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그야말로 모든 것의 끝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는 것처럼 영혼이 있다고 하더라도, 육체적 죽음을 맞이하면서 그 영혼이 계속 남아 있다고 믿을 만한 근거는 없어요.”
1995년부터 교양철학 정규강좌 ‘죽음(Death)’을 강의해온 셸리 케이건 미 예일대 철학 교수(59)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가 이 강의에서 다룬 내용을 담은 책 ‘죽음이란 무엇인가’는 지난해 11월 국내에서 출간돼 지난달 말까지 15만 부 가까이 팔렸다. 7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 문화관에서 케이건 교수를 인터뷰했다.
그는 “시를 쓰고 사랑도 하고 철학도 하지만 인간은 궁극적으로 엄청나게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특별한 기계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육체가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 그 인간의 모든 것이 끝난다.
“결국 죽음 이후에는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어요. 그러면 왜 죽음은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죠? 죽으면 기회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삶이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겁니다. 유한하기 때문에 스스로의 삶을 낭비하고 있는 것 아닌가 고민을 해야 하는 것이죠.”
그는 “오로지 경제적 이유 때문에 자살을 선택하는 것은 합리적이지도 않고 도덕적이지도 않다”며 “삶에는 돈 말고 더 가치 있는 것이 많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한국에서 10대 청소년들의 자살률이 높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그런 선택은 절대 정당화될 수 없으며 아이들에게 그 압박감에서 벗어날 수 있는 다른 대안을 만들어주지 못하는 사회가 잘못된 곳으로 가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라고 했다.
케이건 교수의 책은 이렇게 끝맺는다. ‘우리는 죽는다. 때문에 잘 살아야 한다. 죽음을 제대로 인식한다면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행복한 고민을 할 수 있다. 부디 삶과 죽음에 관한 다양한 사실들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 보기 바란다.’
그렇다면 그가 추구하는 ‘잘 사는 것’은 무엇일까.
그는 “‘경험 기계’를 상상해 보자”며 말문을 열었다. 미국의 대표적인 자유주의 철학자 로버트 노직이 제기한 이 기계는 완벽하고 현실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장치다. 어떤 경험을 원하든지 실제 그 일을 겪었을 때와 정확히 똑같은 느낌과 감정을 가질 수 있게 해준다.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르고 싶다면 간단한 조작만으로 에베레스트 정상 위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느낄 수 있다. 다만 경험 기계 안에 있는 사람은 자신이 그 안에 들어가 있다는 사실을 전혀 인식할 수 없다.
“그 기계 안에서 당신의 남은 인생을 보내고 싶은가요?”
케이건 교수는 수업 시간에도 학생들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진다. 보통 15% 정도가 ‘그러고 싶다’는 답을 한다. 대부분은 ‘싫다’고 답한다. 아무리 행복하고 즐거운 경험이라도 그런 삶은 무엇인가 빠져 있다는 것이다.
“그럼 이제 또 물을 수 있죠. 무엇이 빠져 있는 것일까요? 그 질문에 대한 답이 당신이 생각하는 ‘잘 사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답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저요? 내게는 내 아이 3명을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고 사랑할 수 있도록 잘 키우는 것이 그 해답 중 하나가 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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