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대륙의 ‘배달’굴기… 알리바바-텐센트가 40조원 시장 주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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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가 中서 배달 서비스 나선 까닭은?

중국 주문배달 서비스업체 어러머의 배달원(오른쪽)이 저장성 항저우 시후(西湖)에서 보트를 탄 젊은 커플에게 스타벅스 커피를 건네고
 있다. 중국의 배달서비스는 이제 음식뿐 아니라 커피, 빵, 의약품 등 여러 품목을 배달해줄 만큼 보편화됐다. 이 사진은 지난달 
2일 열린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와 스타벅스의 협력 발표회를 위해 연출된 것으로 실제 중국 내 스타벅스 배달은 9월 말부터 
시작된다. 어러머 제공
중국 주문배달 서비스업체 어러머의 배달원(오른쪽)이 저장성 항저우 시후(西湖)에서 보트를 탄 젊은 커플에게 스타벅스 커피를 건네고 있다. 중국의 배달서비스는 이제 음식뿐 아니라 커피, 빵, 의약품 등 여러 품목을 배달해줄 만큼 보편화됐다. 이 사진은 지난달 2일 열린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와 스타벅스의 협력 발표회를 위해 연출된 것으로 실제 중국 내 스타벅스 배달은 9월 말부터 시작된다. 어러머 제공
스타벅스는 1999년 1월 중국에 진출한 이래 약 20년간 중국 커피시장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켜왔다. 중국 140여 개 도시에 있는 스타벅스 매장은 3400여 개. 지난해 중국 커피시장에서 스타벅스의 점유율은 약 80%에 달했다.

지난해부터 ‘루이싱(瑞幸·영문명 luckin) 커피’ 등 중국 토종 커피 브랜드가 급성장하면서 스타벅스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루이싱커피는 스타벅스보다 약 25% 저렴한 가격과 편리한 주문배달 서비스를 무기로 삼았다. 가격에 민감하고 편리한 배달서비스를 선호하는 젊은 소비자층을 주로 공략했다.

스타벅스는 올해 2분기 매장당 매출이 2% 하락하며 위기감이 커지자 특단의 조치를 내놨다. 바로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 산하의 O2O(온·오프라인 연계) 주문배달 서비스 ‘어러머(餓了麽·중국어로 ‘배고프니’라는 뜻)’와 손잡고 이달 말부터 배달서비스에 나선 것이다.

○ 아침 식사부터 야식까지 배달음식

베이징에 거주하는 직장인 마슈쥐안 씨(23·여)는 일요일 오전 눈을 뜨자마자 주문배달 서비스 앱 ‘메이퇀(美團)’을 열었다. 아침 식사로 주로 먹는 중국식 만두인 바오즈(包子)와 콩물 음료 더우장(豆漿)을 선택한 뒤 알리페이를 이용해 간단히 결제를 마치자 30분 뒤 메이퇀의 배달원이 대문을 두드렸다.

가족과 떨어져 혼자 생활하는 마 씨는 일주일에 서너 번 배달음식을 시켜먹는다. 직장에서 점심, 저녁을 대부분 먹고 오다 보니 나머지는 대부분 배달음식으로 해결하는 셈이다. 마 씨는 “피곤할 때 쉽고 빠르게 먹을 수 있어 배달음식을 선호한다”며 “주로 평일 저녁이나 야식, 주말 아침 식사로 많이 시킨다”고 말했다. 마 씨와 같은 중국의 ‘90허우(后·1990년대생)’ 젊은 세대에게 배달서비스는 삶의 일부가 된 지 오래다. 중국인들의 일상화된 배달문화가 바로 스타벅스 같은 글로벌 기업까지 중국의 특수성에 맞게 배달서비스를 시작하게 한 주된 배경이다.

중국의 배달시장은 매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시장조사업체 아이미디어리서치의 ‘2018년 1분기 중국 온라인 배달시장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216억8000만 위안(약 3조5772억 원) 규모였던 중국 배달시장은 2017년 2052억7000만 위안(약 33조8696억 원)으로 6년 만에 약 9.5배로 성장했다. 올해 예상 시장규모는 2430억 위안(약 40조 원)에 이른다. 이용자 수도 2011년 6300만여 명에서 2017년 3억500만여 명으로 급증했다.

