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딴짓 했구나!” 몸을 피곤하게 만들지만 때론 유용한 젖산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20일 09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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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산소운동의 파생물 젖산(Lactic Acid)은 무엇일까.

400m를 전력질주 해본 경험이 있는가. 초반에 아주 빠르게 달리면 마지막 150m나 100m를 남기고 근육에 힘이 빠지고 통증이 오는 것을 느껴보았을 것이다. 힘을 써야 하는데 남은 힘은 없고, 스피드는 급격히 떨어진다. 다리는 무겁고 결승선을 통과했을 때는 근육이 탈진되고 메스껍고 현기증도 느꼈을 것이다.

바로 젖산 때문이다. 과학자들이 이 순간의 혈액을 채취해 분석했더니 젖산의 농도가 아주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운동 강도가 높다면 무산소시스템이 주로 사용돼 근육속에 젖산이 축적된다. 전산이 축적되면 근육의 활동능력이 감소된다.

젖산은 산성 물질이다. 젖산이 축적되면 체액에 산도가 증가하고 산도가 증가하면 에너지 생산과 관련된 근육의 화학반응을 방해한다. 결국 근육이 힘을 발휘할 수 없게 하는 것이다. 이것은 근육세포가 젖산이 위험한 수준까지 증가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일종의 자기 보호 작용이다. 산도가 높아지면 근육이 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젖산은 스포츠과학적인 측면에서 보면 아주 유익한 물질이다. 젖산의 농도는 우리가 운동할 때 어떤 에너지시스템을 쓰고 있는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에너지시스템은 운동 강도에 따라 달라진다. 결국 젖산의 농도는 운동 강도를 어떻게 조절하고 있는지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을 제공한다. 최근 국내에서도 엘리트 선수들의 경우 훈련 중에 젖산 농도를 체크해 훈련의 강도를 조절하는 과학적 방법이 쓰이고 있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수영 스타 박태환도 이런 스포츠과학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체육과학연구원(현 스포츠정책개발원)의 도움을 받아 수영장 레인을 돌며 수시로 혈액을 체크, 젖산 농도로 몸 컨디션을 조절하며 훈련의 효율성을 최대화시켜 베이징 올림픽 자유형 남자 400m에서 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획득했다.

박태환의 주 종목은 자유형 1500m. 그런데 1500m에서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선 스피드와 지구력을 동시에 향상시켜야 한다. 앞에서 잠깐 언급했듯 1500m를 100m 달리듯 완주하면 가장 좋지만 생리학적으로는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1500m를 가능한 한 빠르게 가도록 신체의 능력을 키워야 한다. 그래서 훈련이 필요한 것이다. 박태환은 단거리와 장거리를 혼용하며 스피드와 지구력을 키우는 훈련을 했다. 그 과정에서 젖산의 농도를 체크하며 더 효율적인 훈련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박태환 금메달 획득 관련해 ‘무산소성 역치’도 있다. 다음에 설명한다.>

예를 들어 젖산이 많이 쌓이는 시점이 언제인지를 체크해 훈련의 강도를 약하게 했다 강하게 했다 하는 식으로 변화를 주는 것이다. 이는 스포츠과학적인 방법으로 젖산시스템과 유산소시스템의 가동 능력을 훈련으로 동시에 증대시킨 것이다. 훈련을 얼마 하지도 않았는데 젖산이 많이 쌓인다는 것은 몸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땐 훈련 강도를 낮추거나 휴식을 취해 컨디션을 좋게 할 수 있다. 젖산이 컨디션 체크의 척도가 되는 셈이다.

선진국에서는 운동선수들이 휴가를 보낸 뒤 돌아올 때 젖산 테스트를 하는데 젖산 수치가 높으면 휴식이나 적당한 훈련을 한 게 아니라 ‘딴 짓’(?)하며 밤새도록 놀았다는 증거로 본다. 이렇게 젖산은 선수들이 엉뚱한 짓을 못하도록 하는데 활용되기도 한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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