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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붕 싱글들 청소-빨래 신경전… 밥상모임하며 식구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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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붕 싱글들 청소-빨래 신경전… 밥상모임하며 식구 됐죠”

박희제기자 입력 2014-10-11 03:00수정 2014-10-11 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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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이슈]‘우리 동네 사람들’ 20명 주거공동체 실험
20명 청년들의 생활공동체 ‘우리 동네 사람들’이 5일 인천 서구 검암동 ‘우동사 3호집’에서 진로 모색을 위한 자체 워크숍을 가졌다. 워크숍 도중 이들이 ‘셀카봉’을 이용해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하고 있다. 손에 들고 있는 보드에는 이들의 희망사항과 ‘우동사’의 진로 등이 적혀 있었다. 우리 동네 사람들

“함께 밥 먹는 식구(食口)라는 관계, 거기에 서로에 대한 애정과 신뢰가 쌓이는 비밀이 있는 것 같아요.”

불교대학에 다니며 귀촌(歸村)을 꿈꾸던 청년 6명이 3년 전 터를 잡은 공유주택 ‘우리 동네 사람들(우동사)’에는 요즘 30대 초중반의 20명이 모여 산다. 이들은 빌라 3채를 공동자금으로 구입해 2인 1실로 생활한다. 생활비는 능력에 맞게 적당히 알아서 낸다. 주택을 소유의 대상이 아닌 공유하자는 취지로 운영하고 있는 거였다.

우동사는 인천공항철도 검암역에서 걸어서 10여 분 거리의 인천 서구 검암택지개발지구 빌라단지에 있다. 빌라 1개동 내 주택 6채 중 꼭대기 4층 1호와 앞집 2호, 아랫집 3호 등 3채를 사들여 생활공동체를 꾸리고 있다. 얼마 전 인근의 빌라 1채를 추가로 매입해 게스트하우스로 활용하기로 했다.

1호에서는 베란다에 닭장을 만들어 닭 4마리를 기르고 있다. 염분기를 뺀 음식물 찌꺼기와 과일껍질을 주식으로 주는 암탉은 매일 신선한 달걀 2, 3개를 낳고 있다고 한다. 우동사 식구들은 “집은 ‘사는(buy) 곳’이 아니라 ‘사는(live) 곳’”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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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집 근처에 작은 텃밭을 꾸몄다. 자동차로 1시간 거리인 강화군 양사면 교산리 민간인통제구역에는 한 목사님의 소개로 5000m² 크기의 논을 빌려 2년째 농사도 짓고 있다. 우동사 식구 중 농사의 ‘농’자도 모르는 6명을 주축으로 친구, 지인 40여 명이 공동 경작을 하고 있는 것이다.

기자가 9일 현장을 방문했을 때 마침 벼를 거두는 ‘수확제’가 열리고 있었다. 우렁쉥이 유기농법으로 기른 벼를 낫으로 베는 작업에 앞서 ‘우동사 풍물단’이 징 꽹과리 장구 북 장단으로 흥겨움을 북돋았다. 사람 냄새가 물씬 풍겼다.

우리는 논에서 ‘논 데이’

우동사는 논에서 일을 하면서 노는 날을 ‘논 데이(day)’로 정했다. 이날 오전 8시부터 진행된 벼 베기 작업에는 30여 명의 일꾼이 모였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농업이 사람이 사는 근본이라는 의미)’이란 붉은 글씨가 적힌 깃발을 들고 동네를 한 바퀴 돈 뒤 고사를 지내고 벼 베기 작업에 돌입했다.

이곳은 농기계가 들어가기 어렵고 농사를 포기한 휴경지였다. 우동사가 버려진 이 땅에 씨를 뿌려 경작을 하면서 이 일대는 생기가 되살아났다. 논에는 탐스럽게 자란 황금색 벼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제초제나 농약을 일절 뿌리지 않고 잡초를 잡아먹는 우렁이를 투입한 무공해 쌀이었다.

