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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구 논설위원의 對話]“아직 인공강우로 미세먼지를 해결하기는 힘든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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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구 논설위원의 對話]“아직 인공강우로 미세먼지를 해결하기는 힘든데…”

이진구 논설위원 입력 2019-03-18 03:00수정 2019-03-18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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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강우 실험 총괄하는 주상원 국립기상과학원장
국내에서 인공강우를 미세먼지 제거에 활용하기는 쉽지 않다. 아직 기술도 초보 단계인 데다 무엇보다 미세먼지가 많이 발생하는 날은 고기압인 경우가 많아 강우의 전제조건인 구름이 적기 때문이다. 주상원 국립기상과학원장은 13일 인터뷰에서 “미국 중국 등 인공강우 선진국에서도 인공강우로 미세먼지 제거에 성공했다는 말은 아직 듣지 못했다”며 “기상전문가들도 인공강우로 인한 미세먼지 제거는 아직 요원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서영수 객원기자
《미세먼지가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해결 방안으로 ‘인공강우’가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서해상에서 중국과의 공동 인공강우 실험을 지시하면서 관심이 더 높아진 상태. 듣기에는 그럴듯한데 과연 인공강우로 미세먼지를 제거할 수 있을까. 할 수 있다면 어느 정도나 효과가 있는 것일까. 국내 인공강우 실험을 총괄하는 주상원 국립기상과학원장은 “우리 인공강우 수준은 이제 막 자료를 축적하는 기초단계”라며 “지금 수준으로는 인공강우로 미세먼지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1월 25일 인공강우 실험 중인 기상관측기 내부.

이진구 논설위원
국립기상과학원을 찾은 13일 제주 서귀포의 낮 하늘은 눈이 부시게 푸르렀다. 모자가 날려갈 정도의 바람에 씻긴 탓인지, 얼마 전까지 기승을 부리던 미세먼지도 체감으로는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자체 오염원이 적다 보니 내륙에서 미세먼지가 극심할 때도 제주는 절반 정도 수준이라고 한다. 과학원에 따르면 미세먼지가 극심했던 4∼10일 미세먼지(PM10) 주간 평균이 서울은 101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인 데 비해 제주는 58μg으로 절반 정도였다. 초미세먼지(PM2.5)도 서울은 주간 평균 69μg인데 제주는 38μg이었다.

―이달 초 미세먼지가 워낙 심하다 보니 ‘피미족’이라는 단어까지 생겼다. 아무래도 제주는 미세먼지 피해가 적을 것 같은데….

“자동차 공장 등 자체 오염원이 별로 없으니까 미세먼지가 심하다는 느낌은 잘 못 받는다. 심한 날 한라산이 좀 뿌옇게 보이고 민감한 사람은 목이 좀 칼칼한 정도? 미세먼지가 심하면 육지는 온통 누렇게 되지만 여기는 수증기와 결합해 하얀색이다.”(중국에서 오는 미세먼지가 많은 편인가?) “중국과 그리 먼 거리는 아닌데 기류 탓인지 그렇게 심한 것 같지는 않다. 게다가 바람 탓에 흩어지니까 더 못 느끼는 것 같기도 하고.”

※이날 오후 서귀포의 미세먼지는 43μg으로 보통 수준이었지만 바람 탓인지 체감으로는 거의 느낄 수 없었다. 기자는 먼지 알레르기가 있어 미세먼지에 민감한 편이다.

―주간 평균은 낮았지만 5일 하루는 118μg까지 올라갔는데….

“여기도 나쁠 땐 아주 안 좋은데, 바람이 세다 보니 오래가지는 않는다. 다음 날인 6일에는 바로 절반 수준인 49μg으로 떨어졌다. 올해 차량 2부제도 5일 하루밖에 안 했다. 비상저감조치도 없었고…. 생활할 때는 잘 못 느끼는데, 내륙에서 미세먼지가 심하면 제발 좀 줄여 달라는 민원 전화가 많이 오니까 그럴 때 실감하기는 한다. 개인적으로 여기서 미세먼지 때문에 마스크를 써본 적은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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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농도는 좋음 0∼30, 보통 31∼80, 나쁨 81∼150, 매우 나쁨 151 이상(단위 μg), 초미세먼지 농도는 좋음 0∼15, 보통 16∼35, 나쁨 36∼75, 매우 나쁨 76 이상이다.

