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암 ‘울랄라세션’ 임윤택 씨 “사실 나도 일진이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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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단국공고서 학교폭력 강연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단국공고에서 열린 학교폭력 범죄예방 교실에서 ‘울랄라세션’ 리더 임윤택 씨가 학생들이 던진 질문을 칠판에 차례로 적고 답을 들려주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단국공고에서 열린 학교폭력 범죄예방 교실에서 ‘울랄라세션’ 리더 임윤택 씨가 학생들이 던진 질문을 칠판에 차례로 적고 답을 들려주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자신의 죽음을 다른 사람들이 슬퍼하지 않는 일이 죽는 것보다 더 두려운 일입니다.”

학교폭력 예방 강연장에서 한 학생이 “내일 죽는 것이 두렵지 않으냐”고 묻자 오디션 프로그램인 ‘슈퍼스타K 시즌3’ 우승자 ‘울랄라세션’ 리더 임윤택 씨(32)가 들려준 답이다. 생존 가능성이 5.5%에 불과한 위암 말기 환자인 임 씨는 지난해 11월 11일 슈퍼스타K에서 우승하며 팬들에게 감동을 줬다. 임 씨의 얼굴에는 병색이 드러났지만 목소리는 학생 400명이 들어찬 강당을 쩌렁쩌렁 울렸다.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단국공고(교장 오석무) 대강당에서 열린 수서경찰서 주최 학교폭력 범죄예방 교실에서 임 씨가 자신의 경험담을 학생들에게 들려주며 30여 분간 강연했다. 그는 항암 치료와 앨범 준비로 바쁜 와중에도 최근 학교폭력의 심각성에 공감해 경찰의 초청에 응했다. 그는 “하우스 도박장, 술집 여종업원을 관리하는 건달생활을 6년간 했다”며 “30세에 군대를 제대한 후 갑자기 배에 복수가 차더니 위암 판정을 받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학생들에게 스스로 ‘인생의 형’이라고 소개한 임 씨는 “때리는 자와 맞는 자의 위치는 5년 후면 바뀐다”고 말하며 한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학창시절 약한 친구를 늘 괴롭히던 친구가 있었는데 이 친구가 군대에 갔더니 자신이 괴롭혔던 친구가 병장으로 있어 깜짝 놀랐다고 한다”며 “다행히 병장이던 약한 친구가 복수는커녕 잘 도와줘 지금은 함께 사업을 할 정도로 친한 친구 사이가 됐다”고 했다.

임 씨도 학창 시절 이른바 ‘일진’이었다. 고교 시절 2년간 정학을 당하고 학교를 옮기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절대 자신보다 약한 친구는 괴롭히지 않았다. 그는 “노스페이스 점퍼가 인기가 많다고 빼앗는다면 정말 쪽팔리는 일”이라며 “나는 내 힘을 다른 친구들을 감싸는 데 썼기 때문에 주변의 지지를 얻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팀 후배 박승일이 나에게 깍듯한 것도 나를 무서워해서가 아니라 존경해서다”라며 “무인도에 가서 사람을 때릴 수 있겠는가. 결국 서로 의지하며 살아야 한다”고 했다.

[채널A 영상] 임윤택 “흔히 말하는 일진이었다. 동생들은 아직도…”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은 임 씨에게 학생들은 공감했다. 임 씨가 “내일 죽을까 두렵다 생각 말고 친구에게 ‘사랑한다’고 말하자”고 하니 학생들은 처음엔 어색해했지만 이내 옆자리 친구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며 웃었다. 그는 “지금 애들에게 힘으로 군림하는 것보다는 죽었을 때 친구 100명, 500명이 장례식장을 찾아와 슬퍼해주는 것이 폼 나고 가치 있는 일이다”라며 “친구를 때리지 말고 사람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자”고 했다.

강연을 끝내며 임 씨는 학생들에게 꿈을 키우라고 당부했다. 그는 “학교라는 작은 사회에서 악의 근원이 된다면 사회에 나가서는 평생 돌이킬 수 없다”며 “10년 뒤 오늘 이 자리에서 대통령이나 경찰서장이 나오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은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준 임 씨에게 아이돌 스타보다 더 열광했다. 2학년 박승환 군(17)은 “암에 걸린 형이 오히려 우리에게 삶의 기운과 의지를 북돋워주니 가슴 뭉클했다”며 “친구가 가장 소중하다는 말씀은 평생 못 잊을 것”이라고 했다. 수서경찰서 김승국 여성청소년계장은 “삶에 대한 임 씨의 열정과 의지를 학생들이 배우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수서경찰서 이광석 서장은 임 씨와 나머지 울랄라세션 멤버 4명을 학교폭력 예방 홍보대사로 임명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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