우동사 청년들은 봄부터 모판에 볍씨 파종하기, 써레질, 손 모내기, 우렁이 파종, 올방개와 피 등 잡초 뽑기, 거름 주기 등 힘겨운 농사일을 해왔다. 우동사 관계자는 “올해 가뭄이 심했던 데다 인근 교산저수지까지 바닥을 드러내 수확량이 적을 것 같다”며 아쉬워하면서도 “농사는 아무리 열심히 해도 하늘이 도와줘야 잘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날 수확한 쌀은 농사에 참여한 청년들에게 골고루 나눠줄 예정이다. 자급자족하기 위한 식량이었다. 지난해 첫 농경지 2500m²에서 거둔 쌀은 한 사람당 10kg 정도씩이었다. 주변에 휴경지가 늘어나면 농사 면적을 더 확대하겠다는 게 우동사의 계획이다.

머무는 곳에서 피어나는 삶의 지혜

2010년 전후로 서울 서초구 정토회에서 인연을 맺은 청년 6명은 한결같이 도시를 탈출해 강화도 같은 농촌에 머물고 싶었다. 법륜 스님의 명상 법문과 1년 과정의 불교대학 강의를 들으며 자급자족의 삶,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기, 생태 평화의 일상을 동경하게 됐다.

우동사의 박진순 씨(35·여)는 초창기부터 이 모임에 열성적으로 참여했다. 올해 2월 5년 동안 일하던 초등학교 교사직을 그만두고 새 인생을 꾸리고 있다. “귀촌을 꿈꾸던 6명이 준비토론을 하다 한 친구의 자취방에서 일주일간 합숙을 했어요. 열띤 이야기를 주고받은 끝에 결론은 ‘일단 함께 살아보자’였죠.”

당시 우동사 멤버 조정훈 씨(34)는 발품을 팔며 살 만한 집을 찾아 다녔다. 수도권 곳곳을 샅샅이 뒤지다 지하철역과 가깝고 집값이 저렴한 90m² 크기의 검암동 빌라를 찾아냈다. 그동안 모아 둔 돈과 은행 대출금 등을 합한 1억 원의 전세자금으로 우동사 1호 복층빌라를 얻었다.

2011년 9월부터 시작된 공동살이에 참여한 청년들은 4명에서 12명, 20명으로 계속 늘었다. 이 과정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발생했다. 지향하는 가치는 비슷했지만 청소, 빨래, 생활품 정리 등 삶의 방식이 달라 종종 의견이 엇갈렸던 것이다.

이 때문에 고안한 게 매주 월요일 오후 8시에 여는 ‘밥상모임’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 당번이 정성껏 차려준 밥상에서 각자의 생활을 편안하게 각자의 불만과 건의사항을 털어놓는 자리였다. 식구가 크게 늘어난 뒤에는 한 달에 한 번씩 ‘우동사의 밤’으로 행사를 바꿨고 거주하는 집의 대표를 한 명씩 뽑아 생활불편 해소책을 찾는 ‘소리통 회의’도 마련하고 있다. 올해 7월에는 공동주거에 관심이 있는 이웃을 초청해 모이고, 떠들고, 꿈꾸는 마을잡담회인 ‘모·떠·꿈’을 열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런 소통의 자리가 확대되면서 우동사는 본격적으로 농사를 짓기 위한 귀촌 후보지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지인의 소개로 충남 홍성, 전북 남원, 경북 봉화, 제주 등 전국 각지를 돌아다녔다. 그러던 중 강화도에서 생태공동체 활동을 모범적으로 펼치는 일본 공동체마을 ‘에즈원커뮤니티’를 알게 되면서 교류를 활성화하는 사이로 발전했다.

우동사엔 전문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공유경제’에 적합한 일자리가 필요했다. 빌라에 입주한 뒤 ‘우리 마을 독서모임(우마독)’을 통해 추린 10가지 키워드는 협동조합, 대안경제, 식량 및 에너지 자립, 의료조합 등이었다. 우마독은 수차례 모임을 가진 끝에 당장 실현가능한 협동조합 형태의 카페를 열기로 결정했다. 보증금 5000만 원을 모아 서울 서초구 정토회 근처의 한 건물 지하를 빌렸다. 자생적인 경제독립을 위한 창업 1호점 이름을 ‘카페 50’으로 정했다.