―미세먼지 피해가 갈수록 커지다 보니 인공강우가 해결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원래 인공강우는 가뭄 해소 대책으로 시작됐다. 그런데 미세먼지가 심해지면서 인터넷 언론 등에서 중국 태국에서는 인공강우 기술을 활용해 미세먼지를 제거한다고 언급했고, 그러면서 인공강우가 마치 미세먼지 해결책인 것처럼 인식됐다. 우리가 먼저 인공강우로 미세먼지를 제거할 수 있다고 한 게 아니다. 일반적으로 기상학계 전문가들은 인공강우로 미세먼지를 줄이는 건 요원하다고 본다.”

―하지만 1월에 인공강우로 미세먼지 제거 실험을 하지 않았나. 당시 관심이 매우 높았다.


“원래 1월 20∼25일 중에 인공강우 실험이 계획돼 있었다. 그런데 1월에 워낙 미세먼지가 심하다 보니 환경부와 얘기하면서 겸사겸사해서 같이 실험은 할 수 있다고 한 거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 인공강우가 성공하면 그로 인한 세정 효과도 측정할 수 있을 테니…. 그런 취지였다. 비가 내리지 않아 실패했지만….” (인공강우의 성공 실패 기준이 뭔가?) “실험 목표가 비를 내리게 하는 것이면 내리면 성공이고 안 내리면 실패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단계가 아닌 아직 연구 단계다. 구름 속에 구름씨(요오드화은)를 살포한 뒤, 그 구름씨가 어떻게 성장해 물방울이 되는지 등을 관측해 데이터를 모으는 수준이다. 아직 성공, 실패를 말할 단계가 아닌데 갑자기 워낙 관심이 뜨거워지다 보니 성공 실패란 단어를 쓰게 됐다.”

―인공강우든 자연 상태든 어느 정도 비가 내려야 미세먼지가 제거되나.

“실제 인공강우로 미세먼지 제거에 성공했다는 논문이나 말을 들어본 적은 없다. 다 시뮬레이션인데…. 천차만별이라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10mm 이상 두 시간 정도는 세차게 내려야 효과가 있다는 것도 있고, 또 어디서는 1mm도 두 시간가량 내리면 효과가 있다고도 한다. 비로 미세먼지를 제거하기가 쉽지 않은 게 우리나라에서 미세먼지가 많은 날은 고기압으로 대기가 정체된 날이 많다. 고기압이면 구름이 별로 없다. 인공강우 조건에 잘 안 맞는 거다. 그래서 인공강우가 미세먼지의 주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을 계속 보고하고 있다.”

―미세먼지 제거도 인공강우가 성공해야 가능한 것 아닌가.

“우리는 보통 평균 1mm 정도 나오는데…. 작년에 처음 우리 비행기로 항공 실험을 했는데 12번 중 9번 성공했다. 2017년 6월 충북 충주에서 했을 때는 시간당 2mm 정도 내렸는데 가장 많이 나온 수치다. 적은 것 같지만 사실 굉장히 많은 양이다. 예를 들어 서울 여의도에 한 시간 동안 1mm가 내렸다면 물의 양은 약 450만 t에 달한다. 1월 서해에서 한 인공강우 실험도 대상 지역 넓이가 여의도의 약 180배였다. 넓은 지역에 흩어져 내리니까 체감하기 어려운 것이지, 다 모으면 엄청나게 많은 양이다.”

―우리 비행기로 항공 실험을 한 게 지난해가 처음이라고?

