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의 본질적 의미를 찾아: 1. 자연분만을 끌어안은 자연주의 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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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년 3월 31일 14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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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선택의 시대이다. 수많은 정보와 개인적인 취향, 왕성한 호기심을 바탕으로 다양하고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는 시대라는 의미이다. 과거에는 ‘틀’에서 벗어나면 마치 ‘선택의 저주’라도 걸릴 것처럼 주저했던 것들이 ‘다양성’이라는 날개를 달아 그 결과와 무관하게 개인에 따라서는 ‘선택의 축복’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시대가 된 것이 아닐까.

■ 자연주의 출산, 자연출산의 열풍

몇 해 전부터 언론을 통해 소개되었던 자연주의출산, 자연출산의 열풍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다른 나라의 경우는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그 때 당시 우리나라 분만 전문병원은 하나같이 다 ‘자연분만’ 전문이고 근무하는 산부인과 전문의 수가 많다며 병원의 규모를 자랑하고 약속이나 한 듯 침대가 여러 개 배열된 큰 분만실과 신생아실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홍보하던 시기였다. 채 1%도 안 되던 조산원 출산과 자연주의 출산병원에 대해 집중적으로 소개했던 한 공중파 방송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은 그 파급력이 대단했다.

다큐멘터리의 주인공들은 순식간에 영웅처럼 보였고, 우리나라 ‘자연출산운동’의 선구자로 추앙받을 만큼 대단한 사람과 대단한 병원이 되었다. 물론 그것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그 다큐멘터리 이후로 좀 다른 출산을 선택한 사람들을 좀 더 편안한 시각으로 바라보게 하는 계기가 생긴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오죽했으면 기존의 병원 위주의 자연분만과의 차별을 유도하기 위해 ‘분만’과 ‘출산’의 용어 차이를 한자로 해석하며 그것의 다름을 강조하면서까지 기존의 병원 위주의 자연분만이 진정한 의미의 자연분만이 아님을 알려야 했을까. 실상 사전에 자연분만(natural childbirth)을 찾아보면 과도한 약물유도를 배제한 분만 유도 체제라고 해석되어 있어 지금 우리가 그토록 열망하는 ‘자연출산’과 같은 의미라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 자연주의 출산의 본질적인 의미를 찾아서.
우리는 단순히 회음절개를 피하기 위해, 혹은 출산에서 내 마음대로 하는 자유를 보장받기 위해 남들과 다른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니다. 주사 맞기 싫고, 분만대에 올라가기 싫어서 이러한 선택을 한 것도 아니다. 그리고 혹여나 모유 수유와 육아가 훨씬 쉬울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면 그것 역시 이 선택에 대한 지나친 기대일지도 모른다. 물론 이러한 ‘자연주의출산’으로 태어난 아기가 훨씬 건강할 것이고 아이큐도 높은 훌륭한 아이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포함된다.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여 분명 뭔가가 더 좋은 것이 있을 것이라는 비교를 통한 만족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만약 그러한 이유와 기대 때문에 자연주의출산을 선택하였다면 그 후회가 너무 크고 막심할 수도 있다. 그러한 피상적이고 내 몸에 행해지는 행위에 초점이 맞추어져 이러한 출산 방식을 선택하셨다면 차라리 덜 아픈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사전적 의미의 자연분만은 기존에 형성된 병원 중심의 자연분만과 다를 뿐, 자연주의출산과 다른 것은 아니다.
△사전적 의미의 자연분만은 기존에 형성된 병원 중심의 자연분만과 다를 뿐, 자연주의출산과 다른 것은 아니다.

■ 자연분만을 끌어안은 자연주의 출산
우리가 이렇게 아이를 낳는 것은 아주 단순한 이유 때문이다. 원래 그렇게 낳아왔고, 그것이 훨씬 더 쉬우면서 편한, 옳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선대로부터 이어져 온 훌륭한 출산의 모습은 지금의 병원 출산과는 아주 동떨어져 있다. 이것은 자연주의냐 의료적이냐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무엇이 보다 나은 출산(improving birth)인가, 무엇이 좀 더 자유로운 출산(free birth)인가를 말하는 것이다. 전통의 밑바탕에 현대 의학의 옷을 입히는 것이지 현대 의학을 부정하며 전통을 고집하고 자연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다. 여러 논문과 연구 자료에서 조금 더 기다린다고 해서 배속의 아이가 크게 잘못되지 않는다는 것이 속속 밝혀지고 있고, 조금 더 늦게 결정한다고 해서 산모의 합병증이 크게 증가하지 않는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생각했던 것처럼 아이들이 그렇게 약하지 않다는 것도.

제대로 된 근거를 바탕으로 기다리고 결정하는 것, 그리고 그 결정의 중심에 가정이 있고, 훌륭한 조언자로, 지지자로 의료진이 있는 것이 지금 우리가 바라는 바람직한 출산의 모습이다. 엄마의 체온이면 충분할 신생아 체온유지를 굳이 인큐베이터에서 할 필요가 없고, 아이의 눈에 익숙하지 않은 밝은 조명을 켜지 않아도 아이의 움직임과 울음소리로 우리는 아이의 상태를 알 수 있다. 잘 우는 아이의 폐 속의 양수를 빼기 위해, 혹은 자극을 주기 위해 아이를 거꾸로 들어 등을 때리는 행위도 더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다. 과도한 회음절개로 변실금이 증가하고, 산모의 합병증이 증가하였으며 과도한 전자 심박동 모니터링과 유도분만으로 인하여 불필요한 제왕절개가 증가하였다. 또, 좀 더 빠른 결정과 쉬운 출산을 위해 사용되었던 무통주사와 촉진제는 오히려 더 많은 부작용을 발생시킨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의학이 한참 발전하던 70-80년대에 좀 더 안전하고자 개발한 많은 의학적인 행위들이 이제는 과거의 유물이 되어 현재의 의학 교과서에서는 더 이상 권장하는 행위가 아닌 것들도 상당수 존재하는 것처럼 출산이라는 영역에서 좀더 안전할 것이라 믿고 선택했던 많은 의학적인 처치 행위들도 변해야 할 시기인 것 같다.

보다 나은 출산을 위한 지금 이 선택이 부디 선택의 축복이 되길 바래본다. 물론 이렇게 잘 낳은 아기, 남들보다 잘 자라주고, 건강하게 자라주며, 부모가 편하게 자라주는 기분 좋은 상상도 함께 해본다.

현) 연앤네이쳐 산부인과 대표원장, 박지원히포노버딩 프랙티셔너(Hypnobirthing Practioner)
현) 연앤네이쳐 산부인과 대표원장, 박지원
히포노버딩 프랙티셔너(Hypnobirthing Practioner)
산부인과 전문의, 박지원연재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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