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중기 박보검 공유… 女心 녹인 그대, 행복했지 말입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0일 03시 00분


코멘트

[2016 문화계 오樂가樂]
―방송계 ‘이달의 플레이어’

 2016년 방송계는 언제나 그랬듯 왁자지껄했다. 사건사고만 쳐도 보따리가 넘칠 지경. 그래도 연말엔 벌보다는 상을 주는 게 인지상정. 대중문화팀은 올해 달력을 펼쳐놓고 ‘이달의 플레이어’를 뽑아봤다. 영국 프리미어리그가 손흥민을 9월의 선수로 선정했듯이. 수상자는 따로 상패까진 마련치 못했으니 마음만 받아주시길.

 ①월의 선수 조진웅=만장일치였다. tvN ‘시그널’ 이재한 형사는 올해 방송계 남우주연상 감. 원래도 연기력이 출중했으나 이젠 특급 반열에 올랐다는 평이다. 라이벌은 내부에 있었다. 김은희 작가와 배우 김혜수. 같은 방송사서 16일 종영한 ‘응답하라 1988’도. 허나 “20년이나 지났는데 뭐라도 달라졌겠죠, 그죠?”란 절절함을 어찌 당할쏘냐.

 ②월의 선수 아이오아이(IOI)=“픽미 픽미 픽미 업.” 엠넷의 ‘프로듀스101’은 초기엔 ‘성 상품화’ 논란이 컸던 예능. 허나 직접 걸그룹을 뽑는다는 유혹은 곧 시청자를 달아오르게 했다. 내년 시즌2도 나온다. 우승한 전소미, ‘국민이 뽑는다’는 원칙에 가장 잘 맞았던 김소혜 등 개인에게 줘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으나 우리끼린 싸우지 않기로 했다.

 ③월의 선수 송중기=역시 이견이 없었지 말입니다. KBS2 ‘태양의 후예’는 시청률 약 40%를 기록한 대박 드라마. 뭣보다 유시진 대위는 2014년 ‘별에서 온 그대’ 도민준(김수현) 이후 최고의 한류 히트상품이었다. 구글에 따르면 ‘태양…’은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글로벌 TV 분야 톱10(9위)에 이름을 올렸다.

 ④월의 선수 김숙=의외이리라. 사실 이때도 맹위를 떨친 건 유 대위였다. 허나 4월은 ‘언니들의 슬램덩크’(KBS2)가 닻을 올린 달. 여성만 호스트인 예능은 지상파에서 2007년 종영한 ‘여걸식스’ 이후 처음이었다. ‘언니…’의 성패와 상관없이, 김숙은 박미선 송은이 다음 끊길 뻔한 여성 예능 MC 계보를 이었다. ‘멋진 언니’의 앞길에 경배를.

 ⑤월의 선수 서현진=tvN ‘또 오해영’이 터질지 누가 알았으랴. 가수에서 전향한 ‘그저 그런’ 배우로 보였던 서현진은 9회말 대타 역전 홈런을 날린 격이었다. 오해영은 20, 30대 ‘흙수저’ 여성을 완벽하게 대변했다는 평. 현재 시청률 20%가 넘은 SBS ‘낭만닥터 김사부’를 통해 반짝 스타가 아님을 몸소 증명하고 있다.

 ⑥월의 선수 음악대장=
밴드 ‘국카스텐’의 리드보컬 하현우에겐 평생 이 별명이 따라다닐 게다. 음악대장은 MBC ‘복면가왕’을 넘어 올 상반기 예능계를 평정했던 아이콘이었다. 5일 하현우가 10연승을 앞두고 스스로(?) 권좌에서 내려온 뒤 복면가왕이 하락세인 것만 봐도 그의 영향력은 압도적이었다.

 ⑦월의 선수 나나=
선정 시 가장 의견이 분분했다. 파급력을 보자면 엠넷 ‘쇼미더머니5’ 우승자인 비와이가 낫다는 의견이 상당했다. 허나 비와이는 방송보다는 음악 쪽. 국내 최초로 미국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tvN ‘굿와이프’에서 나나는 ‘누구도 몰라봤던’ 신인 여우상감 연기를 펼쳤다.

 ⑧월의 선수 김국진&강수지=작품에서 만나 연인으로 발전한 사례는 많았지만 SBS ‘불타는 청춘’에 출연하다 4일 열애를 인정한 두 사람만큼 주목받은 적은 드물었다. ‘박근혜&최순실’만 없다면 올해의 커플상도 떼어 놓은 당상일 터. 수없이 터진 연예인 열애 속에서도 “이게 어른스러운 연애”라는 아우라를 보여줬다.

 ⑨월의 선수 박보검=MBC ‘W’ 이종석이란 강력한 경합자를 제쳤다. 그만큼 올가을 박보검 신드롬은 엄청났다. 유 대위를 떠나보낼 만치. 솔직히 KBS2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연기는 김유정이 나았다. 그럼 뭐하랴. 먼발치라도 ‘이영 세자’ 보겠다며 서울 광화문에 5000여 명이 몰려드는 걸.

 ⑩월의 선수 조정석=나나와 비와이만큼 치열했다. 상대는 tvN ‘혼술남녀’. 혼밥·혼술족이란 사회현상을 다뤘다는 메시지에도 조정석의 원맨쇼를 당해내질 못했다. 물론 SBS ‘질투의 화신’은 공효진 없인 불가능했을 드라마. 하지만 B급 연기를 특급으로 해내는 그의 능력은 끝을 알 수 없다.

 ⑪월의 선수 ‘광화문 촛불집회’=평상시라면 6일 SBS ‘런닝맨’ 마지막 방송을 마친 개리에게 주어졌을 상. 최근 런닝맨은 내년 초 종영까지 알렸다. 허나 10∼12월 국내 방송 보도는 농단 세력들이 평정했다. 그 와중에 오롯이 빛난 건 ‘이백만 개의 촛불’. 시청자들이 가장 관심 있게 지켜본 건 광화문광장이었다.

 ⑫월의 선수 공유=올해 그는 뭘 해도 된다. 현재진행형인 tvN ‘도깨비’ 신드롬은 영화 ‘부산행’ ‘밀정’에 이은 3연타석 홈런. 대중문화계 전체 ‘올해의 선수’로는 그가 가장 유력하리라. 젠장, 도깨비도 저리 멋지면 어쩌란 거냐. 이 시국에 주말 오후 8∼9시 뉴스시간대 철옹성을 무너뜨린 그의 위력.

 ◇올해의 선수―김은숙 작가

MVP 김은숙 작가
MVP 김은숙 작가
 두말할 나위 없다. 올해 ‘태양…’과 ‘도깨비’ 2편이나 메가 히트시켰다. 언제나 기본 얼개는 ‘백마 탄 왕자와 억척 민폐녀’지만 이를 천변만화(千變萬化)시키는 필력. 특히 남성 주인공을 돋보이게 만드는 재주는 도깨비급.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이다 ‘올해의 재기상’에 낙점된 건 들국화 노래 ‘걱정말아요 그대’였다. 2004년 발표한 곡이 올해 상반기 ‘응답하라 1988’로, 하반기엔 촛불과 함께 한반도를 물들였다.

정양환 ray@donga.com·이지훈 기자  
#조진웅#아이오아이#송중기#박보검#촛불집회#공유#김은숙 작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