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그들, 문학의 탑에 첫 돌 올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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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신춘문예 수상자 시상식 열려

201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자들. 왼쪽부터 이병국, 고송석, 송지현, 최준호, 임세화, 이채원, 이수안, 조은덕, 이동은 씨.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201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자들. 왼쪽부터 이병국, 고송석, 송지현, 최준호, 임세화, 이채원, 이수안, 조은덕, 이동은 씨.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201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이 열린 16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 차분했던 시상식 분위기가 단편소설 부문 당선자인 송지현 씨의 등장으로 떠들썩해졌다. 그가 수상소감을 말하려고 시상대에 오르자 서울예대 동기들이 왕관과 모형 칼을 전해준 것. 왕관을 쓴 송 씨는 수줍어하면서도 함박웃음을 띠며 칼을 높이 쳐들었다. 식장 여기저기에서 웃음과 박수 소리가 터졌다.

송 씨의 수상소감은 신선했다. “미용실에 갔는데 제가 (미용사에게) 말을 잘 전달 못했어요. 머리가 마음에 안 들어서 지하철 화장실에서 다 풀고 왔는데, 엄마가 ‘돈만 많이 썼다’고 하셔서 싸웠어요. 말이라는 도구를 잘 전달해야 하는데…. 남을 아프게 하는 소설을 쓰지 않겠습니다. 가족들, 오는 길에 싸웠지만 사랑해요. 미용실 원장님 다시는 안 가겠습니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송 씨를 비롯한 당선자 이병국(시) 고송석(중편소설) 최준호(희곡) 임세화(문학평론) 이채원(영화평론) 이수안(동화) 조은덕(시조) 이동은 씨(시나리오)가 상패와 상금을 받았다. 조은덕 씨는 “수상식 때 신으라고 신발 사준 친구에게 감사한다. 정형시의 탑을 쌓는 일에 작은 돌을 올리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세화 씨는 “엄마카드, 아빠카드 돌려쓰면서 책만 사봐서 딸로서 죄송한 마음이다. 오늘 이 떨림까지도 고스란히 쓸 수 있는 작가가 되겠다”고 말했다.

등단축하 왕관 수상 소감을 말하려고 연단에 선 송지현 씨(단편소설)가 대학 동기생이 건네준 왕관을 쓰고 모형 칼도 건네받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등단축하 왕관 수상 소감을 말하려고 연단에 선 송지현 씨(단편소설)가 대학 동기생이 건네준 왕관을 쓰고 모형 칼도 건네받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진솔하고 담백한 수상 소감이 이어지자 심사위원을 맡았던 소설가 오정희는 미리 준비했던 격려사의 원고를 접고 마이크 앞에 섰다. “당선자들의 너무도 예쁘고 빛나는 이야기들을 들으니 제가 미리 생각했던 말들이 남루하게 느껴졌어요. 옛날 제가 문청 시절에 어느 친구가 ‘동아 신춘(문예 당선)은 아무나 하나’라고 얘기를 했습니다. 그만큼 동아 신춘 출신은 무시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사람을 잃은 슬픔은 사람으로 치유되는 것처럼 글로 막힌 것은 글로 뚫어야 합니다. 쉼 없이 쓰십시오.”

최맹호 동아일보 대표이사 부사장은 축사에서 “가볍게 흐르는 디지털 시대의 세파 속에서 인간의 감성을 일깨우고 인간 사회의 길을 생각하는 게 문학인 것 같다. 당선자들이 많은 노력을 일궈 독자와 관객에게 호평 받는 거목으로 성장하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시상식에는 소설가 이문열 강영숙 한강 윤성희 편혜영 박성원, 시인 장석주 장석남, 시조시인 한분순, 문학평론가 권성우 손정수 씨, 그리고 동아일보문학회 회원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동아#신춘문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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