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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광장/로버트 켈리]‘하노이 노딜’ 이후 文대통령이 설득해야 할 사람들

로버트 켈리 객원논설위원·부산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입력 2019-03-23 03:00수정 2019-03-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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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문제에서 ‘좋은 협상’ 무엇인가… 韓-美-日등 이해당사자 합의 없어
대북문제에 가장 헌신적인 文대통령
보수, 국회, 유럽과는 논의 부족… 반대편 지지 얻어야 정책도 지속 가능
로버트 켈리 객원논설위원·부산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베트남 하노이 북미(北美) 정상회담의 결렬이 많은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강경파는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기를 조건으로 너무 많은 것을 얻으려 했다고 주장 할 것이다. 온건파는 그 반대를 내세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 비판적인 쪽에서는 보여주기식 회담이 성과를 내기에는 미국 대통령이 너무 충동적이고 무지한 인물이라고 강조 할 것이다.


이러한 주장들이 정확할 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북한의 제안은 턱없이 부족했고, 제재 해제를 위한 완전한 비핵화라는 미국의 요구는 실현되기 어려웠다. 싱가포르 회담 및 하노이 회담에서 보았듯 준비 기간이 한달밖에 되지 않음에도 정상회담을 열겠다고 밀어붙인 트럼프 대통령의 고집은 협상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만약 겨우 한 달 만에 일괄타결이 이루어졌더라면 이는 경천동지(驚天動地) 할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대북문제에서 진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좋은 협상이 과연 무엇인지 등에 대해 수많은 이해관계자들로부터 더 큰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한미 양국 대통령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이번에 배운 가장 큰 교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나쁜 협상(bad deal)’보다는 ‘협상 결렬(no deal)’이 더 낫다며 단호한 모습을 보였지만, 좋은 협상, 혹은 적어도 수용할 수 있는 협상의 조건이 무엇인지에 관해서는 한미 양국 및 일본 내 많은 이해관계자들 사이에 합의된 바가 거의 없다.

이처럼 혼란스러운 상태는 정상회담 결과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지난 일년 간 세 번의 남북 정상회담과 두 번의 북미 정상회담이 진행됐지만 그 성과는 실망스럽다. 당사자들의 과장된 레토릭에 비해 군사분계선 상의 경미한 군사적 변화를 제외하고는 실질적 변화가 거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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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져가는 불씨를 문 대통령이 소생시켜야 한다는 이야기가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더 많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그렇게 하고 있다. 소생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북한의 제안 중 수용할 수 있는 조건을 정리한 후 이에 대해 이해관계자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이며, 이를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여줄 일종의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이러한 역할을 해야만 한다. 솔직히 말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한국, 핵무기, 미사일 기술 등에 대해 잘 모르고 알고자 하는 의지도 없다. 또한 미국 내 정적들을 혐오할 뿐만 아니라 연합구성 및 관료정책 수립보다 개인적 관계를 더 중시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계획을 세워서 이해관계자들과 접촉하고 그들로부터 조언을 얻어 협상전략을 만드는 등의 행위를 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그는 두 번의 정상회담에서 그랬던 것처럼 김 위원장과의 빠른 일괄타결을 추구하려 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나 문 대통령 등 다른 인사에게 대북문제를 떠넘기려 할 것이다. 그는 자신의 대북정책을 향한 관료적 저항에 대해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여론이나 반대세력의 마음을 움직이려는 일관된 노력을 하려는 의지도 관심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한민국 대통령이 앞장서야 한다. 문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 김 위원장부터 일본 및 중국에 이르기까지 대북문제에 엮인 당사자들 가운데 문 대통령이 가장 헌신적이다. 그는 남북평화분위기를 조성하는데 대통령직을 걸고 있으며 이러한 순간을 수십 년 간 구상해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문 대통령의 행보는 트럼프 대통령과 크게 다르지 않다. 외부의 조언 없이 소수의 측근들과만 대북정책을 논의한다. 국회나 자유한국당 등 국내의 수많은 이해관계자들과 충분한 대화를 나누지 않고 있다. 지난해 필자가 발표자로 참석했던 국회 입법조사처 세미나에서 국회의원들은 대북협상과 관련된 이런저런 일이 아니라 훨씬 기본적인 정보에 대해 걱정하고 있었다. 청와대가 대북협상에 대해 그들에게 별다른 정보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북협상 과정에 거의 배제되어 있는 보수는 이에 대해 더욱더 강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점잖은 보수인사들조차 문 대통령을 북한 간첩이나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려는 사람 등으로 비하하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한다. 필자는 문 대통령이 한미동맹을 깨고 대한민국을 북한에 넘길 것이라고 주장하는 수백 통의 e메일을 보수 측으로부터 받고 있다. 이는 명백히 피해망상적인 음모론이다. 그러나 이러한 보수의 과잉반응은 문 대통령이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을 설득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청와대가 보수를 제외시킨 상태로 대북정책을 이끌어가고 싶어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입법부와 보수 진영의 지지 없이는 그 어떤 대북협상도 지속될 수 없다. 대한민국은 민주국가이기 때문에 대북정책에 대한 입법부의 승인이 필요하다. 또한 보수의 조언과 찬성이 없을 경우 추후 보수 정권으로 교체됐을 때 문대통령의 대북정책이 2008년 이후의 햇볕정책처럼 무산될 수도 있다.

