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대입당락 가르는 자료로 쓰면 안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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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창시자’ 박도순 高大명예교수
280점과 290점은 의미없는 차이… 절대평가-입학사정관제 활성화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대학 입학의 합격과 불합격을 결정하는 자료로 쓰여서는 안 됩니다.”

‘수능의 창시자’로 불리는 박도순 고려대 명예교수(사진)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수능 절대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30일 서울 종로구 일민미술관에서 만난 박 교수는 “수능 점수가 10, 20점 차이 난다고 합격과 불합격을 가르는 건 소송감”이라고 잘라 말했다. “통계학적 측정 오차를 고려했을 때 수능에서 290점과 280점은 아무런 의미 없는 차이”라는 것이다.

박 교수는 노태우 정부 시절인 1988년부터 법적기구인 중앙교육심의회 산하 고등교육심의회의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며 수능을 설계하기 시작했다. 1993년 수능을 처음 시행할 때까지 5, 6년 동안 총 7차례에 걸쳐 실험평가도 진행했다. 그에게 ‘수능 창시자’라는 타이틀이 따라다니는 이유다.

박 교수는 “절대평가는 세계적 추세”라며 “수능도 절대평가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단순 지식을 잘 암기하는 인재보다 수많은 정보 속에서 필요한 지식을 찾아낼 줄 아는 인재,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인재를 더 선호한다는 이유에서다. 주요 선진국들도 학생들의 상상력과 창의력, 자기 주도 학습능력을 키우는 교육에 집중하고 있다. 박 교수는 “수능도 다른 학생과 비교하는 수단이 아니라 국가가 제시한 기준을 각 학생이 얼마나 갖췄는지를 판단하는 시험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수능이 본래의 목적은 잃은 채 학력고사와 비슷해졌다고 지적했다. 암기력이 수능의 중요 요소가 됐다는 얘기다. 박 교수는 “(우수) 대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이 다시 수능을 봤을 때 불합격권에 드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이는 수능이 암기력 테스트로 전락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이론적으로 단편적 지식은 대부분 3년이 지나면 약 70%가 잊힌다.

박 교수는 입학사정관제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입학사정관제의 핵심은 심층 면접이다. 박 교수는 “3명의 입학사정관이 학생 한 명을 두고 30분 동안 면접을 하면 3명의 평가가 거의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상당수 대학원과 기업에서도 면접으로만 지원자를 선발하는 시대에 왜 대학은 그렇게 할 수 없냐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박 교수는 “원하는 진로와 상관없이 무조건 대학에 진학하는 건 의미 없는 곳에 돈을 낭비하는 것과 같다”며 ‘학벌 지상주의’를 비판했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수능 창시자#박도순 명예교수#절대평가#입학사정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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