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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인력 다 찾아주겠다”는 공무원 열정이 2조원 투자 유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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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인력 다 찾아주겠다”는 공무원 열정이 2조원 투자 유치했다

커머스(조지아)=박용 특파원 입력 2019-03-21 03:00수정 2019-03-21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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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만들려면 이렇게]
SK 전기차 배터리 공장 유치한 美 조지아 주정부의 비결
19일(현지 시간) 미국 조지아주 잭슨카운티 커머스시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 공장 기공식에서 참석자들이 대형 굴착기를 배경으로 첫 삽을 뜨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제공
“왜 조지아주를 선택했나요?”

19일(현지 시간) 오전 미국 남부 조지아주 잭슨카운티 커머스시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의 첫 북미 전기자동차 배터리 공장 기공식. 사회자가 무대에 오른 윤예선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 대표에게 조지아주 투자 이유를 물었다.

윤 대표는 “정부 관계자, 특히 지방정부 공무원들이 중요한 요인이었다”며 “이렇게 동기 부여가 돼 있고 전문적 능력을 지닌 사람들이라면 무엇이든 함께 해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2025년까지 전기차 배터리 ‘글로벌 톱3’ 진입을 꿈꾸는 SK가 조지아 주정부 공무원들의 적극적이고 헌신적인 협력 의지를 보고 ‘성장 파트너’로 택한 셈이다.

○ ‘기업 고객’ 감동시킨 조지아 공무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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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주는 잭슨카운티의 커머스비즈니스파크에 야구장 91개를 지을 수 있는 112만 m²(약 34만 평)를 공장 부지로 제시했다. 미 남동부 완성차 공장에서 200마일(약 321km) 이내에 있어 위치도 편리하다. 20년간 무상 임대하고 나중에 싸게 넘겨주는 조건으로 알려졌다. 덜렁 땅만 주는 게 아니라 평탄화 작업과 전력, 상하수도, 도로 등 인프라 건설까지 약속했다. 투자 규모에 상응하는 세제 혜택 등도 제공된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초 테네시주 채터누가 폭스바겐 공장에 납품할 전기차 배터리 계약을 따낸 뒤 5월부터 장소 물색에 나섰다. 당초 조지아, 앨라배마, 사우스캐롤라이나 등 완성차 공장이 있는 인근 남동부 주들이 속속 눈독을 들였다. 대부분 비슷한 경제적 인센티브를 약속했지만 SK의 마음을 결정적으로 흔든 건 기업 활동의 어려움을 걷어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인 조지아주 공무원들의 태도였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인센티브는 다른 주와 큰 차이가 없었지만 주 공무원들의 기업 친화적 역량과 열정에 감동했다”고 후일담을 털어놨다.

협상 막판 타결과 결렬 고비에서 SK 측은 조지아주에 ‘최후 제안’을 던졌다. 당시 미국 현지 시간은 새벽이었음에도 주 공무원들은 1시간 만에 주지사 승인까지 받아왔다. 그만큼 신속하고 적극적이었다는 뜻이다.

올해 1월 취임한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 역시 전임자가 따낸 SK 투자 계약을 외면하지 않았다. 켐프 주지사는 이날 기공식 축사에서 “열심히 사는 조지아주 주민들에게 정말 신나는 날”이라며 “조지아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일자리 창출 이니셔티브”라고 했다. 그는 6월 주지사 취임 후 첫 해외 방문지로 한국을 찾는다. 김영준 주애틀랜타 총영사도 “어떤 주지사가 와도 조지아의 기업 친화적 분위기는 바뀌지 않을 것이란 공감대가 있다”고 했다.

○ 배터리 인력 1000명 키우는 ‘퀵스타트’ 가동

조지아주의 인력 지원 또한 남달랐다. 현재 역사상 최저 실업률로 사람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미국에서 전기차 배터리 관련 숙련 노동자를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게다가 커머스와 잭슨카운티 인구를 합해도 약 70만6500명으로 미국 내에서 비교적 작은 축에 속한다. 또 이들 대부분이 농업에 종사한다. 공장이 처음 가동되는 2022년까지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에서 일할 2000명을 뽑아야 하고, 확보한 땅에 공장을 다 채워 생산 역량을 50GWh로 끌어올리면 최대 6000명을 고용해야 하는 상황에서 ‘숙련공 찾기’는 지상과제였다.

