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명성 산부인과도 폐원 직전…“‘인구절벽’ 일본 보다 더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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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2월 14일 14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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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사진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동아일보DB
해당 사진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동아일보DB
인구 약 1000만 명인 거대 도시 서울에서 ‘인구 절벽’ 현상(생산가능인구(15∼64세)의 비율이 급속도로 줄어듦)이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에서는 하루 평균 179명의 신생아가 태어났다. 집계 이래 처음으로 일평균 출생인원이 200명 밑으로 떨어졌다.

앞서 서울시는 12일 지난해 인구·경제·주택·교육·교통 등 20개 분야 340개 주요 통계를 수록한 ‘2018 서울통계연보’를 공개했다. 연보에 따르면 서울시는 결혼과 출산은 크게 감소하고,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증가했다.

이와 관련, 인구학 권위자인 조영태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1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저출산 문제에 대해 “전 세계에서 굉장히 많은 나라들이 경험을 하고 있는 공통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같이 이렇게 급격하게 줄어드는 나라는 없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2002년부터 합계 출산율이 1.3% 아래로 떨어지면서 저출산에 접어들었다”라며 “지속적으로 이 같은 현상이 이어지면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산업들이 생겨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산부인과는 벌써부터 큰 타격을 받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대표적인 산부인과였던 서울 충무로 제일병원이 작년부터 어려워지기 시작하면서 올해에는 거의 문을 닫게 됐다. 지금은 거기서 아기를 낳을 수 없게 됐다”면서 “그 병원이 문을 닫게 된 것이 꼭 저출산 문제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신생아 출산율 저하도 분명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일병원은 1963년 문을 연 한국 1호 여성전문병원이다. 경영난 탓에 최근 ‘폐원설’ ‘매각설’이 돌며 정상적인 업무를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가동 중인 병상은 전체 300여 병상의 3분의1에 불과한 100여 병상에 그치고 있다고 한다.

조 교수는 “올해 태어나는 아이의 숫자가 31만 명 정도로 지난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이른바 ‘베이비부머’ 세대라고 불리는 50~60대가 태어날 당시에는 매년 95~100만 명씩 태어났다”라며 “감소하는 속도를 따져봤을 때 내년에는 20만 명대로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출산율 감소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고 지적한 그는 “일본도 단카이(전쟁 이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태어날 당시에는 매년 평균 200만 명 정도의 신생아가 나왔지만 최근에는 90만 명대로 떨어졌다”라며 “우리처럼 100만 명이 30만 명대로 된 게 아니라, 100만 명에서 50만 명대 정도로 감소한 것이다. 인구 절벽을 중대한 문제로 여기는 일본보다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결국에는 시장을 구성하는 게 사람이다. 이렇게 급격하게 시장이 바뀌어나가면 우리나라의 경제 산업 구조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라며 “급격히 감소하는 출산율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큰 어려움에 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당장 3년 뒤부터 우리 한국의 경제가 인구 변동 때문에 좀 영향을 많이 받게 될 것이다. 학령인구가 2/3 정도로 감소됨에 따라 교육산업, 특히 대학교육산업에 타격을 줄 것이다”이라고 우려했다.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서는 “한국의 치열한 경쟁사회에 살고 있는 청년들은 자신의 몸을 챙기기도 버거운 현실 속에서 재생산을 선택하기보다는 스스로 생존을 선택 한다”면서 “기성세대가 보면 내가 어렸을 때는 더 경쟁이 치열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사실 그때는 그렇지 않았다. 예를 들어서 당시 100만 명이 태어났지만 실제 대학을 가는 사람들은 한 30만 명 정도였다. 또한 모두 서울 소재 대학으로 온 게 아니라 과거 지방 명문대로 진학하는 경우도 많았다. 현재는 60만 명의 아이들이 전부 서울로 오려고 하는 상황이 됐다. 경쟁은 지금이 더 치열해졌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연제 동아닷컴 기자 je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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