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콴유 “나 죽거든 집 허물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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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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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성지 지정땐 개발 막혀 이웃주민들에 경제적 피해”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의 저택. 사진 출처 스트레이츠 타임스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의 저택. 사진 출처 스트레이츠 타임스
‘싱가포르의 국부’ 리콴유(李光耀·87·사진) 전 총리는 자신이 세상을 떠난 뒤 자신의 집이 ‘국가 성지’로 지정되는 일이 없도록 자신의 사후에 집을 허물라고 지시했다고 AFP통신과 중국 징화(京華)시보 등이 23일 보도했다.

리 전 총리는 최근 발간된 458쪽 분량의 저서 ‘싱가포르가 계속 전진하기 위한 분명한 진실들’에서 “나의 사후 오차드로(路) 쇼핑벨트 인근에 위치한 영국 식민지 시대에 지어진 집(방갈로)을 부수라고 이미 내각에 얘기했다”고 밝혔다. 외신들은 리 전 총리가 자신의 집이 국가 성지로 보존되면 이웃 주민들이 경제적 손실을 입게 될 것을 우려해 집 철거를 명령했다고 전했다.

리 전 총리는 22일 싱가포르 언론 인터뷰에서 “내 집이 남게 되면 주변 건물들을 높이 올릴 수 없게 된다”며 “집이 철거되면 도시계획이 바뀌어 건물들을 더 높게 지을 수 있고, 땅값 가치도 커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인도 초대 총리 네루나 영국의 극작가 셰익스피어의 집도 일정한 시간이 지나고 나면 결국 폐허가 되고 만 것을 보았다”며 “침실 5개가 있는 이 집은 기둥은 튼튼하지만 이미 벽에 금이 가 있어 집을 보존하고 유지하는 데 돈이 너무 많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과거를 기억할 사진이 있는 만큼 이 집에서 살았고 자랐던 나의 아들, 딸도 집이 헐린다고 안타까워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리 전 총리의 집은 유대인 상인이 100여 년 전에 지은 것으로 리 전 총리는 1940년대부터 이 집을 소유하고 있으며 현재도 가족들과 함께 거주하고 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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