카페 50은 낮 시간에는 커피와 디저트를 팔고 오후 7시 반 이후에는 재능기부프로그램과 ‘심야식당’ 등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재능기부 강사가 음악, 미술, 어학, 공예 등 주민 대상의 강좌를 무료로 진행한다. 심야식당에선 식사를 하며 여행, 취미, 사회 이슈에 대한 경험과 정보를 나누고 있다. 이곳에서는 조합원들에게 매달 1만 원 분량씩 나눠주는 대안화폐 ‘콩알 쿠폰’이 통용되고 있다. 콩알 쿠폰으로는 커피와 교환할 수 있다.

최근에는 서울 은평구 ‘청년일자리 허브’ 내에 ‘창문 카페’를 낸 데 이어 서울 영등포구에 ‘카페 그래서’를 열었다. 카페 50의 후속 카페다. 장사가 잘 안 되던 점포를 인수해 몇 개월 만에 경영이 안정될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우동사는 조만간 집에서 400m 떨어진 상가에 ‘커뮤니티 팝 0.4km’라는 실험적인 점포를 개설한다. 카페 50의 경험을 살려 저녁에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수제 생맥주를 저렴한 가격에 팔면서 주민과의 폭넓은 관계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낮에는 수요자가 원하는 다양한 무료강좌를 열 계획이다.

이런 공동체 생활 속에서 사랑이 싹튼 연인이 결혼에 골인했다. 1년 전 자연에너지 사업에 뛰어든 정재원 씨와 여교사 이성희 씨 사이에 다음 달 2세가 태어날 예정이다. 우동사 식구들도 경사가 났다며 즐거워했다. 정 씨는 “아이가 태어나도 마음 맞는 친구들과 농사를 짓고 틈새여행을 즐기는 삶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 마을기업 활용한 ‘소행주’… 손님처럼 사는 ‘해방촌 빈집’… ▼

1인 가구 시대 대안주거 모델들


우리 동네 사람들’ 청년들이 9일 인천 강화군 공동 경작지에서 유기농 벼를 추수하고 있다. 인천=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홀로 사는 1인가구가 급증하면서 ‘대안주거’ 모델이 다양해지고 있다. 저소득층을 위한 ‘나눔 하우징’, 청년들이 선호하는 ‘셰어 하우스’, 중산층에 어울리는 가족단위 협동주택 ‘코 하우징’, 공동의 가치를 추구하는 생태·종교공동체 등이 그것이다.

탈(脫)아파트 현상이 확산되면서 주택은 단순히 거처하는 곳이 아니라 이웃과 소통하는 공간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1960∼80년대 급속한 도시화로 해체된 공동체를 복원하려는 욕구가 이런 주거형태의 변화로 표출되고 있는 셈이다.

서울 마포구 성미산마을의 ‘소행주(소통이 있어 행복한 주택 만들기)’는 민간 주도로 성과를 거둔 코 하우징의 대표적 사례다. 마을기업이 이웃과 더불어 살 집을 마련해주는 방식이다. 서울 용산구 해방촌의 빈집들은 임대사업이 목적이 아니라 집과 자본을 공유하는 주거공동체로 자리 잡고 있다. ‘해방촌 게스트하우스 빈집’은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충북 영동의 ‘백화마을’은 생태공동체의 모범으로 꼽히고 있다.

유럽에서는 버려진 산업유산을 재활용해 도시의 창조적 랜드마크로 키우고 있다.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독일 뒤스부르크, 핀란드 헬싱키, 스페인 마드리드 등 유럽 전역에서 골칫덩어리였던 방치된 건물에 생명을 불어넣는 도시재생사업 열풍이 불고 있다. 양조장, 가스공장, 탄약공장, 탄광, 제철소, 도축장이 공연장, 박물관, 호텔, 공원, 체육시설, 주거공간으로 멋지게 탈바꿈되고 있는 것.

천현숙 국토연구원 주택연구본부장은 “최근 소유하지 않고도 각자가 지향하는 생활을 위한 특화된 주택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안주거는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천=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주거공동체#귀촌#우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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