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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얼굴만 외국인” 23년차 한국인 오시난 대표의 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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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얼굴만 외국인” 23년차 한국인 오시난 대표의 꿈은…

황태훈기자 입력 2019-04-26 14:00수정 2019-04-26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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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의 한 청년은 1997년 장학생으로 서울대 산업공학과에 편입했다. 그의 손에는 아버지가 준 200달러(약 22만 원)와 옷 가방이 전부였다. 1년 간 한국어를 배우며 일자리를 찾았지만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 그나마 2000년 터키 문화관에서 터키어를 가르치며 생계를 이었다. 여기서 한국인 아내(약사)를 만나 이듬해 결혼했고 2남 1녀를 얻었다. 가난했던 터키 유학생은 2008년 귀화했고 지금은 사업가로 성공시대를 열었다.

터키와 지중해 레스토랑 ‘케르반(KERVAN·큰 상인)’ 그룹을 운영하는 오시난 대표(본명 시난 외즈튀르크·46) 얘기다. 23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케르반 식당에서 만난 그는 “나는 얼굴만 외국인이지 마음과 정신은 한국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아름다운 고궁과 정이 많은 한국 사람을 사랑한다. 한국에서 성공했으니 이제 한국 관광산업 발전을 위해 힘을 싣고 싶다.”

오시난 대표가 한국과 본격적인 인연을 쌓은 건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터키 축구대표팀 연락관을 맡으면서부터. 그는 1954년 월드컵 이후 48년 만에 월드컵 무대에 오른 터키를 직접 방문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국전쟁 당시 ‘형제의 나라’로 불렸던 한국을 ‘새마을운동으로 기적을 일으킨 나라이고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갖고 있는 나라’라고 홍보했다. 그는 “월드컵 3,4위전에서 터키가 한국에 3-2로 이겼지만 모두 승자였다”며 “한국 응원단 붉은 악마가 터키의 대형 국기를 흔들어주는 모습을 보며 나도 울고 터키 국민도 감동 받았다”고 추억했다.

터키 지중해 레스토랑 ‘케르반’ 그룹을 운영하는 오시난 대표는 터키인이지만 스스로를 ‘한국 사람’이라고 했다. 그는 “2008년에 귀화했고 한국을 정말 사랑한다”며 “할랄 관광객을 한국에 유치하기 위해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그는 월드컵 이후 한국회사를 다니다 2004년 작은 무역회사를 차려 승용차 블랙박스, 비데 등을 터키에 수출했다. 한국에 터키를 알리는 방법을 고민한 끝에 2009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 ‘미스터 케밥’ 가게를 열었다. 그는 “프랑스 중국과 세계 3대 요리로 꼽히는 터키 요리를 한국에서 대중화해 보자는 생각에서 시작했다”며 “케밥은 외국 대사들이 찾아와 먹을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했다. 자신감을 얻은 그는 제대로 된 터키 음식점을 선보이자는 생각에 2011년 케르반을 열었다. 올해 인천국제공항 점까지 전국 16개 점포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 전국에 케르반 레스토랑을 100곳을 열고 대만 홍콩 일본 중국 등에 진출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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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난 대표가 터키 식당을 확장하는 건 한국 관광산업을 활성화시키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한국에서 할랄(이슬람교도가 먹고 쓸 수 있는 제품) 인프라를 확충하면 외국인 관광객 2000만 시대도 어렵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슬람 인구는 전 세계 인구 77억 명 중 18억 명이나 된다. 이슬람 인구의 약 10%(1억8000만 명)가 여행을 즐기고 오일 머니 덕분에 씀씀이도 큰 편이다. 그는 “할랄 인증제도를 국내에서 대중화하면 불고기, 삼계탕 등 한국 음식이 외국 관광객들에게 더 큰 호응을 얻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관광객 1300만 명 중 할랄 계열은 100만 명 정도. 할랄 상품 인증이 확산되면 그 숫자가 2,3배 이상 늘어날 수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사진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일본은 이미 할랄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다. 지난해에만 350만 명이 넘는 이슬람 관광객이 다녀갔다. 일본 19개 대학 식당에 할랄 메뉴를 만들어 외국인 학생을 유치하고 있다. 일본 특산품인 와규(소고기)와 와사비까지 할랄 인증을 받을 정도죠. 최근엔 할랄 패션쇼를 열어 디자인까지 수출하고 있다. 한국이 할랄 관광객 유치 대책을 서둘러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오시난 대표는 서울시 관광협회 이사로 올해 할랄위원회 초대회장을 맡았다. 57개 할랄 국가를 대상으로 관광, 의료, 비즈니스(수출)를 추진하는 역할이다. 그는 “정부와 서울시도 할랄 관광객 유치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다”며 “한국을 대표하는 화장품, 약품, 홍삼 등 건강식품은 할랄 인증 마크만 붙이면 매출이 20% 이상 오르고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 9월 경 ‘글로벌 비즈니스 얼라이언스(GBA·국제경제동맹)’ 포럼도 추진하고 있다. 한국에 살고 있는 국내외 외국인 CEO와 외국인 유학생이 함께 강의를 듣고 사업 아이디어를 교환하는 글로벌 플랫폼이다. 그는 “각국 주한 대사나 외국 유명인사들을 초청해 정보를 나누고 인맥을 만들어 한국의 경쟁력을 업그레이드하고 싶다”고 말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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