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양자암호통신 주도땐 미래 산업구조 바꿀것”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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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허드슨硏 허먼 선임연구원 내한… “해킹공격 등 막는 안보-산업기술
‘양자동맹’ 만들어 공동 개발을”

“양자(量子)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는 어느 나라도 홀로 설 수 없다. 연합해야 한다.”

5세대(5G) 이동통신을 둘러싼 보안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양자정보통신 동맹’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17일 국회 양자정보통신포럼 창립식에서 강연자로 나선 미국 허드슨연구소 아서 허먼 선임연구원(63·사진)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미래에 재앙이 될 수 있는 통신망 공격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양자 정보통신기술 개발이 시급하다”며 “전략적 비전을 공유하는 동맹국끼리 공동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양자 정보통신기술은 물질의 최소 단위인 양자의 물리학적 성질을 이용한 미래 기술이다. 특히 양자암호통신은 양자기술로 생성한 암호키를 송수신하는 방식이어서 해킹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또 슈퍼컴퓨터보다 수백만 배 빠른 양자컴퓨터, 스텔스기도 잡아내는 양자센서 등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다.

허먼 연구원은 “한국이 양자기술 개발을 선도한다면 어느 나라에도 종속되지 않고 자율적인 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지금껏 ICT 핵심 기술을 보유한 미국과 중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지만 5G 핵심 보안기술인 양자암호통신을 한국이 주도할 경우 차세대 안보와 산업 패러다임을 이끌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5G를 활용해 사물인터넷(IoT)이 본격화되면 통신망의 보안이 중요해지기 때문에 미국, 유럽, 중국 등 전 세계적으로 양자 정보통신기술 연구에 돌입했다. 국내에선 SK텔레콤 자회사 IDQ가 양자암호통신 분야에서 세계 1위로 꼽히는 기술을 갖고 있다.

허먼 선임연구원은 ‘파이브 아이스’(기밀 정보를 공유하는 미국 영국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 5개국) 양자 네트워크처럼 한국과도 과학기술 동맹이 필요하다고 했다. IBM 등 미국 업체가 선도하는 양자컴퓨터 영역에서 기술을 배울 수 있고 투자도 받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국회가 허먼 선임연구원을 초청한 이유는 미국 양자지원법을 통과시킨 입법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서다. 허드슨연구소는 지난해 5년간 1조3500억 원을 양자기술 개발에 지원하는 미국 국가양자이니셔티브법 제정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는 “양자기술이 경제적 효과를 보려면 5∼10년이 걸리기 때문에 민간 투자가 어려워 정부 리더십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국가별 양자 정보통신기술 투자액은 미국이 4766억 원, 중국 2913억 원, 유럽연합(EU) 2400억 원, 일본 834억 원이지만 한국은 260억 원에 불과하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양자암호통신#허드슨 연구소#안보산업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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