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트윈, 디지털 비서, 디지털 인공지능, 그리고 디지털 강소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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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6월 17일 14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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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만물은 서로 연결하고 소통하며 협력하기를 원한다. 그래야 더 큰 가치를 만들고, 좀더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초연결시대', '4차 산업혁명', '디지털 전환(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등의 구호도 이러한 움직임과 맥을 나란히 한다.

왜 '디지털 강소기업'인가?

독일에는 중소 중견기업을 아우르는 '미텔슈탄트(Mittelstand)'라는 표현이 있다. '중간계층' 정도로 풀이할 수 있는데, 독일의 미텔슈탄트는 전체 기업의 99%를 웃돌 정도로 탄탄하고, 독일 내 일자리의 60%를 제공한다. 널리 알려져 있지 않아도 자기 분야에서 세계 1, 2위를 달리는 숨은 챔피언, 강소기업이 독일에 유독 많다는 사실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인지도 모른다.

독일 경제를 떠받드는 힘, 미텔슈탄트. 독일은 중소 중견기업 비중이 99%를 웃돌며 일자리의 60%를 제공한다 <출처=SAP코리아>
독일 경제를 떠받드는 힘, 미텔슈탄트. 독일은 중소 중견기업 비중이 99%를 웃돌며 일자리의 60%를 제공한다 <출처=SAP코리아>
'인더스트리 4.0'은 제조업 강국 독일의 4차 산업혁명 프로그램이다. 사물인터넷(IoT)과 빅데이터, 예측분석 등 실시간 데이터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인더스트리 4.0을 설계할 때, 독일 정부는 당연히 경제의 중심인 중소 중견기업의 정보기술 환경을 고려했다. 미래에 대비해 디지털 강소기업을 육성하는 방안을 처음부터 모색한 것이다.

예컨대, 실시간 정보 수집을 위해 제품마다 센서를 부착하는 대신, '머신비전(컴퓨터가 글자, 형상, 표면 상태 등을 사람처럼 시각적으로 인식하는 기술)'으로 정보를 빨리 포착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한다. 정보 수집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비로소 활용 방안에 집중하고, 정말로 필요한 데이터와 분석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뮬레이션과 예측의 주인공, 디지털 쌍둥이(디지털 트윈)

핀란드의 풍력발전회사 '아틱윈드(Arctic Wind AS)'는 평균 시속 160킬로미터의 눈보라가 몰아치는 북극 지역에서 풍력 발전을 한다. 풍력발전기 타워가 강풍에 밀려 기울면 발전 효율이 떨어지고 블레이드 파손 등의 위험도 따른다. 그래서 과거에는 정비팀을 파견해 정기 점검을 해왔다. 그런데 문제가 있는 지도 확실하지 않고, 있다면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느라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고, 특히 정비팀의 안전까지 위협 받는 상황이 생기곤 했다.

풍력발전기에 디지털 트윈을 적용해 예지 정비의 안전과 효율을 높인 핀란드 아틱윈드(Arctic Wind AS) <출처=아틱윈드 홈페이지>
풍력발전기에 디지털 트윈을 적용해 예지 정비의 안전과 효율을 높인 핀란드 아틱윈드(Arctic Wind AS) <출처=아틱윈드 홈페이지>
아틱윈드는 디지털 트윈에서 답을 찾았다.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은 실제 사물과 완전히 동일한 가상의 사물 모델을 컴퓨터에 표현하여 이를 토대로 가상 시뮬레이션을 가능케 하는 기술이다. 아틱윈드는 풍력발전기마다 4개의 센서를 부착해 강풍에 따른 스트레스를 측정하고, 실시간으로 본사 사무실에서 디지털 모델로 현상황을 관찰한다. 또한 예측 모델을 돌려 장애가 예상되면 미리 가서 고치도록 한다. 한 마디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대신, 삐그덕 거리는 문을 미리 고치는 식이다.

물리적 제품이나 설비의 디지털 모델을 활용하면 이처럼 제품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문제는 없는지 미리 알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머신비전 기술을 이용하면, 생산 설비를 통과하는 제품에 대한 육안검사를 대체하고 결과를 바로 기록하기 때문에 빠른 데이터 확보가 가능하다. 필요한 데이터를 확보해야 비로소 시뮬레이션, 예측 분석 등 디지털 생산관리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곁에서 배우고 빠짐 없이 챙겨주는 디지털 비서

디지털 기술과 데이터를 활용해서 사업 운영을 개선하기 위한 통찰을 얻기까지는 상당한 경험과 노력이 필요하다. 국내 중소 중견기업 중에서 정부 지원을 받아 스마트 팩토리 구축 사업을 추진하고서도 충분한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데이터를 겨우 포착하고 기록하는 정도로 그치고, 정작 이를 활용하고 분석해서 개선을 위한 통찰을 얻도록 돕는 전문가가 없기 때문이다.

