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속이 부글부글?… '장염' 설사약보다 따뜻한 물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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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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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세와 주의할 점

《배가 살살 아프다가 배 속에서 뭔가 부글부글 끊는 것 같은 느낌. 부글부글 끊던 것이 몸 밖으로 빠져나간 뒤에도 설사가 그치지 않아 30분에 한 번꼴로 화장실에 갔던 기억. 병원에서 장염이라는 진단을 받기까지 환자들이 겪는 일이다. 따뜻하다 못해 살짝 덥기까지 한 날씨에 설사와 복통을 호소하는 환자가 부쩍 늘고 있다. 설사가 멈추지 않아 병원에 가면 대부분 장염이라는 진단을 받는다. 장염은 대장 또는 소장에 발생한 염증을 말한다. 세균이나 각종 바이러스 같은 미생물에 의해 발생하는 감염성 장염, 궤양성 대장염이나 크론병처럼 원인을 잘 모르는 만성 특발성 장염, 방사선 장염, 허혈성 장염 등 종류도 다양하다.》

○ 변에 고름 나오면 즉시 병원에

장염 중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은 감염성 장염이다. 기온이 높아지면 미생물이 살기 좋은 환경이 되므로 봄여름에 장염이 발병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장염은 보통 음식을 통해서 감염된다.

습한 장마철에도 세균이 서식하기 쉬워 장염이 쉽게 발생한다. 장염을 일으키는 흔한 원인 미생물은 살모넬라, 시겔라, 로타바이러스 등이다. 황색포도상구균도 식중독을 일으키는 세균이다.

황색포도상구균은 섭씨 80도에서 30분간 가열하면 죽지만 황색포도상구균에 의해 생산된 장독소(Enterotoxin)는 100도에서 30분간 가열해도 파괴되지 않는다.

복통과 설사는 장염의 대표적 증상이다. 원인 미생물의 종류에 따라 오염된 음식이나 식수를 먹고 나서 증상이 나타나는 시간은 다를 수 있다. 빠른 경우에는 2∼3시간 후에 증상이 나타나고 늦으면 음식물 섭취 후 1주일 후에 나타나기도 한다.

장염은 심하면 구토나 구역질을 동반한다. 또 발열이나 오한이 나타날 수도 있고 심하면 혈변이 나오기도 한다.

변에서 고름이나 피가 섞이는 경우는 심한 장염으로 항생제 등 치료가 필요하기 때문에 곧바로 병원에 가야 한다.

○ 이온음료, 탈수 막는 데 효과적

가벼운 장염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1, 2주가 지나면 저절로 낫는다. 하지만 여러 증상이 일상생활을 방해하기 때문에 약을 먹거나 병원을 찾는 사람이 많다.

특히 설사가 계속되면 급한 마음에 지사제를 복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는 올바른 치료법이라 말하기 힘들다.

명승재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혈변이나 발열을 동반한 심한 장염의 경우 지사제를 사용하면 심각한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며 “다소 불편하더라도 설사는 나오게 두고 이로 인해 부족해진 수분이나 영양소를 공급하는 게 바른 치료 방법”이라고 말했다.

장염에 걸린 상태에서 음식을 먹으면 설사가 더 심해질 거란 걱정 때문에 아무것도 먹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최창환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장염이 심한 경우에는 1, 2일 금식을 하는 게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물은 충분히 마셔야 한다. 장염으로 탈수증상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충분한 수액의 공급은 장염 치료의 핵심이다. 이온음료는 흡수가 잘되므로 탈수를 막는 데 효과가 좋다.

자극적인 음식물을 삼가면서 따뜻한 물이나 죽, 미음 등 부드러운 음식으로 탈수를 예방하며 영양분을 공급해야 장염을 빨리 이길 수 있다.
일부 중고교생과 젊은 여성들은 일부러 장염에 걸려 살을 빼는 이른바 ‘장염 다이어트’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기도 한다. 장염은 식욕 저하와 탈수를 동반하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체중이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수분만 빠져나가는 것이므로 건강에 치명적이다. 장기간 지속되는 경우에는 몸 안에서 심각한 전해질 불균형이 일어날 수 있다.

정기욱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전해질 불균형은 심장부정맥 같은 합병증을 유발하기 때문에 장염 다이어트는 아주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정 교수는 “평소 채소와 과일 등 장에 좋은 음식을 섭취하고 적당한 운동을 통해 숙변을 제거하면 다이어트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장염 예방을 위해서는 음식물 조리 또는 보관 전에 반드시 손을 씻어야 한다.

가열 또는 조리되는 식품은 중심부 온도를 74도 이상으로 1분 이상 가열하여 익혀 먹어야 한다. 4∼60도 온도는 식중독을 일으키는 균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온도 구간이므로 뜨거운 음식은 60도 이상으로 보관하고, 찬 음식은 4도 이하로 냉장 보관한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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