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99명중 22명이 암환자…‘장점마을의 비극’ 원인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20일 16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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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전북 익산시 함라면 장점마을 주민들은 18년 동안 마을 주민 99명 중 22명이 암에 걸렸다. 그 중 14명이 사망했다. 이 비극의 원인이 인근 비료공장과 무관하지 않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인근 비료공장에서 나온 발암물질이 주민들의 암 발병과 관련이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주민들의 건강을 점검하고 피해구제에 나서야 한다고 20일 밝혔다.

장점마을에서 약 500m 떨어진 산에 비료공장이 세워진 건 2001년이었다. 비료공장은 담배를 만들고 남은 찌꺼기인 연초박과 음식물쓰레기 등을 가져와 비료를 만들었다. 이 공장이 들어선 이후 피부암과 담낭 및 담도암 등에 걸린 주민들이 점점 많아졌다. 주민들은 공장이 가동될 때 지독한 악취가 났고, 폐기물을 태운 재와 폐수를 밖으로 유출하는 일이 잦았다고 주장했다.

환경과학원은 주민들의 건강영향평가 요청을 받아 2017년부터 환경안전건강연구소에 의뢰해 역학조사를 시작했다. 약 2년에 걸친 조사 결과 공장과 마을 사이에서 다환방향족탄화수소류(PAHs)와 담배특이니트로사민(TSNAs)이라는 물질이 발견됐다. 모두 발암물질이다.

환경과학원은 이날 열린 주민설명회에서 “비료 생산과정에서 나온 발암물질들이 마을에서도 검출됐다”며 “마을 주민들의 암 발생 비율이 높은 점을 감안할 때 공장과 암 발생의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곳 주민들의 암 발병 비율은 전국 평균의 약 2배에 이른다.

환경과학원은 비료공장에서 연초박 등을 고온 건조하는 과정에서 발암물질이 생성돼 마을로 날아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비료공장이 2017년 파산해 가동 당시 배출량과 노출량 파악이 어렵고, 지역 주민 수가 많지 않아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해석하는 데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환경오염으로 인한 피해 가능성이 확인된 만큼 주민들은 1차적으로 비료공장에게서 보상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비료공장이 파산한 만큼 배상을 받기가 쉽지 않다. 이에 환경부는 ‘환경오염피해 배상책임 및 구제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일단 환경부가 구제급여를 지급할 방침이다. 또 익산시에 주민들의 건강 관찰 등 사후 모니터링을 요청할 계획이다.

강은지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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