산법을 인정하면 ‘핵을 가진 평화(nuclear peace)’라는 평양의 전략목표를 인정하는 꼴이 된다. 한때 6자회담을 주도하며 북핵 문제 해결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온 중국이 ‘중국 배후론’을 스스로 인정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를 바란다.

신석호 디지털뉴스팀장 kyle@donga.com
#시진핑#대북정책#랜초미라지 약속#중국배후론#비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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