국제적으로는 일본의 지지가 필요할 수 있다. 현재의 한일관계를 고려하면 이는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과거의 경험을 미루어 보았을 때 일본의 강력한 반대는 대북정책에 방해물이 될 수도 있고, 또한 납북 일본인에 대한 문제제기도 지속될 것이다. 북한의 일본인 납치문제 해결에 진전이 없고 일본이 대북정책에서 제외된다면 일본의 경제적 지원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미국 대통령 외에 다른 서양국가들에 대한 설득 또한 필요할 것이다. 지난해 문 대통령의 유럽순방 당시 대북제재 해제 논의가 실패로 돌아갔다. 청와대가 주한 유럽대사 커뮤니티의 조언을 구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정부는 준비 없이 유럽을 방문하면서 성과가 있기를 기대했다. 문 대통령은 또한 미국 의회, 싱크탱크, 애널리스트 그룹 등도 설득해야 할 것이다. 이들은 한미동맹을 강력하게 지지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성급하고 변덕스러운 외교정책에 깊은 의구심을 갖고 있다. 이들은 문 대통령이 얻는 것 없이 북한에 양보만 하지 않을까 걱정한다.


문 대통령은 과거 독재정부에 대항해 민주주의와 자유를 지향하며 명성을 얻었다. 이는 문 대통령의 귀중한 자산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정책을 공개적 논의와 설득 없이 진행한다는 것은 그답지 않다. 민주적이지도 현명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사전에 설득하지 못한다면 트럼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거대한 관료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전에 다섯 번의 남북, 북미 정상회담이 약속된 변화를 가져다주지 못한 상황에서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좋은 협상’이 정확하게 무엇인지를 논의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같은 노력을 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기에 문재인 대통령의 어깨가 무겁다.

로버트 켈리 객원논설위원·부산대 정치학과 교수

<영어 원문>



After Hanoi, Moon Needs to Build Greater Consensus for Outreach to North Korea


Many lessons will be drawn from the collapse of the Hanoi summit between US President Donald Trump and North Korean supreme leader Kim Jeong Un. Hawks will claim North Korea sought far too much for the closure of Yongbyon. Doves will claim the inverse. Trump‘s many critics will claim that he is too impulsive and poorly informed for his made-for-TV summits to work.

All of these critiques are perhaps correct. North Korea did indeed offer too little, while the US also demanded for more than was realistic (complete denuclearization for sanctions). And Trump’s insistence on launching these summits with only one month to prepare ¤ as was the case for before both the Singapore and Hanoi summits ¤ almost certainly makes a deal that much harder. It would have been astonishing if a grand bargain had been worked out in just one month.

But I think the larger lesson is that Trump and South Korean President Moon Jae-In need to build far more consensus among the many relevant stakeholders on North Korea about what progress means and what a good deal with the North would be. Trump was emphatic at Hanoi that ‘no deal was better than a bad deal,’ but there is little consensus on the terms of good, or at least acceptable, deal among the many parties in South Korea and the US (and Japan) with deep interests in North Korea.

This confusion has reflected itself in the results. After five summits with Kim Jong Un in a year ¤ three by the South Korean president, and two by the US president ¤ disappointingly little has been achieved. The rhetoric from all sides has been heroic, but the empirical change is been small (mostly minor deployment changes along the military demarcation line).

