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일본과 헛돌면 다른 외교 허당”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12일 03시 00분


코멘트

신각수 前 외교부 차관 화정국가대전략 월례강좌 강연
“외교관들 日지원 기피 개탄스러워… 세계적 기준으로 일본 바라봐야”

“대일(對日) 외교를 제대로 못하면 나머지 외교는 허당이다. 어느 나라나 외교의 출발은 인접 국가와의 외교다.”

신각수 전 외교부 차관(사진)은 1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이사장 남시욱)가 개최한 16회 화정국가대전략 월례강좌에서 후배 외교관들을 향해 쓴소리를 던졌다. 전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외교부 내 일본 업무 기피 현상을 두고 한 발언이었다. 2011년 5월부터 2년간 주일 대사를 지낸 신 전 차관은 “가장 중요한 이웃나라에 외교관이 가려고 하지 않아서 공관 인원 모집을 재공지하는 사태가 벌어졌다면 개탄스럽다”고 했다.

신 전 차관은 ‘전환기 정세와 새로운 한일관계’라는 주제로 펼친 이날 강연에서 이제는 상생과 협력에 기초한 한일관계를 마련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일관계를 양자관계 관점에서만 보는 경향이 있는데 동아시아, 동북아, 아시아태평양지역 관점에서 보면 시각이 풍부해진다”고 했다. 북핵 문제 협력과 중국의 부상에 따른 안보 분야부터 저출산·고령화 사회, 4차 산업혁명 등의 최근 다양한 경제·사회 변화상을 가리켜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전환기”라고 전제한 뒤 “건전한 한일관계는 ‘해도 없는 항해’에 나침반이 될 것”이라고 비유했다.

그러면서 “일본을 바라보는 눈을 세계적인 기준, 즉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서 봐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감정이 아닌, 사실에 기초한 객관적인 기준을 들이댈 때 ‘2018년의 일본’을 제대로 볼 수 있다는 것. 그는 “한일관계 악화로 인한 기회비용이 늘어나면 협력 기회도 줄어들뿐더러 우리가 경제적으로나 여러모로 손해임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신 전 차관은 “한국과 일본이 윈윈 관계로 나가기 위해서는 역사 화해라는 어렵고도 힘든 과정을 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1998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가 21세기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발표한 지 20년이 된 만큼 “민관 협력이 중요하다. 최근 변화상을 반영한 ‘파트너십 선언 2.0’을 새롭게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신각수#전 외교부 차관#화정국가대전략 월례강좌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