사람이 없다면 인공지능 비서는 어떨까? 중소 중견기업에 너무 먼 얘기를 하는 것처럼 들릴지 모른다. 하지만 사실은 중소 중견기업일수록 기계학습(머신러닝)과 인공지능 비서를 활용하는 편이 훨씬 효과적이다. 물론 정확한 실시간 데이터를 확보했다는 전제에서다. 기계가 우리 회사 데이터를 보고 배우고 활용 방안을 제안해 줄 수 있어, 분석 전문가나 데이터 과학자를 따로 채용하지 않아도 된다.

SAP S/4HANA의 구매요청을 대화로 처리하는 SAP CoPilot 대화 화면 <출처=SAP코리아>
SAP S/4HANA의 구매요청을 대화로 처리하는 SAP CoPilot 대화 화면 <출처=SAP코리아>
회사마다 관리하는 데이터가 다르고 정보를 활용하는 방식도 다르다. 중소 중견기업은 기계학습을 통해 자사에서 주로 활용하는 데이터에서 패턴을 파악하고 통찰을 얻을 수 있다. 나아가 디지털 비서를 도입하면, 물 샐 틈 없이 꼼꼼하게 제때 일처리가 가능하다. 영화 <아이언맨>에서 인공지능 비서 '자비스'가 개인 일정부터 전투 환경까지 모두 관리해 주는 모습과 유사하다.

빠르고 강한 협력로봇과 보이지 않는 로봇

대기업은 거대한 산업용 로봇을 도입해 생산현장을 최대 96% 이상 자동화한다. 그런데 산업용 로봇은 덩치도 크고, 사람이 접근할 수 없도록 주변 공간에 차단 벽을 설치해야 한다. 정비나 관리 인력도 필요하다. 그러다 보니 중소 중견기업에 있어 로봇 자동화는 그저 먼 나라 얘기다.

인더스트리 4.0 시대의 관건은 유연한 생산 환경의 확보에 있다. 최근에는 중소 중견기업을 위한 협력로봇(코봇)이 인기다. 스마트폰을 좀 쓰는 사람이면 누구나 쉽게 프로그래밍 할 수 있고, 해야 할 일이 바뀌면 쉽게 변경할 수 있어 편리한 로봇이다. 게다가 덩치도 작고 사람과 닿거나 하면 바로 힘을 줄여서 멈추는 등의 안전장치가 있어, 사람 곁에서 함께 일하는 로봇이 코봇이다.

사람을 대신해 컴퓨터로 일 처리를 하는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 <출처=MarTech Series>
사람을 대신해 컴퓨터로 일 처리를 하는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 <출처=MarTech Series>
눈에 보이지 않지만, 컴퓨터 속에 사는 로봇도 있다. 최근 유행하는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에서 말하는 로봇이 바로 소프트웨어 로봇이다. 처음에는 사람을 흉내내면서 컴퓨터를 이용하는 순서대로 소프트 로봇이 로그인부터 필요한 데이터 입력 등 일처리를 대신한다. 나중에는 사용자 어깨너머로 보고 배우다가 반복 작업을 자동화할 제안까지 하는 능력을 제공한다.

디지털 강소기업 전환을 돕는 디지털 코어

이들 머신비전, 디지털 트윈, 기계학습, 디지털 비서, 협력로봇, RPA와 같은 디지털 기술의 공통점은 중소 중견기업에서 활용하기 쉬운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사용자가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는 대신, 그 기술이 약속한 효과를 보다 빨리 얻을 수 있도록 돕는 데 집중해야 한다. 중소 중견기업일수록 빠른 투자회수가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최신 기술을 기업의 업무 전반에 걸쳐 중요한 순간마다 배치해 놓고, 문제가 예상되거나 기회가 포착될 때 대응 방안을 제안해 주는 지능형 기업 대상의 정보기술이 필요한 이유다.

SAP는 인더스트리 4.0 시대를 맞아 우리 중소 중견기업이 디지털 강소기업으로 전환하도록 돕고 있다. SAP의 디지털 코어에 해당하는 SAP ERP 솔루션인 'S/4HANA'를 통해서다. 디지털 코어는 기업의 기간 업무에 디지털 기술을 적용하고, 기업 데이터는 물론 외부 데이터와 경험 데이터까지 한 데 묶어 지능형 기업으로 거듭나도록 지원한다.

디지털 코어는 디지털 트윈, 머신러닝, 디지털 비서,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 등의 기술을 자연스럽게 업무 곳곳에 반영해 기업이 주력 분야에 집중하고 세계 시장 진출을 돕는다. 또한 '집중과 세계화'라는 강소기업의 전략을 디지털 강소기업 전략으로 확장하게 지원하고 있다. 스마트 팩토리를 활용해 대량 맞춤생산을 도모하는 디지털 강소기업으로의 전환, 디지털 코어라면 가능하다.

SAP코리아 박범순 상무
서울대학교에서 원자핵공학을 전공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를 졸업한 후, 삼성SDI와 SAP에서 통역사로 활동했다. 2001년부터 9년 간 한국외대 통역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하면서 산업경제, 과학기술 전문번역 등을 강의했다. 2003년부터는 SAP에서 스토리텔링 마케팅을 전담하고 있다.

정리 / 동아닷컴 IT전문 이문규 기자 mun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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