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 해줘’ 척척 알아듣는…삼성전자, ‘AI 비서’ 기술에 집중 투자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18일 18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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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이 탑재된 휴대전화나 자율주행차에 ‘○○아, ~ 해줘’처럼 짧고 정제된 언어로 말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곧 올까. 친구에게 말하듯 편히 이야기해도 내용을 알아듣고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는 ‘AI 비서’를 개발하기 위해 삼성전자가 대대적 투자에 나선다.

‘2030년 시스템 반도체 분야 글로벌 1위’를 목표로 하는 삼성전자가 차세대 신경망처리장치(NPU) 기술에 투자를 집중한다고 18일 밝혔다. NPU 관련 인력을 현재 200명에서 10년 내에 2000명으로 확대하는 등 이 분야에 전사적 역량을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를 위해 작게는 스타트업부터 크게는 대형 기업을 인수합병(M&A)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인간의 뇌를 닮은 차세대 반도체’라 불리는 NPU는 AI비서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필수 기술이다. 1초에 약 10조 번 이상의 연산을 하는 장치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뇌처럼 정보를 스스로 학습하고 처리하는 기능을 가져 일명 ‘AI칩’이라고도 불린다.

이미 삼성전자는 독자 NPU를 탑재한 ‘엑시노스 9(9820)’를 지난해 선보였다. 시스템LSI사업부와 종합기술원에서 관련 연구를 지속해온 결과다. 이 제품은 다양한 기능을 하나의 칩에 구현한 시스템반도체인 ‘시스템온칩(SoC)’을 기반으로 했다. 기존에 클라우드 서버와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수행하던 AI 연산 작업을 모바일 기기 내에서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온 디바이스 AI’를 구현했다.

기기 안에서 연산작업을 자체 처리하면 클라우드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개인정보 보호에 탁월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 응답속도도 빠르고, 네트워크가 없는 환경에서도 저전력·저비용으로 구동할 수 있다. 5세대(5G) 이동통신 기술과 결합해 클라우드와 주변 AI 기기들을 상호연결하면 새로운 추론과 학습의 영역이 펼쳐질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장덕현 시스템LSI사업부 SoC개발실장(부사장)은 “앞으로 거의 모든 정보기술(IT)제품과 서비스에 AI 기능이 내장될 것이다.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IoT),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등으로 이런 추세가 확대되면서 AI관련 반도체는 연평균 52%의 고성장을 보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삼성전자는 이에 발맞춰 IT 전분야로 NPU 탑재를 확대할 계획이다. 스마트폰만 아니라 자율주행차에 담길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 등에 들어가는 차량용 SoC 개발도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NPU 기술을 더욱 발전시켜 사람 두뇌 수준의 정보처리와 인식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을 구현해내는 것이 목표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연구기관 및 국내 대학들과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5월 ‘종합기술원 몬트리올 AI랩’을 딥러닝 전문 연구기관인 캐나다 밀라연구소로 확장 이전했다. 세계적 석학인 요슈아 벤지오 교수를 주축으로 몬트리올대, 맥길대 연구진 등과 협업 중이다. 또 국내 주요 대학의 연구진 150여 명이 참여한 ‘인간신경망(뉴럴) 프로세싱연구센터’도 운영중이다.

강인엽 시스템LSI사업부장(사장)은 “삼성전자는 AI시대에 글로벌 주도권을 잡겠다는 게 목표”라며 “기술에 집중 투자하고 글로벌 기관들과도 협력하는 한편 핵심 인재를 영입해 한 차원 더 진화된 혁신적인 프로세서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강 사장은 “필요하면 스타트업부터 대형 기업 M&A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허동준기자 hung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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