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입양 37년만에… 마침내 부른 “어머니”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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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로 낳자마자 입양됐던 모토씨, 국내 한국어 캠프 참가중 생모 만나
“한국말 열심히 배워 또 올거예요”

23일 윤순예 씨(왼쪽)가 37년 만에 재회한 아들 그자비에 모토 씨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웃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23일 윤순예 씨(왼쪽)가 37년 만에 재회한 아들 그자비에 모토 씨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웃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더 빨리 찾아뵙지 못해서 죄송해요, 어머니….”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홀트아동복지회관. 한국계 프랑스인인 그자비에 모토(한국명 신동은·37) 씨는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이렇게 말했다. 어머니 윤순예 씨(59)는 잡고 있던 아들의 손을 토닥이며 위로했다.

모토 씨는 1981년 1월 대전에서 태어났지만 구순구개열(입술 잇몸 입천장이 갈라진 기형) 장애가 있었다. 젖을 빨지 못해 입안으로 모유를 흘려줘야 했다. 병원을 여러 곳 찾아갔지만 당시 우리나라의 의료 기술로는 치료가 안 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형편이 넉넉지 못했던 윤 씨 부부는 아들을 해외로 데려가 치료할 여력이 없었다. 주변에서는 ‘차라리 아이를 해외 선진국으로 보내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권유했다. 결국 한 달여 만에 첫아들을 입양기관으로 보냈다. 프랑스 가정에 입양됐다는 소식을 들은 뒤에도 윤 씨는 수시로 입양기관에 아들의 행적을 물었다. 윤 씨는 “‘규정상 알려줄 수 없다’는 응답이 돌아왔지만 언젠가 연락이 닿으리라는 생각에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모토 씨는 프랑스 중동부 디종의 의사 부부에게 입양됐고 수술을 받아 장애를 잘 치료했다. 그는 화목한 가정에서 사랑받으며 자라면서도 항상 모국인 한국이 궁금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외교부 산하 재외동포재단에서 연 ‘차세대동포 한국어 집중캠프’에 참가하기 위해 11일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부모를 찾으려고 입양기관을 찾은 모토 씨는 깜짝 놀랐다. 장애 때문에 자신을 버린 줄 알았던 어머니가 사실은 자신에게 새로운 삶을 주기 위해 떠나보냈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젖먹이 때 떠나보낸 아들을 성인이 돼서야 다시 만난 윤 씨는 “아버지를 많이 닮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윤 씨는 남편과 2008년 사별했다. 이날 두 명의 남동생과 첫 만남을 가진 모토 씨는 “내가 형제들과도 많이 닮은 것 같다”며 웃었다.

모토 씨는 프랑스로 돌아간 후에도 한국의 가족과 연락하기 위해 한국어를 열심히 배우겠다고 말했다. “다섯 살 아들이 있어요. 어머니에게 보여드리러 또 한국에 올 거예요.” 모토 씨는 어머니의 손을 잡으며 환하게 웃었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프랑스 입양#재외동포재단#차세대동포 한국어 집중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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