○ 한국 업체도 배달서비스 제공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국 내 요식업체들에 배달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본보 기자가 11일 찾은 베이징의 대표적인 상업지구 궈마오(國貿·국제무역센터)에 위치한 한 베이징덕 매장도 어러머, 메이퇀 등과 제휴해 배달서비스를 제공했다. 일반 레스토랑과 차이가 있다면 주로 직장인이나 관광객이 음식을 주문한다는 점이다. 매장 매니저 장치엔치엔 씨(32·여)는 “배달음식이 전체 수익의 약 6분의 1을 차지한다”며 “월요일에는 밥을 먹으면서 회의를 하는 직장인 고객이 많고, 나머지 날에는 호텔에 묵는 손님들이 주문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업체들도 이런 흐름에 맞춰가고 있다. ‘더티 초코(중국명 짱짱바오·臟臟包)’로 유명한 한국의 한 베이커리는 지난해 5월 베이징 중심가 싼리툰에 1호점을 열었다.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더티 초코’가 입소문을 타면서 매일 빵이 나올 시간이면 매장 앞에 긴 줄이 생길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방부제를 넣지 않는 제품 특성상 장거리 배달이 쉽지 않지만 중국 고객들의 잇따른 요청에 이달 말부터 베이징 지역에 한정해 하루 100개씩 배달서비스로 판매할 예정이다. 싼리툰점 왕사 점장(29)은 “집에서 미식을 즐기고 싶어 하는 고객이 많아 배달서비스를 개시하기로 했다”며 “베이징시 안에서는 2시간 이내에 배송이 가능해 빠르고 편리하게 배달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2004년과 2005년 각각 중국에 진출한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도 일찌감치 어러머, 메이퇀 등과 제휴해 배달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중국에서 10년째 한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셰프 안현민 씨(44)도 2014년부터 배달서비스를 이용 중이다. 4년째 중국판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하면서 방송을 보고 찾아오는 중국 손님이 많지만 배달서비스는 여전히 매출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안 씨는 “전체 매출의 최소 10%에서 최대 30%는 배달서비스에서 나온다”며 “매장에서 따로 배달원을 구할 필요 없이 배달업체에서 모든 배달 과정을 책임지기 때문에 서로 윈윈하는 구조다”라고 설명했다.

○ 모바일 결제 대중화, IT 대기업 주도로 배달서비스 급성장


메이퇀이 발행한 ‘2017년 중국 배달시장 발전연구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배달문화 면면을 들여다볼 수 있다. 지난해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배달음식을 먹는 가장 주된 이유는 ‘식사 시간이 짧아져서’(56.2%)와 ‘음식을 만들기 싫어서’(55.1%)가 꼽혔다. 다음으로는 ‘혼자 밥을 먹어야 해서’(35.3%)와 ‘날씨가 좋지 않아서’(33.9%)가 뒤를 이었다.

주로 점심 식사(43%)나 저녁 식사(29%)로 배달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이 가장 많았다. 오후에 차나 커피를 주문하는 비율은 13%, 야식은 10%, 아침 식사는 5%로 상대적으로 적었다. 배달음식으로 가장 선호하는 음식은 1위가 마라탕(麻辣湯), 2위가 양꼬치, 3위가 돼지고기피단(皮蛋)죽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배달시장의 양대 산맥은 어러머와 메이퇀이다. 2018년 1분기 기준 시장점유율은 어러머와 메이퇀이 각각 55.0%와 40.8%다. 어러머는 알리바바 계열, 메이퇀은 텐센트 계열로 둘 다 중국의 대표적인 정보기술(IT) 대기업이다. IT 대기업과 배달서비스의 만남으로 배달서비스 플랫폼은 O2O 서비스의 핵심으로 거듭났다. 단순히 음식 배달뿐 아니라 담배, 주류, 의약품, 꽃 등으로 배달 품목도 다양해졌다. 앱을 통해서 외식, 영화, 숙박, 여행 등의 예약도 가능하다. 그야말로 모바일 생활의 필수 앱이 된 것이다. 20일 홍콩 증시 상장을 앞둔 메이퇀은 시가총액이 50조∼6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거기에 모바일 결제의 대중화도 이런 서비스가 자리 잡는 데 큰 몫을 했다. 지난해 말 기준 중국 누리꾼 7억7200만 명 중 약 65%가 모바일 결제를 이용하고 중국 소비 지출액 중 모바일 결제가 78.5%를 차지할 만큼 이미 모바일 결제는 중국 소비생활의 대세가 됐다. 서병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중국지역본부장은 “개인정보에 대한 규제가 적어 모바일 간편결제가 쉽게 이뤄지고 중국의 대표적인 IT 기업인 알리바바, 텐센트 등이 주도하면서 중국 배달시장이 급성장하는 발판이 됐다”고 분석했다. 중국 내 1인 가구의 증가로 배달시장의 성장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베이징=권오혁 특파원 hyuk@donga.com
#중국#배달음식#어러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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