셸리 케이건 예일대 교수 “죽음이 왜 나쁘냐고? 기회가 사라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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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5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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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란 무엇인가’ 저자

강의할 때 항상 책상 위에 올라간다고 해서 ‘책상 교수님’이라고도 불리는 셸리 케이건 예일대 철학 교수는 7일 “죽음을 바라보는 일반적인 견해가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히 잘못됐다”며 “스스로 죽음을 직시하고 예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고민해 보라”고 말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강의할 때 항상 책상 위에 올라간다고 해서 ‘책상 교수님’이라고도 불리는 셸리 케이건 예일대 철학 교수는 7일 “죽음을 바라보는 일반적인 견해가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히 잘못됐다”며 “스스로 죽음을 직시하고 예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고민해 보라”고 말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죽음은 그야말로 모든 것의 끝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는 것처럼 영혼이 있다고 하더라도, 육체적 죽음을 맞이하면서 그 영혼이 계속 남아 있다고 믿을 만한 근거는 없어요.”

1995년부터 교양철학 정규강좌 ‘죽음(Death)’을 강의해온 셸리 케이건 미 예일대 철학 교수(59)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가 이 강의에서 다룬 내용을 담은 책 ‘죽음이란 무엇인가’는 지난해 11월 국내에서 출간돼 지난달 말까지 15만 부 가까이 팔렸다. 7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 문화관에서 케이건 교수를 인터뷰했다.

그는 “시를 쓰고 사랑도 하고 철학도 하지만 인간은 궁극적으로 엄청나게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특별한 기계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육체가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 그 인간의 모든 것이 끝난다.

“결국 죽음 이후에는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어요. 그러면 왜 죽음은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죠? 죽으면 기회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삶이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겁니다. 유한하기 때문에 스스로의 삶을 낭비하고 있는 것 아닌가 고민을 해야 하는 것이죠.”

그는 “오로지 경제적 이유 때문에 자살을 선택하는 것은 합리적이지도 않고 도덕적이지도 않다”며 “삶에는 돈 말고 더 가치 있는 것이 많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한국에서 10대 청소년들의 자살률이 높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그런 선택은 절대 정당화될 수 없으며 아이들에게 그 압박감에서 벗어날 수 있는 다른 대안을 만들어주지 못하는 사회가 잘못된 곳으로 가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라고 했다.

케이건 교수의 책은 이렇게 끝맺는다. ‘우리는 죽는다. 때문에 잘 살아야 한다. 죽음을 제대로 인식한다면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행복한 고민을 할 수 있다. 부디 삶과 죽음에 관한 다양한 사실들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 보기 바란다.’

그렇다면 그가 추구하는 ‘잘 사는 것’은 무엇일까.

그는 “‘경험 기계’를 상상해 보자”며 말문을 열었다. 미국의 대표적인 자유주의 철학자 로버트 노직이 제기한 이 기계는 완벽하고 현실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장치다. 어떤 경험을 원하든지 실제 그 일을 겪었을 때와 정확히 똑같은 느낌과 감정을 가질 수 있게 해준다.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르고 싶다면 간단한 조작만으로 에베레스트 정상 위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느낄 수 있다. 다만 경험 기계 안에 있는 사람은 자신이 그 안에 들어가 있다는 사실을 전혀 인식할 수 없다.

“그 기계 안에서 당신의 남은 인생을 보내고 싶은가요?”

케이건 교수는 수업 시간에도 학생들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진다. 보통 15% 정도가 ‘그러고 싶다’는 답을 한다. 대부분은 ‘싫다’고 답한다. 아무리 행복하고 즐거운 경험이라도 그런 삶은 무엇인가 빠져 있다는 것이다.

“그럼 이제 또 물을 수 있죠. 무엇이 빠져 있는 것일까요? 그 질문에 대한 답이 당신이 생각하는 ‘잘 사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답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저요? 내게는 내 아이 3명을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고 사랑할 수 있도록 잘 키우는 것이 그 해답 중 하나가 될 수 있겠죠.”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죽음이란 무엇인가#셸리 케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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