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대부고 학생들 “이념보다 민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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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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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피해 총련계 조선학교 돕기 성금
3일새 174만9980원 모아… 전교생 격려 메시지도 담아


한국 고교생의 눈에 비친 동일본 대지진은 충격적이었다. 이웃 나라 국민들이 대지진에 속절없이 무너진 장면은 가슴 아팠다. 지진 피해로 힘겨워하는 센다이 동북조선초중급학교 소식을 접했다. 학생들은 용돈을 털어 모금함에 넣었다.

건대부고(교장 이군천·서울 광진구 자양1동) 학생회장 강진혁 군(18) 등 7명은 30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를 방문했다. 동아일보(18일자 A6면)에 게재된 동북조선학교 르포를 본 뒤 이 학교를 돕기 위해 성금 173만9980원을 모았다고 했다. 강 군은 “작은 정성이지만 조선 학생을 돕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학생회 학예회장 서재휘 군(18)은 21일 기자에게 조선학교를 돕고 싶다는 e메일을 보내왔다. 학생회 차원에서 지진 피해를 본 조선학교를 위해 모금활동을 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23일 동북조선학교 측과 연락이 닿았다. 이 학교 현유철 교무주임에게서 답신이 왔다. 그는 “한국 학생들이 이념을 초월해 도와주겠다는 마음에 감사드린다”며 학생들에게 필요한 학용품을 부탁했다.

학생회는 28일 아침 안내방송을 한 뒤 홍보 안내문을 돌렸다. 각 반에서 모금을 해 87만4230원을 모았다. 30일에는 점심시간에 예체능반 학생들이 지하 매점 아고라에서 작은 연주회를 열어 7만1750원을 추가했다. 학부모들도 좋은 취지에 동참하겠다며 79만4000원을 기부했다. 이 학교에 다니는 일본인 학생 10여 명도 현지 연락을 도왔다.

건대부고 정양균 교사는 “처음에는 총련계 학교여서 망설인 부분도 있지만 같은 민족에 대한 학생들의 성의가 느껴져 승낙했다”고 말했다.

학생회는 학용품과 지원비용을 마련한 뒤 4월 4일 동북조선학교에 보낼 예정이다. 전교생 1500여 명의 격려 메시지가 담긴 대형 도화지도 함께 전달한다. 고교생들의 마음 씀씀이가 따뜻하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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