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고쳐서 쓰는 거 아니다’? 변화시키는 확실한 두가지 방법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10일 15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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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잘 안변한다. 그래서 ‘천성’이라는 말이 있고 ‘태생’이라는 말이 있는 거 같다. 영화를 보더라도 한 번 배신한 사람은 나중에 또 배신을 하고 한 번 바람핀 사람은 나중에 또 바람을 피게 돼 있다. 이렇게 안변하는 사람들 때문에 “사람, 고쳐서 쓰는 거 아니다”라는 말까지 나온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이 말이 불편하다. 우린 조금이라도 발전하고 변화하기 위해서 책도 읽고, 영화도 보고, 음악도 듣고, 여행도 하고, 친구도 사귀면서 사회생활을 하는 건데, ‘사람은 안 변한다’는 명제로 접근하면 모든 게 다 소용없는 일이 돼버린다. 사람은 정말 변하지 않는 걸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사람을 변화시키는 첫 번째는 스승을 잘 만나는 것, 그리고 두 번째는 사랑하는 사람을 잘 만나는 것이다.

내가 만난 첫 번째 스승은 고등학교 3학년 때 음악 선생님이다. 대학은 서울로 가고 싶었지만 성적은 바닥이었고, 그 시절 내가 좋아하는 건 음악 밖에 없었다. 턴테이블 위에 음반을 올려놓고 팝송 백과사전을 외우는 시간이 가장 소중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 음악을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다짜고짜 음악 선생님을 찾아가 “성악을 해보고 싶습니다 선생님!”하고 부탁을 드렸다. 선생님은 나를 음악실로 데려가더니 피아노 반주를 해주셨고 나는 그 자리에서 ‘선구자’를 불렀다. 그런데 “일송정 푸른솔은~” 여기까지 부른 다음 ‘아! 성악은 안되겠구나’ 바로 깨달았다. “좋은 대학은 가고 싶은데 좋아하는 건 음악 밖에 없어요 선생님! 음대 가려면 어떻게 해야 되나요?” 섣부르고 치기어린 질문이었지만 선생님께서는 최선을 다해 답변해줬다. “성악은 짧은 시간에 실력을 올리기 쉽지 않아. 그런데 음악을 좋아한다면 꼭 성악을 하지 않아도 괜찮아. 악기를 만드는 사람도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고, 콘서트를 연출하는 사람도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야. 그러니까 다양하게 꿈을 찾아보고 궁금한 거 있으면 언제든 다시 찾아와.

나는 이 말을 가슴에 새겼고, 15년이 지난 후 제작한 뮤지컬을 들고 선생님이 계신 고등학교에 찾아 가서 공연했다. 선생님 덕분에 꿈은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를 꿈꿔도 된다는 걸 배웠고 지금도 여전히 여러 꿈에 도전하면서 살고 있다. 그때 음악 선생님을 만나지 안않다면 나는 변화할 수 없었다.

두 번째로 나를 변화시킨 건, 사랑하는 사람이다. 아직 아무 것도 아닌 어설픈 작가 지망생에게 ”당신 글은 재밌다“ ”당신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재주가 있는 사람이다“라며 끊임없이 칭찬해주고 용기를 북돋워준 사람. 그 사람을 만나기 전에 나는 꿈만 많고, 자주 포기하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 사람을 만난 후 자주 실패하더라도 가끔씩 성공작도 만들어 내는 작가가 됐다. 사랑은 받는 게 아니라 주는 행복이라는 것도 그 사람을 통해 배웠고, 그 사람 덕에 행복한 가정을 꿈꿨고 지금도 함께 노력하며 살고 있다.

우리는 지금 단념의 시대를 살고 있다. 1등이 아니면 많은 걸 단념해야하고 기회라는 것도 점점 줄어든다. 이럴 때 ”사람은 안 변한다“는 말은 우리를 또 한번 절망에 빠뜨린다. 그래, 사람이 잘 안변한다는 말은 인정한다. 하지만 스승을 잘 만나거나 사랑하는 사람을 잘 만나면 변할 수 있다는 걸 나는 확인 했다.


이재국 방송작가 겸 콘텐츠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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