There has been much talk since Hanoi that Moon needs to resuscitate the flagging process. And so he does. The best way to do that is start laying out terms he will accept from North Korea and then soliciting other stakeholders for their views on those terms, in order to build some manner of consensus to present to Kim Jong Un.

Moon must do this, because Trump, quite honestly, is incapable of it. He is too ignorant of Korea, nuclear weapons, and missile technology, and too lazy to learn. He also loathes his political opponents at home and places personal relationships above coalition-building and bureaucratic maneuver. Trump will not reach out, develop proposals, solicit input from relevant parties, craft a negotiating strategy, and so on. He will instead seek quick, grand bargain deals with Kim as he did at Singapore and Hanoi, or he will simply dump the issue on others ¤ likely US Secretary of State Pompeo or Moon. Trump has been unable to respond to the bureaucratic resistance his North Korean initiatives have provoked, because he is too disinterested and slothful to organize a major, sustained presidential campaign to move public opinion and push change on wary and resistant groups.

Moon therefore must lead. Of all the relevant players ¤ Moon, Trump, Kim, plus Japan and China in the background ¤ Moon is the most committed. He has staked his presidency on d¤tente with North Korea, and he has been thinking about this moment for decades.

Unfortunately however, the South Korean president has acted much as Trump has ¤ running his North Korea efforts through a tight coterie of staff and colleagues at the top of the executive branch with little input from the outside. Many interested parties in South Korea have not been fully consulted ¤ most obviously the National Assembly and the conservative Liberty Korea Party. I spoke at a National Assembly Research Service conference last year where the primary concern of the gathered Assemblymen was not this or that deal with the North, but rather basic information. The Blue House was simply not telling them much about its engagement with Pyongyang.

South Korea‘s conservatives are reacting even more sharply, as they are almost entirely cut out of this process. There is much unhinged talk on the South Korean right now, even in respectable quarters, about Moon as a North Korean spy or seeking the overthrow of South Korean democracy. I have received hundreds of emails in a conservative letter writing campaign asserting that Moon will end the US alliance and turn South Korea over to Pyongyang. This is obviously paranoid conspiracy theorizing, but the hysteria on the right does indicate how little Moon has solicited or listened to conservative concerns.

The Blue House may be inclined to ignore these parties and push on, but no deal with the North will survive without some legislative and conservative support. Because South Korea is a democracy, Moon will need some manner of approval from the legislature for his revolution in Korean affairs. And without some conservative input and assent, the right will overturn Moon’s initiatives as soon as it retakes power, much as it rolled back the Sunshine Policy on reclaiming the presidency in 2008.

Abroad, Moon might also reach out to Japan for its buy-in. This is all but impossible now given the state of relations. However, a hostile Japan could play spoiler, as it has in past, for example, by flirting with unilateral recognition, and the abductee issue will continue. No Japanese financial assistance for a Korean settlement will be forthcoming without some movement on the kidnappings and if Japan is cut out of the process.

Moon might also reach out to Western players beyond his singular, flattering focus on Trump. Moon‘s trip to Europe late last year failed regarding sanctions lifting, because the Blue House did not bother to consult the European diplomatic community in South Korea. The president simply flew to Europe and expected results. Moon similarly might reach out to US players in Congress, and the think-tank and analyst community. These stakeholders are deeply suspicious of Trump’s rushed, erratic diplomacy and strongly value the US-South Korea alliance. They worry that Moon is making concessions to the North for little in return.

The South Korean president‘s reputation is built on promoting democracy and openness against South Korea’s earlier dictatorship. This is a noble legacy. It is therefore incongruous that Moon should run the most important initiative of his career with so little public consultation and outreach. This is both undemocratic and unwise.

Like Trump, Moon will face massive bureaucratic resistance from a wide spectrum of players if he does not solicit them in advance. And now that five summits have not brought the revolution promised, it is time for Moon ¤ and Trump, for all his flaws ¤ to start building a coalition and a consensus around what, precisely, a ‘good deal’ is. As Trump is manifestly incapable of this effort, it falls to Moon to revive the process.

#하노이 회담#북미 정상회담#영변 핵시설 폐기#비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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