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뇌구조-유전자 특성 파악… 전국민 조기진단 가능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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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예측 기술 개발]조선대 치매연구단 국내 첫 성공

뇌경색으로 혈관성 치매에 걸려 뇌에 손상을 입은 환자의 MRI 사진. 동아일보DB
뇌경색으로 혈관성 치매에 걸려 뇌에 손상을 입은 환자의 MRI 사진. 동아일보DB
치매는 무섭다. 언제 누구에게 찾아올지 예측조차 할 수 없다. 혹여 발병이라도 하면 이를 지켜봐야 하는 가족은 환자 못지않은 고통에 시달린다. 조선대 치매국책연구단은 한국인 유전자와 뇌 구조의 특징에 주목해 치매예측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국책연구에서 소외되어 있던 호남 지역에서 연구가 시작돼 의미를 더했고 연구개발에 예산(160억 원)을 투입한 미래창조과학부의 결정이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 APOE4 유전자 검사와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국책연구단 측은 “우선 유전자 검사를 통해 국민 중 APOE4 동형접합형 유전자를 가진 사람을 가려내 꾸준히 추적하면 치매 발병을 막고 치료 효과도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유전자 검사에 이어 연구단이 개발을 완료한 연령대별 한국인 표준 뇌 지도와 비교해 치매 발생 가능성을 진단하자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뇌에도 여러 변형이 일어난다. 연령대별 표준 한국인 뇌와 비교해 변형 정도가 심할 경우 치매 위험군으로 분류해 선제적으로 치료를 시작하면 발병을 막거나 늦출 수 있다.

연구단은 표본연구에 참여한 65세 이상 1044명의 뇌를 MRI로 촬영해 변형 정도를 정밀 측정한 뒤 데이터로 보관하고 있다. 기억을 저장하는 해마 등 뇌 핵심 부위가 표본 연령대 측정치를 크게 벗어나면 치매 발병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연구단의 결론이다.

일선 의료기관이 쉽게 진단할 수 있는 진단 방식도 개발을 거의 끝냈다. 검사 대상자의 뇌 영상 자료를 입력하면 진단 대상 부위의 상태를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판단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진단 방식과 구체적인 프로그램 등은 연구단이 국제 특허를 출원하고 유력 학술지를 통해 공개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연구단은 APOE4 위험도를 키우는 유전변이 진단 기술을 3년 내에 해외로 진출시킬 계획이다. 혈액세포에 존재하는 극미량의 DNA 분석을 통한 치매 발병 위험도를 예측하는 진단 방식도 개발을 마무리했다. 이 방식은 분석 비용이 뇌 영상 검사보다 크게 저렴해 전 국민 대상의 건강검진 항목에 넣어도 큰 무리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 발병 30% 억제, 비용 10조 원 절감

전남 지역 인구 중 65세 이상 비율은 21.2%(2015년)로 국내에서 가장 빨리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또 정부 당국은 올해 65세 이상 노인 중 치매 환자가 72만5000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직접적인 치료와 보호 등 사회적 비용은 올해 17조9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환자와 가족의 생활 만족도가 크게 떨어진다는 점 외에 이 같은 막대한 금전적 부담이 뒤따른다.

조선대 치매국책연구단이 자리 잡은 광주에서는 2014년부터 광주시 치매예방관리센터가 매년 3000명 이상 치매 위험군 선별 검사를 진행했다. 또 조선대병원에서는 위험군으로 분류된 연간 1000명가량의 뇌 MRI를 촬영해왔다. 이런 연구가 축적 진행돼온 덕분에 연구단은 단기간에 치매예측 진단 기술을 개발할 수 있었다.

연구단은 진단 프로그램이 전 국민에게 적용되면 발병률을 최소 30% 이상 낮출 수 있고 2030년부터는 연간 10조 원 이상 사회적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본다. 세계적으로 치매로 인한 치료 및 사회적 비용 부담액이 내년에는 1조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연구단은 해외 치매 의료 시장 진출도 검토할 방침이다.

조선대 강동완 총장은 “고령 인구가 많은 지역 특성을 살린 국책연구가 낙후된 호남 지역에서 진행돼 더 뜻깊다”며 “지역사회와 연계한 돌봄 서비스 개발과 가족 치유 등 산적한 과제를 풀기 위해 학내 연구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건보 적용과 치료약 개발 필요

진단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전 국민의 뇌 영상이 필요하다는 게 연구단의 판단이다. 이를 데이터베이스로 보관하고 향후 치매가 발병한 사람의 뇌 영상을 다시 정밀 분석해 어떤 차이가 있는지 파악하면 예측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60세 또는 65세 때 뇌 MRI 촬영을 의무화하고 건강보험을 적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

국책연구단은 치매선별검사 자료(SNSB) 4500건, MRI 뇌 영상 3500건, 전장유전체 4500건, 혈액 샘플 3500건 등 치매 관련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이 규모는 양적, 질적으로 아시아 최대 규모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자료는 향후 치매 예측 진단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 활용된다.

분당서울대병원 김상윤 신경과 교수는 “한국인의 특징을 잘 파악해 개발된 치매 예측 기술로 평가한다”며 “다만 진단 이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약물 개발 등 후속 조치가 서둘러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다국적 제약사가 주도하는 치료 및 예방약은 임상 3상 단계를 거치고 있다. 이 중 일부 치료 및 예방 약품이 3∼5년 이내에 상용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국내에선 막대한 연구개발 비용 때문에 직접적인 약품 개발 연구는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이동영 argus@donga.com·이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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