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서울대 박사 2명 英 교수 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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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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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태식-최선화 씨 “성실과 끈기가 유학파 넘은 무기”

국내 ‘토종 박사’로는 처음으로 영국 대학교수로 임용된 최선화 씨(왼쪽)와 공태식 씨가 18일 서울대 교정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국내 ‘토종 박사’로는 처음으로 영국 대학교수로 임용된 최선화 씨(왼쪽)와 공태식 씨가 18일 서울대 교정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더 좋은 환경에서 연구하게 된 만큼, 더 좋은 성과를 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최근 나란히 영국 대학교수가 된 공태식 씨(34)와 최선화 씨(33·여). 두 사람 모두 서울대 경영학과에서 석사와 박사를 마친 ‘토종 박사’로 외국 유학 없이 영국의 대학교수로 정식 임용됐다. 국내 경영학 박사가 아시아권이 아닌 곳에 교수로 채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마케팅을 전공한 공 씨는 스코틀랜드 스트래스클라이드대에, 회계학을 전공한 최 씨는 영국 랭커스터대 교수로 임용됐다. 각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선정한 2010년 세계 MBA 순위 51위, 24위인 명문대다. 공 씨는 7월부터, 최 씨는 9월부터 강의를 시작한다.

최 씨는 1997년 서울대 경영대를 수석으로 입학했으며 재학 중 공인회계사(CPA) 자격증을 딴 수재형. 국내 유명 회계법인에서 3년간 회계사로 근무했으며 2003년 대학원에 진학한 뒤에도 국제공인재무분석사(CFA) 자격증을 취득했다.

반면 한양대 경영대(안산캠퍼스)를 졸업한 공 씨는 끈질긴 노력파. 공 씨는 “국내 박사들이 푸대접받는 한국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유학파보다 더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공 씨는 전공공부를 위해 수업과 별도로 200만∼300만 원씩 자비를 들여 해외 학회와 세미나를 다녀오기도 했다. 또 석·박사 졸업요건 채우기에 급급해하지 않고 1년에 한두 편씩 외국 저널에 꼬박꼬박 논문을 게재했다. 공 씨는 “비록 소위 ‘톱 저널’에 논문을 게재하진 못했지만 이런 꾸준한 연구 실적이 임용 시 인정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영국 대학이지만 임용과정은 사뭇 달랐다. 최 씨는 서류 전형과 온라인 화상 면접을 통과한 후 한 달 반을 기다려 대면 면접을 볼 수 있었다. 대면 면접도 3일간 논문 발표, 인터뷰, 교수들과 식사 등 다양하게 이뤄졌다. 최 씨는 “가끔씩 답변이 준비되지 않은 질문에 곤혹스러웠던 점만 제외하면 크게 어려운 점은 없었다”며 여유를 보였다.

반면 공 씨는 서류 통과 후 하루 동안 연구계획서 발표와 인터뷰 등 상대적으로 짤막한 일정을 마친 후 이틀 만에 채용이 결정됐다. 그는 “한국어로도 어려운 질문을 영어로 받고 또 대답을 하려니 무척 힘들었다. 사실 채용이 안 될 줄 알았는데 좋은 결과가 나와 무척 놀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국내 대학 대신 외국 대학을 선택한 두 사람은 유학파가 대접받는 국내 학계 분위기가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공 씨는 “국내 대학에 자리를 잡는 게 힘들었기 때문에 오히려 눈을 더 해외로 돌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최 씨는 “이제 어디서 박사학위를 받았는지를 따지는 구태를 벗어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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