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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대한민국’ 세계 석학에게 듣는다]<4>‘닥터 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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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대한민국’ 세계 석학에게 듣는다]<4>‘닥터 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동아일보입력 2011-01-07 03:00수정 2011-01-07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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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새 씨앗 뿌려져… 강력한 ‘감독’만이 최선의 방어” 《“최악의 시기는 지났다. 하지만 새로운 위기의 씨앗은 지금도 자라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를 정확히 예측한 후 세계에서 가장 바쁜 경제학자 중 한 명이 된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경영대학원 교수. 지난해 12월 23일 그를 인터뷰하기 위해 찾아간 곳은 미국 뉴욕 맨해튼 다운타운에 있는 ‘RGE(루비니 글로벌 이코노믹스)모니터’ 사무실이었다. 루비니 교수가 2004년 설립한 RGE모니터는 세계경제와 금융시장에 대한 분석과 전망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그는 ‘위기 전문가’답게 미국의 높은 실업률과 재정적자, 유로존의 국가채무 위기, 신흥시장의 부동산 주식 같은 자산 거품 등 세계경제의 리스크 요인들을 하나씩 짚어냈다. 미국경제에 대해서는 “디플레이션과 더블딥(경제가 잠깐 성장하다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것) 가능성이 작년 여름보다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이전과는 달리 글로벌 경제에 대한 그의 위기감은 줄어든 듯 보였다. 하지만 그의 입에서 나오는 전망은 대부분 비관적이었다.》

지난해 12월 23일 미국 뉴욕 맨해튼 사무실에서 만난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경영대학원 교수. ‘위기 전문가’답게 그는 미국의 높은 실업률과 재정적자, 유로존의 국가채무 위기 등 세계경제의 리스크 요인들을 하나하나 짚어내며 분석했다. 사진 제공 제이슨 주 씨
―연말 휴가 시즌이라 맨해튼이 썰렁한데 이곳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금융위기 얼마나 극복됐나

“RGE모니터에 직원이 70여 명 있는데 우리 회사도 연말 휴가를 간 사람이 많다. 나는 휴가 계획이 없다. 집이나 여기 사무실에 나와 책을 보거나 컴퓨터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있을 것이다. (웃으며) 연말이라고 세계경제와 금융시장이 쉬는 건 아니지 않나.”(미혼인 루비니 교수는 올해 안식년이어서 뉴욕대 연구실에는 나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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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예측한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 2년이 넘었다. 이제 위기는 끝난 건가.

“최악은 지나갔다. 하지만 새로운 위기의 씨앗은 지금도 뿌려지고 있다. 각국 정부가 빚에 허덕이는 금융회사와 가계, 기업 등에 대한 지원에 나서 민간부채가 정부부채로 옮겨왔다. 각국의 재정적자는 앞으로 엄청난 부담이 될 것이다. 특히 유럽에는 사실상 파산상태인 금융기관이 매우 많다. 미국은 민간소비를 늘리기 위해 세금감면을 연장해 민간부문의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을 막고 있다.”

―위기를 예측한 비결은 뭔가.

“사실 위기 가능성을 지적한 것은 나 혼자가 아니었다.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 라구람 라잔 시카고대 교수, ‘블랙 스완’의 저자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등 여러 사람이 경고했다. 나는 이런 지적을 연구하고 나름대로 연결고리를 찾아 위기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2008년 위기를 거치면서 우리의 금융위기 예측 능력이 높아졌다고 보나.

“과거에 비해 더 신경을 쓰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위기가 끝난 뒤 과거의 경험을 너무 쉽게 잊어버린다. 정책당국자, 월가, 은행가, 트레이더 모두 마찬가지다. 소비자도 그렇다. 사람들은 버블이 발생할 때마다 ‘이번엔 다르다’고 말한다. 소비자들은 소득보다 더 많은 돈을 쓰면서 살 수 있으니 행복해하고 주가가 오르니 월가도 나쁠 게 없고 경제가 호황처럼 보이니 정치인들도 좋아한다. 경제가 좋을 때 거품을 걱정하고 위기를 예측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위기를 말하는 사람들은 미움을 받기 마련이다.”

―위기는 피할 수 없는 건가.

“경제는 ‘붐(호황)-버블(거품)-버스트(거품붕괴)-크래시(불황)’의 사이클이다. 사이클이 있는 한 위기를 100% 피할 순 없다. 다만, 여러 가지 시스템을 갖추고 감독도 강화하면 발생 빈도를 줄일 수는 있을 것이다. 예컨대 1년에 한 번이 아니라 몇 년에 한 번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1930년대 대공황 이후를 생각해보라. 그런 충격을 겪고 나서 우리는 투자은행과 상업은행을 분리하는 글라스-스티걸 법안을 통과시키고 감독당국의 권한을 강화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 후 50년간 사이클에 따른 경기침체는 있었지만 중대한 위기는 없었다. 우리는 더 강력하고 스마트하고 분명한 감독체계가 필요하다. 이렇게 되면 버블이 터지기 직전의 ‘티핑포인트’를 더 분명하게 예측할 수 있다.”
●미국경제의 앞날은

―좀처럼 고쳐지지 않는 월가의 보상시스템은 어떻게 해야 하나.

