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DJ, 김홍일 보면 ‘가슴 미어져 살 수가 없다’며 자주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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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4월 22일 09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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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의원. 사진=동아일보DB
박지원 의원. 사진=동아일보DB
고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장남인 김홍일 전 의원이 20일 향년 71세를 일기로 별세한 가운데. 김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냈던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김 전 의원은 한 마디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인생 동반자이자 정치적 동지’였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2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암울한 시기에 김 전 대통령께서 여러 가지 박해를 받았기 때문에 유일하게 출입하고 만날 수 있는 분이 김홍일 전 의원이어서 아무래도 (김 전 대통령이) 모든 것을 김 전 의원과 상의하지 않았나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국민회의, 새천년민주당 소속으로 15∼17대 3선 의원을 지낸 김 전 의원은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사건’ 당시 심하게 고문을 당한 뒤 오랫동안 후유증에 시달렸다.

박 의원은 “고문 후유증으로 거의 30여 년 동안 활동이 제약되고, 또 마지막 15년 간은 거의 움직이지 못하는 그런 불행한 생활을 하시다 가셨다”며 김 전 의원을 떠올렸다.

특히 박 의원은 “(김 전 대통령께서) 저와 둘이 앉아 말씀하시면 ‘결국 나는 성공했다고 볼 수 있겠지만 우리 아들들, 특히 우리 큰아들 홍일이를 보면 가슴이 미어져서 살 수가 없다’는 이런 애절한 장남 사람에 대한 말씀을 많이 하셨다”고 전했다.

그는 “김 전 대통령은 어떻게 됐든 대통령까지 돼서 정치적으로 성공했다고 할 수 있겠지만, 특히 우리 홍일이는 뭐냐 하는 그런 애잔한 말씀을 많이 하셨다”며 “김 전 대통령이 생각보다 굉장히 정적이신 분이고, 눈물도 잘 흘리셨다. 김 전 의원에 대해 여러 가지 애잔한 마음이 있을 때 눈물을 흘리시는 모습을 수차례 보았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앞서 21일 페이스북에 김 전 의원을 떠올리며 “홍일아, 미안해. 내가 좀 더 친절하게 했어야 했을걸”이란 글을 남긴 데 대해서는 “김 전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된 후 집권 5년간 김 전 의원은 혼자 일어나거나 걷는 게 (힘들었고), 언어가 굉장히 불편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전 대통령은 일요일날 가족과 점심을 꼭 했다. 아들, 며느리, 손자들을 다 불러서 (점심을) 했는데 그때 김 전 의원이 목포 지역구나 자기 정치적 전망에 대해 말씀을 하시면 김 전 대통령이 좀 못 알아 들었다. 그러면 저한테 ‘무슨 의미인가 물어봐라’고 하셨는데, 저도 못 알아들었다”며 “(김 전 의원) 본인이야 얼마나 원통했겠는가. 자기가 말을 해도 아버지도 못 알아듣고, 비서실장인 저도 못 알아듣고. 결국 내가 써서 보내라 하면 ‘예’하고 써 보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김 전 의원이 보낸 내용을) 김 전 대통령께 보고를 드린 경우도 있지만, 보고 드리지 않고 안 된다고 했을 때도 있다”며 ”(김 전 의원이) 서운하게 생각했다. 미안한 생각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했다.

박 의원은 김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의 건강 악화를 우려해 김 전 의원이 사망 소식을 알리지 않은 것과 관련해서는 “연로하신 어른이나, 병환 중이신 분은 쇼크를 받을 수 있다”며 “심지어 7개월 전 된 제 아내의 사망 소식도 여사님께서는 모르고 계신다”고 밝혔다.

그는 “어제 제가 (병원에) 가니 주무시고 계시더라. 그래서 제가 손을 잡고 ‘박 실장이요’ 그랬더니 눈을 뜨시면서 ‘왔어요?’라며 몇 마디 하시는 걸 보면 어제는 (건강 상태가) 좋으셨다”며 “그런데 최근에 조금 쇠약하시니까 저로서는 굉장히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김혜란 동아닷컴 기자 lastleas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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