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조폭 피살 사업가에 287억 떼인 ‘개미도살자’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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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투자금 회수 어렵자 고소… 檢, 살인사건 연루 가능성 수사

지난달 21일 국제PJ파에게 납치 살해당한 부동산업자 박모 씨(57)가 이른바 ‘개미 도살자’ 이모 씨(62·수감 중)로부터 지난해 5∼7월 287억 원을 투자받은 뒤 돌려주지 않아 고소당한 사실이 19일 확인됐다.

이 씨는 “내가 준 투자금으로 H사를 인수한 박 씨가 부산 칠성파 조직원들을 임시주주총회에 동원해 경영권을 넘겨받지 못하게 했다”며 지난해 8월 박 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김태권)는 투자금을 회수할 수 없게 된 이 씨가 국제PJ파를 통해 박 씨로부터 투자금을 돌려받으려고 했고, 이 과정에서 박 씨가 살해됐을 가능성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해 박 씨는 선박 제조업체 ‘H사’를 인수하기 위해 투자금을 모았다. 자신의 돈을 한 푼도 들이지 않고 우량기업을 인수합병(M&A)한 뒤 회사 자금을 통째로 빼돌리는 방식으로 4번째 기업 사냥에 나섰던 이 씨는 경영권을 인수하는 조건으로 총 5차례에 걸쳐 박 씨에게 투자를 했다. 이 중 대부분은 이 씨가 실소유주로 있는 전자상거래 전문 회사인 지와이커머스의 자본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H사를 인수한 박 씨로부터 이 씨는 이 회사의 경영권을 넘겨받지 못했다. 이 씨는 “박 씨가 이사진에 우리 측 사람들을 앉히는 방식으로 경영권을 넘겨주겠다고 했음에도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모두 부결시켰다”고 주장했다. 주총장에는 부산 칠성파 등 조직폭력배가 동원됐다.

특경법상 배임 및 횡령 혐의로 14일 구속 수감된 이 씨는 검찰에서 “박 씨의 살해와 나는 무관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와이커머스의 소액주주들은 지와이커머스의 상장 폐지가 확정될 경우 이 씨를 상대로 1000억 원대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주주들은 “상장폐지 실질심사에 접어든 지와이커머스의 경영권 정상화가 현재까지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구속된 이 씨의 잔여세력인 홍모 씨와 유모 씨 등이 회사의 회생 대신 청산을 택해 주주들에게만 피해를 전가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동혁 기자 hack@donga.com

#국제pj파#개미도살자#지와이커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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