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30000호]황순원 등 ‘문단의 별’ 무더기 배출한 동아신춘문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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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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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에 연재된 심훈 ‘상록수’… 일제때 농촌계몽운동 기폭제 역할
이문열-기형도 등 문학사에 한 획

‘국내 최초, 그리고 최고.’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대해 이야기할 때 어김없이 등장하는 수식어다. 동아일보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1925년 신춘문예 제도를 도입했다. ‘임꺽정’으로 유명한 홍명희 당시 편집국장 겸 학예부장이 주도했다. 이에 앞서 1923년부터 문예작품 현상 공모에 나섰다. 이후 신춘문예가 정기적인 공모제도로 자리 잡았다. 신춘문예는 첫해부터 동요 ‘낮에 나온 반달’ ‘퐁당퐁당’의 가사를 쓴 아동문학가 윤석중(동화 ‘올빼미의 눈’)을 발굴했다. 1933년 황순원(시)에 이어 1936년에는 서정주(시), 김동리 정비석(이상 소설)이 한꺼번에 수상했다. 한수산 안도현 장정일, 아동문학가 이오덕 정채봉, 극작가 이강백 역시 본보 신춘문예 출신이다. 현기영 조성기 정진규 오탁번 송기원 남진우 역시 본보에서 첫걸음을 내디뎠다. 본보 신춘문예가 명실상부한 문학계 스타들의 등용문이 된 것이다.

신춘문예는 변화와 도전에도 과감하게 나섰다. 1979년 중편소설 부문을 신설한 것이 대표적이다. 중편 부문 첫 당선자는 ‘새하곡’을 쓴 이문열이었다. 이문열은 “고전만을 강조하던 다른 신문의 신춘문예 심사와 달리 동아일보는 실험적인 정신의 소설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시대의 흐름에도 한 걸음 앞서갔다. 세기말 젊은이들의 허무주의적 감성을 대변한 기형도를 1985년 ‘안개’로 당선시켰다. 1995년에는 중편 부문에 은희경의 ‘이중주’, 전경린의 ‘사막의 달’이 공동 당선됐고, 이들은 세차게 몰아친 여성 작가 돌풍의 주역이 됐다. 함정임 정끝별 조경란 등도 본보를 통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은 여성들의 목소리를 당당하게 내며 문학계의 변화를 이끌었다. 2000년대 들어 당선된 천운영 윤성희 박주영 김언수 손보미도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본보 신춘문예 출신의 영화, 미술, 방송계 인사도 많다. 이창동 감독은 중편소설 부문에 당선됐고 유홍준 김병종은 미술평론부문, ‘용의 눈물’의 작가 이환경은 시나리오 부문으로 등단했다. 자매지인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서는 박완서를 비롯해 남지심 이남희가 배출됐다.

한편 1935년 ‘동아일보 창간 15주년 기념 장편소설 특별공모’에는 심훈의 ‘상록수’가 당선됐다. ‘상록수’는 그해 9월부터 다음 해 2월까지 동아일보에 연재되며 농촌계몽운동의 횃불이 됐다.

은희경은 “아무 인맥도 없는 사람이 무턱대고 할 수 있는 게 신춘문예”라고 말했다. 전경린은 “역대 당선자 이름을 확인하며 황금 계보에 놀랐다”고 감탄했다.

2018 신춘문예에도 모두 2260명이 6980편의 작품을 응모해 뜨거운 열기가 계속되고 있음을 증명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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