“지난해에 처음으로 비행기를 샀으니까…. 13인승 크기다.” (그 전에는 기상청에 관측비행기가 없었나? 얼마나 비싸길래….) “조종사, 정비, 실험 등을 다 포함해 1년 운영비가 19억 원 정도 든다. 인공강우 실험만 하는 것은 아니고 다른 분야 실험도 함께 하는 공용이다. 태국 기상청은 인공강우 실험용으로만 31대, 중국은 소형은 뺀 중대형 비행기만 50대가 있다. 중국 기상청은 인공강우 실험을 위한 로켓도 5000대 이상 갖고 있다고 들었다.” (태국도 31대라고?) “거기도 건기에 가뭄이 드는 곳이 많다. 그래서 인공강우 연구가 활발하다.”

―한 대로는 충분한 실험이 어려울 것 같은데….


“다른 나라는 보통 두세 대가 함께 떠서 하나는 구름씨를 살포하고 나머지는 뒤따라가며 빗방울 형성 과정을 관측한다. 한 대로 하면 구름씨를 뿌린 뒤 다시 돌아오며 관측해야 하는데 지역이 넓은 데다 비행시간이 3∼4시간밖에 안 돼 제대로 관측하기가 어렵다.” (비행기를 사기 전에는 어떻게 했나?) “1, 2인용 경비행기를 임차했는데 비행기가 작아 관측 장비를 설치할 수가 없어서 구름씨만 뿌리고 관측은 지상에서 했다.” (구름 속 상황은 측정하지 못한 건가?) “못했다. 작년에 비행기를 사면서 구름 속을 분석한 게 처음이다.” (이제 걸음마인데 대통령이 너무 많은 걸 요구하는 것 같은데?) “하하하.”

―대통령이 중국과의 공조를 주문했는데 중국이 좀 우호적인가.


“작년 11월에 중국 기상과학원 기상조절센터를 방문했는데 중국도 인공강우를 이용한 미세먼지 제거 실험을 하기는 했다고 했다. 하지만 분석이 아직 안 돼 자료는 줄 수 없다고 하더라.” (주기 싫어서 그런 것 아닌가?) “중국도 인공강우를 가뭄 대책으로 했지 미세먼지 제거 실험은 그게 거의 처음인 것 같았다. 처음 해서 성공하기는 어려우니까…. 앞으로 계속할지 여부도 말하지는 않았다.”

―중국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기간 중 비가 예보되자 인공강우로 막았다던데….


“미리 비를 내려 맑게 한 게 아니라 올림픽 기간에 비가 오지 않도록 참게 만든 것이다.” (무슨 뜻인가?) “쉽게 말해 구름씨 하나에 수분 10개가 모여야 빗방울이 된다고 치면, 채 10개가 달라붙을 새가 없게 대량의 구름씨를 살포한 것이다. 그럼 빗방울 개수는 많아져도 일정 무게에 도달하지 않아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다. 구름만 좀 커질 뿐…. 구름씨를 너무 많이 뿌려도 비가 안 오기 때문에 적당한 살포량을 찾는 것이 정말 어렵다.”

―미세먼지 제거에 비보다 바람이 더 효과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비는 단순히 물만 뿌리는 게 아니다. 비가 온다는 건 저기압이란 공기덩어리가 밀고 들어오는 거고, 그 공기덩어리의 움직임이 바람이다. 분리해서 비교할 수가 없기 때문에 어느 쪽이 더 효과적인지 알기는 아주 힘들다. 미세먼지를 기상 조절을 통해 해소하기는 쉽지 않다. 미세먼지는 자연현상이 아니라 배출되는 것이니까 결국 근본적으로는 배출원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 않나 싶다.”

―인공강우 실험을 하는 데 아쉬운 점이 있나.


“항공 실험은 날씨와 구름 생성 등 기상조건이 맞을 때만 할 수 있기 때문에 자주 하기 어렵다. 그래서 인공강우 실험을 할 수 있는 체임버(Chamber) 건설을 추진 중이다. 인공적으로 구름을 만들어 강우 실험을 할 수 있는 일종의 커다란 방이다. 지금 어느 정도 규모로 하는 게 가장 좋은지 연구 중이고 내년에는 설계에 들어가려고 한다.”


이진구 논설위원 sys1201@donga.com
#미세먼지#인공강우 실험#주상원 국립기상과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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