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0 월드컵 준우승과 K리그 유스 시스템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6월 18일 14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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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U-20 축구대표팀 오세훈.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한국 U-20 축구대표팀 오세훈.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한국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이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준우승의 쾌거를 이룬 가운데 프로축구 K리그 유스 시스템이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투자가 이번 준우승의 밑거름이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번 대표팀 엔트리 21명 중 18명이 현재 K리그 소속이거나 산하 유스 클럽 출신이다. 현재 K리거는 15명이고, 유스 고교를 졸업한 선수는 12명이다.

이 같은 대표팀 내 비중은 꾸준한 증가세다. 최근 U-20 월드컵 본선에 오른 3개 대회를 분석해보면 확연해진다. 2013년 터키 대회 때는 K리거 6명과 유스 출신 7명, 2017년 한국 대회 때는 K리거 7명과 유스 출신 11명이었다. 그리고 이번 대회에서는 이전보다 더 많은 유스 출신들이 대표팀에 합류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공격수 오세훈(아산)은 K리그 선수육성의 지향점을 보여주는 모범적인 사례다. 유스 명가인 울산 현대고 소속으로 2017년 현대고의 5관왕에 기여한 그는 2018년 졸업과 동시에 울산 현대에 입단했다. U-22 의무출전규정의 적용대상으로, 시즌 개막전인 전북전 등 리그 3경기에 출전하며 경험을 쌓았다. 하지만 울산의 선수층이 워낙 두꺼워 2019시즌 1년간 2부 리그 아산무궁화로 임대된 케이스다. 아산에서 리그 9경기에 출장해 3득점 2도움으로 자신감을 얻은 게 이번 U-20월드컵에서 맹활약할 수 있는 발판이 됐다.

현대고 출신으로 울산 우선지명선수 최준(연세대), 울산에서 디나모 자그레브로 임대된 김현우 등도 K리그 유스 시스템의 수혜자다. 엄원상(금호고-광주), 박태준(풍생고-성남), 황태현(광양제철고-안산), 김세윤(충남기계공고-대전), 김정민(금호고-FC리퍼링) 등도 마찬가지다. 전세진(매탄고-수원)은 U-22 의무출전 규정 덕분에 K리그1에서 꾸준히 출장기회를 얻었다.

K리그는 2008년부터 연령별 유스 클럽 보유를 의무화하면서 각 구단들이 유소년 육성에 본격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모든 구단들이 연령별(12, 15, 18세) 유스팀을 운영한다. 아울러 프로축구연맹은 유스 육성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정책을 마련했다.

K리그 유스팀 간 연중 리그인 ‘K리그 주니어’와 하계 토너먼트 대회인 ‘K리그 유스 챔피언십’은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수준 높은 대회다. 여기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일본, 중국 등에서 열리는 해외 초청대회에도 참가할 수 있다. 일반 학원대회는 고3, 중3 선수들에게만 출전기회가 집중될 수밖에 없는 형편이지만 K리그는 고2(U17), 중2(U14) 대회도 병행하기 때문에 저학년 때부터 출전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유소년 클럽의 물적, 인적 인프라 수준을 정확히 진단하고 개선하기 위한 ‘유소년 클럽 평가인증제(유스 트러스트)’도 눈에 띈다. 9개 부문, 68개 영역, 129개 평가 기준으로 세분화된 지표를 통해 2년마다 유소년 클럽 운영의 품질 향상을 위한 평가가 이뤄진다.

유스 시스템을 통해 육성된 어린 선수들이 프로 무대에 안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됐다. U-22 의무출전제도(엔트리에 2명, 선발출전 1명)와 준프로계약 제도가 대표적이다. 이는 유망주 육성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아울러 프로축구연맹은 매년 K리그 유소년 지도자의 해외 연수도 실시하고 있다.

U-20 월드컵 준우승은 거저 얻어진 게 아니다.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투자의 결실이다. 한 나라 축구의 뿌리인 유소년 육성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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