주정부는 SK 측에 먼저 “필요한 인원과 직무 능력을 알려주면 우리가 찾아주겠다”고 제안했다. 또 1967년부터 만들어진 해외투자 기업을 위한 인력지원 프로그램 ‘퀵스타트(Quick Start)’를 가동해 1000명의 인력을 양성해 주겠다고 했다. 김 사장은 “기존 시스템이 워낙 잘 갖춰져 있어 본사 인력양성 프로그램을 이쪽에 그냥 얹으면 됐다”고 했다.

2006년 기아차가 조지아주에 12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을 때도 역시 퀵스타트 프로그램이 가동됐다. 당시 퀵스타트팀은 한국으로 건너와 기아차와 인력양성 교육 과정을 논의했고, 2008년 4만3000여 명의 지원자 중 900명을 뽑아 교육을 제공했다. 기아차는 1년 뒤 이들 중 450명을 채용했다.

지난달 톰 크로 잭슨카운티 의장과 클라크 힐 커머스 시장 등도 충남 서산을 방문해 인력 양성에 협조할 채비를 갖췄다. 김 사장은 “팻 윈 주 경제개발부 장관이 우리가 말하기도 전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이 먼저 생긴 헝가리에서 배울 게 없는지 알아보겠다고 하더라”라며 “다른 지역과는 자세가 다르다. 깜짝 놀랐다”고 칭찬했다.

○ “일자리 2000개 잡아라” 6개월 유치전

SK는 충남 서산 공장(연간 4.7GWh 규모)의 2배인 9.8GWh 규모의 SK이노베이션 조지아 전기차 배터리 공장에 2025년까지 16억7000만 달러(약 1조8800억 원)를 투자한다. 조지아주 역사상 최대 단일투자 사업이며 잭슨카운티 1년 세수(약 17억 달러)에 맞먹는다. 전기차 시장 급성장으로 기존 완성차 공장의 일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많은 상황이어서 각 주정부가 일자리 2000개를 만들 기회를 놓칠 리 만무했다.

SK이노베이션은 참여 의향서를 낸 미 지자체 중 현장 조사를 거쳐 후보를 3, 4곳으로 압축했다. 인센티브, 고용 여건, 입지 조건 등을 따져보며 지난해 11월까지 막판 저울질을 했고 가장 기업 친화적인 지원 의사를 드러낸 조지아가 낙점을 받았다.


미 조지아주 ´퀵스타트(Quick Start)´ 프로그램

조지아주 정부가 투자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을 뽑아 기업 수요에 맞게 직업 훈련 교육을 무료로 제공하는 프로그램으로 1967년부터 실시


▼ 로스 美상무장관 “임기중 가장 기쁜 날”

공장 기공식 참석해 “감사”… SK “완공되면 글로벌 톱3 진입”

“미국을 세계에서 가장 투자하기 좋은 나라로 만들기 위한 계획이 결실을 보고 있다. SK 전기차 배터리 공장이 그 증거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사진)은 19일(현지 시간) 조지아주 잭슨카운티 커머스시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공장 기공식 기조연설에서 “2년간의 장관 임기 중 가장 기쁜 날 중 하나”라고 치하했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행정부의 모든 인사는 SK의 공헌에 감사한다”며 “SK이노베이션이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미국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날 1시간 넘게 행사장에 머물며 주정부 관계자 및 SK 경영진과 함께 첫 삽을 들었다. 로스 장관은 “SK의 투자 사례는 한미 간 긴밀한 관계를 보여준다”며 “양국은 약 70년간 변함없는 우방이자 충실한 동맹국으로서 자랑스럽게 함께해 왔다”고 강조했다. SK그룹 최재원 수석부회장도 “전기차 산업의 양국 협력이 전반적인 한미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동조했다.

SK는 전기차 배터리를 ‘포스트 에너지’ 시대의 성장동력 및 ‘제2반도체’ 사업으로 육성하기로 했다. ‘선(先)수주, 후(後)증설’ 전략에 따라 충남 서산, 중국, 유럽, 조지아주 공장을 가동하고 2022년 60GWh의 생산 능력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전날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2023∼2025년 전기차 배터리 ‘글로벌 톱3’에 진입할 목표를 세웠다”고도 했다.

커머스(조지아)=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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