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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이진구]열 살 된 5만 원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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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이진구]열 살 된 5만 원권

이진구 논설위원 입력 2019-06-20 03:00수정 2019-06-2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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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중앙은행은 최고액권인 500유로(약 68만5000원)권 발행을 올 초부터 중단했다. 탈세 돈세탁 등에 악용되는 일이 많은 데다 실생활에서는 별로 쓰이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2010년 영국 강력조직범죄연구소는 영국에서 500유로권의 90%가 범죄 조직으로 흘러들어간다고 분석했다.

▷우리도 2009년 6월 23일 5만 원권 첫 발행 당시 지하경제가 더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컸다. 한 온라인 쇼핑몰의 5만 원권 발행 전 개인금고 판매량은 월평균 30대 정도였는데, 발행 5년 후인 2014년에는 월평균 1500대로 늘었다. 발행 10년간 5만 원권의 누적 환수율도 50%에 그친다. 두 장 중 한 장은 어딘가 숨어 있다는 얘기다. 2011년 4월에는 전북 김제의 한 마늘밭에서 110억 원어치 5만 원권 돈 뭉치가 발견되기도 했다.

▷5만 원권은 첫 발행 당일에만 1조3000억 원이 인출됐고, 백화점업계가 화장품 의류 등 5만 원짜리 상품만 따로 모은 ‘5만 원 마케팅’을 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화폐금융박물관에 전시할 일련번호 1∼100번을 제외한 2만 번까지를 인터넷 경매로 팔 정도였다. 그 인기는 여전해 지난달 기준으로 5만 원권은 국내 시중 유통 금액의 84.6%(98조3000억 원), 장수로는 36.9%(19억7000만 장)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지폐다.

▷현재 쓰이는 지폐 중 가장 먼저 발행된 건 5000원권(1972년)이다. 1만 원권은 1973년, 1000원권은 1975년 발행됐다. 5000원권과 1만 원권은 1972년 함께 발행하려 했으나 당초 1만 원권에 도안된 석굴암과 불국사를 지금의 세종대왕으로 변경하면서 한 해 늦어졌다. 1970년 라면 1봉지가 20원이던 시절에 1000원권보다 5000원권이 왜 먼저 나왔는지는 미스터리다. 한국은행 발권국은 “기록이 없어 잘 모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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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한 직장인 월급이 3만∼4만 원이던 1970년대, 당시 최고액권이던 1만 원짜리 한 장의 가치는 어마어마했다. 연인과 영화 보고, 밥 먹고, 차를 마시고도 많이 남았다. 하지만 5만 원권이 나오면서 씀씀이 심리도 크게 바뀌었다. 특히 5만 원권은 경조사비를 올리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5만 원권 사용처는 경조금, 헌금, 세뱃돈 또는 용돈 등 개인 간 거래가 50.7%로 가장 많았다. 최근엔 10만 원권을 발행하자는 주장이 솔솔 나오고 있지만 선진국은 고액권을 없애는 추세다, 신용카드, 전자결제 등으로 인해 지하경제를 제외하곤 고액권의 역할이 점점 사라지는 추세를 감안해야 하지 않을까.
 
이진구 논설위원 sys1201@donga.com
#5만원권#고액권#지하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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