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석과 남극원정대 “무심한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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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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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석 그린 원정대 이상기후 ‘암초’ 만나

남극에서 원정대의 이동을 책임지는 친환경 스노모빌 앞에 선 박영석 대장. 사진 제공 박영석탐험문화재단
남극에서 원정대의 이동을 책임지는 친환경 스노모빌 앞에 선 박영석 대장. 사진 제공 박영석탐험문화재단
간절히 원했던 햇빛. 대원들은 하늘만 바라봤지만 태양은 모습을 감추기 일쑤였다. 당초 도달하고자 했던 곳은 너무 멀었다. 하지만 포기는 없다.

태양광과 풍력을 이용한 친환경 스노모빌을 사용해 한국 최초로 남극 횡단에 도전했던 ‘남극 횡단 그린 원정대’가 악천후 때문에 목표를 남극 횡단에서 남극점 도착으로 수정했다.

산악인 박영석 대장(48)이 이끄는 원정대는 지난해 12월 20일 남극의 패트리엇힐을 출발해 남극점 등을 거쳐 테라노바 만에 이르는 이동거리 약 5000km의 횡단을 꿈꿨다. 원정대의 이동을 책임질 스노모빌의 동력은 태양광. 충전판을 펼치고 9시간 충전하면 3시간 이동이 가능하다.

남극 지역은 11월부터 다음 해 2월까지는 24시간 해가 지지 않는 백야 현상이 이어진다. 원정대는 백야를 이용해 상시 충전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상 기후가 남극을 강타했다. 예년과 다르게 습한 날씨는 거의 매일 구름을 만들었다. 20년 만에 최대라는 폭설도 앞길을 가로막았다.

결국 원정대는 1월 초 남극 횡단 계획을 접고 남극점까지 가기로 했다. 그런데 이마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남극점에서 베이스캠프까지 이동을 책임질 현지 항공사가 2월 10일로 예정된 시한을 임의로 앞당겨 원정대는 23일까지 남극점에 도착해야만 한다. 남극점까지 남은 거리는 약 330km. 하루 평균 30km씩 이동한 원정대는 남은 기간 동안 하루에 50km 이상 전진해야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 실패할 경우 헬기나 기름을 사용하는 스노모빌을 타고 베이스캠프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원정대는 막판 스퍼트를 위해 2대의 스노모빌 중 1대를 대원 2명(이용묵, 신동민)과 함께 베이스캠프로 돌려보냈다. 박 대장과 원정대원 3명은 무게를 최대한 줄인 스노모빌 한 대에 몸을 싣고 남극점으로 향하고 있다. 원정대는 남극점에 태극기를 꽂을 수 있을까. 그들의 의지는 강하지만 하늘의 도움도 필요한 상황이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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