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 러브그로브 “한국 도자기, 창작욕구 샘솟게 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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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아이맥-소니 워크맨 디자인 산업디자이너 로스 러브그로브

로스 러브그로브는 전시실 한가운데 놓인 자신의 ‘트랜스미션’ 작품을 두고 “마음껏 만지고 느껴봤으면 좋겠다. 이를 통해 창의적 발상이 떠오른다면 나로서는 영광”이라고 말했다. 전시실 벽에는 15세기에 만들어진 대형 태피스트리가 걸려 있다. 런던=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로스 러브그로브는 전시실 한가운데 놓인 자신의 ‘트랜스미션’ 작품을 두고 “마음껏 만지고 느껴봤으면 좋겠다. 이를 통해 창의적 발상이 떠오른다면 나로서는 영광”이라고 말했다. 전시실 벽에는 15세기에 만들어진 대형 태피스트리가 걸려 있다. 런던=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산업 디자이너들이 가장 끔찍하게 여기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뭔가를 만들어내는 사람입니다. 정성을 쏟아 디자인한 제품이 영구적으로 지속되길 원하죠. 그런데 그것이 쓰레기통으로 간다면 아주 고약한 일이죠.”

애플 아이맥, 소니 워크맨 등을 디자인한 영국의 세계적 산업 디자이너이자 설치미술가 인 로스 러브그로브(59)의 말이다. 최근 영국 런던의 빅토리아&앨버트박물관(V&A)에서 그를 만났다.

영구적인 지속을 원해서였을까. 그는 16∼24일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 기간 중 이 박물관에 자신이 만든 ‘트랜스미션’ 작품을 선보였다. 스웨이드와 비슷하지만 더 가볍고 실크처럼 부드러운 촉감을 지닌 신소재 알칸타라로 만든 길이 25m의 작품이 뱀과 같은 형상으로 전시돼 있었다. 이 전시실 벽면에는 여러 색실로 그림을 짜 넣은 직물인 대형 태피스트리가 걸려 있다.

“제가 바쁜 활동 중 어디론가 숨고 싶을 때 찾는 곳이 이 전시실이죠. 15세기 초 제작된 이 태피스트리를 보면서 작품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최신 소프트웨어로 태피스트리의 색상을 뽑아내 신소재로 그 색상들을 구현해 제작했죠. 옛것과 새로움의 조화입니다.”

애플, 소니와의 작업으로 1980년대부터 명성을 쌓기 시작한 그는 르노, 일본항공, 태그호이어, 이세이 미야케 등 다양한 산업 영역에서 활동했다. 특히 ‘캡틴 오가닉’이라 불리며 유기적인 곡면 형태를 다루는 데 독보적이란 평을 받는다. 영감은 주로 자연에서 얻는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입니다. 자연이 모든 형태의 기본입니다. 살찐 나무, 뚱뚱한 야생동물을 본 적 있나요? 자연 자체가 완벽한 형태를 갖추고 있고, 여기서 아이디어를 빌려온 것뿐입니다.”

그는 1990년대 말부터 설치미술가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MoMA)과 구겐하임미술관,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 등에 그의 작품이 전시됐다.

“새로운 소재를 도입해 예술적 관점으로 다가간다는 것은 모험이죠. 앞으로는 도자기에 도전하고 싶어요. 한국 방문 때 도자기를 만들어봤는데 진기한 체험이었거든요.”

한국 기업들과의 작업도 활발하다. 4월 LG디스플레이와 함께 심해 생물에서 영감을 얻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조명을 디자인했다. 내년에 나오는 삼성전자의 스마트워치 기어S4의 인터페이스(UI) 제작도 하고 있다.

“전통 사찰과 디자인 등 한국의 아름다움에 매번 감탄해요. 대한항공을 탈 때가 많은데 한국의 하늘색은 정말 훌륭하죠. 다만, 기내 디자인이 좀 ‘테러블’해서 차라리 잠을 자려고 합니다. 제가 손을 좀 보고 싶기는 해요. 하하.”

런던=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애플 아이맥#소니 워크맨#로스 러브그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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