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용 “아날로그 음악 들려주려 물리학 공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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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세 ‘현역 DJ’ 황인용씨

최근 서울 종로구 동숭길 ‘예술가의집’에서 관객들과 공부의 즐거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방송인 황인용 씨. 그는 일흔여섯의 나이에도 여전히 DJ와 내레이터로 활약 중이다. 더하우스콘서트 제공
최근 서울 종로구 동숭길 ‘예술가의집’에서 관객들과 공부의 즐거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방송인 황인용 씨. 그는 일흔여섯의 나이에도 여전히 DJ와 내레이터로 활약 중이다. 더하우스콘서트 제공
 “저, 아직도 현역이에요.”

 진청바지에 황갈색 면 티셔츠를 입은 남자는 대뜸 이렇게 말했다. 그는 올해 일흔여섯. 1960년대 말부터 라디오와 TV를 넘나들며 방송 활동을 한 황인용 씨다. ‘밤을 잊은 그대에게’ ‘황인용의 영 팝스’ 등을 진행했던 ‘그 라디오 스타’는 현재 경기 파주시 헤이리 예술마을에서 고전음악감상실 카메라타를 운영하는 ‘명(名)DJ’로 활약하고 있다. 한 방송사 프로그램의 내레이션도 병행한다. 공연기획사인 더하우스콘서트가 최근 서울 종로구 동숭길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카페에서 마련한 행사에서 그를 만났다.

 황 씨가 음악감상실을 시작한 건 2004년 9월. 지난달로 꼬박 12년이 됐다. 평일은 물론이고 공휴일에도 오전 11시부터 오후 10시까지 DJ실에서 직접 음반을 튼다. 산책할 땐 한 시간짜리 음악을 틀고 나가는 ‘요령’도 생겼다. 하지만 이도 잠시. 금세 불안해져 다시 돌아온다.

 “사실요, 때려치우고 싶습니다. 농담 아니에요. 그런데도 직접 음악을 트는 건 순전히 경영적인 이유거든요. 주방 아주머니와 아르바이트 직원, 매니저에게 월급 주고 가까스로 운영되는 정도예요.”

 그렇다면 스스로를 속박하는 것일까.

 “방송할 때 아무리 바빠도 하루 30분은 동료나 가족, 시청자가 아닌 ‘나만의 즐거움’을 위해 살았죠. 그중 하나가 음악이었죠. 하지만 음악만 생각했다면 진즉 그만뒀을 수 있어요. 오디오에 대한 관심이 저를 여기까지 이끌었죠.”

 그가 오디오를 본격 공부한 건 일흔이 넘어서다. 기계에 푹 빠지니 자연스레 물리학을 공부하게 됐다.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파 간 저항을 최소화해야 원음에 가깝게 재현되죠. 기술이 발전해도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 신호를 바꿀 때 소리는 왜곡됩니다. 입체적인 아날로그 소리와 분명 달라요.”

 황 씨는 전기 원리를 발견한 패러데이, 패러데이의 연구를 이론화하고 응용한 맥스웰, 전자기학 발전에 초석을 쌓은 앙페르 등을 줄줄이 대면서 스피커에서 아날로그 음질이 나오는 원리를 설명했다.

 “한나절 음반을 틀고도 귀가 직전 혼자 DJ실에 남아서 음악 한두 곡을 더 듣는 게 ‘또 다른 재미’가 됐죠. 감상실에 있는 1930년대 극장용 스피커로 듣는데, 크고 자극적인 소리를 재현하도록 개발된 요새 스피커와는 많이 다릅니다.”

 음악감상실 손님들에게 신청곡을 받으면 모든 악장을 틀어주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엘비라 마디간(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의 2악장)처럼 유명한 음악이더라도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의 1, 2, 3악장을 모두 틀어요. 요새는 음악을 짧게 듣는 추세지만 모든 음악을 연속적으로 들어야 감동을 느낄 수 있죠.”

 그는 음악엔 우리를 유쾌하고 편안하게 하고 좋은 감정을 유발하는, 어떤 아름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피타고라스는 음악으로 숫자를 연구했고, 숫자를 연구하다 보니 자연의 진리를 알게 됐다죠. 철학과 수학, 물리학, 기하학이 얽혀 있는 음악이야말로 아름다움의 집약체인 것 같아요. 스스로도 예술, 문학, 과학의 세계를 늦게 접한 게 아쉬울 따름입니다.”

 황 씨는 “앞으로 미학(美學)과 기타를 배우고 싶다”고 했다.

 “머릿속에 빈 공간이 많아 더 배우고 싶은 거죠. 지구상에 태어나 많은 것을 모르고 사는 것과 조금이라도 알고 사는 건 차이가 있잖아요. 뭔가 상상하고 그 속에서 재미를 찾고 싶습니다.”

김유영기자 abc@donga.com
#황인용#음악감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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