“월가의 보너스 관행이 금융위기 이전과 똑같은 상황으로 가고 있다. 월가는 당장 이익을 내는 직원들에게 거액의 보너스를 지급하고 있고 직원들은 투기적인 거래를 통해 무조건 높은 이익을 내려고 한다. 매년 거래 실적에 따라 보너스를 지급하는 관행이 바뀌어야 한다. 몇 년간 누적해서 거래 실적을 따져보고 이를 토대로 보너스를 지급해야 한다.”

―미국경제는 아직도 더블딥 리스크에 노출돼 있나.

“작년 여름에 금융위기와 경기침체의 여파로 미국경제의 디플레이션과 더블딥 리스크가 매우 높았다. 주식시장은 지지부진했고, 은행은 대출을 꺼려 중소기업과 소비자들은 대출을 받기도 힘들었으며 달러화 가치는 계속 떨어지고 있었다. 더블딥이 불가피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11월 시행한 2차 양적완화 조치가 이 같은 리스크를 막았다. 일부에서 2차 양적완화 조치가 인플레이션 위험을 키우고 있다고 주장하는데 지금 인플레를 걱정하는 것은 난센스다. 높은 실업률과 만족스럽지 못한 성장률을 생각해보면 FRB는 올해 3차, 4차 양적완화 조치를 시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2차 양적완화 조치에도 시장금리가 올라 효과가 없다는 주장도 있지 않은가.

“2차 양적완화 조치 이후 시장금리가 오르는 것은 인플레 위험 때문이 아니라 최근 경제지표가 좋아지고 있고 미국경제가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세금감면 연장으로 재정적자가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영향을 미쳤다. 이와 함께 시장금리는 벤 버냉키 FRB 의장이 8월 말 와이오밍 주 잭슨홀 콘퍼런스에서 추가 양적완화 조치를 시사한 후 줄곧 떨어지다가 11월 4일 시행 직후부터 오름세를 보였다. 따라서 시장금리 상승세는 양적완화의 실패가 아니라 성공의 징후로 보는 것이 맞다.”

―이전보다 낙관적으로 들린다.

“미국경제의 더블딥 위기가 줄어들었다는 것은 분명 좋은 소식이다. 하지만 여전히 나쁜 소식이 더 많다. 첫째, 올해 미국경제가 2.7%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걸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잠재성장률 3%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이래서는 실업률을 낮출 수 없다. 실업률을 낮추려면 5% 정도의 성장이 필요하다. 실업률은 올해 내내 9% 이상으로 유지될 것이다. 둘째, 미국의 주택시장은 이미 더블딥 상태다. 가격은 계속 떨어지고 있고 주택매입 수요는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셋째, 연방정부와 지방정부의 재정적자 위기가 심각하다. 일부는 이미 도산 상태다. 여기에 감세안도 연장됐다. 미국의 재정난은 더 심해질 것이다.”

―지금 미국정부가 취해야 할 조치는 무엇인가.

“미국은 아직도 단기적인 경기부양이 필요하다. 여전히 경기회복세가 미약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차 세금을 올리고 지출을 줄일 것이란 의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미국정부는 이걸 안 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는 정부의 지원으로 연명하는 경제주체가 아주 많다. ‘잃어버린 10년’ 동안 일본에는 ‘좀비 은행’과 ‘좀비 대기업’이 많았는데, 미국에는 지금 ‘좀비 중소은행’과 ‘좀비 가계’가 넘쳐난다. 미국에서 현재 자립 능력이 있는 부문은 대기업뿐이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이젠 ‘닥터 리얼리스트’로 불러주세요”▼

NYT가 붙여준 ‘닥터 둠’ 별명 사절합니다

“‘닥터 둠(doom·운명)’이라는 별명 사절합니다. ‘닥터 현실주의자(realist)’라고 불러주세요.”

금융위기를 예언한 누리엘 루비니 교수는 미국 경제와 글로벌 경제에 대한 대표적인 비관론자로 손꼽힌다.

루비니 교수는 2006년 9월 국제통화기금(IMF) 세미나에서 주택시장 버블 붕괴, 금융회사 파산, 모기지 업체인 프레디맥, 패니메이의 부실과 국유화 조치 등 미국 경제 12단계 붕괴론을 제시했다. 이 같은 그의 예언은 마치 미국 경제의 ‘운명’처럼 차례대로 현실화됐다. 결국 시장은 그에게 ‘닥터 둠’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이 별명은 2008년 8월 뉴욕타임스 기사에 처음 등장한 후 그의 대표적인 애칭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루비니 교수는 ‘닥터 둠’이라는 별명은 자신에게 맞지 않는 말이라며 더는 이렇게 불리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때는 귀여운 별명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아니다”며 이렇게 말했다.

또 그는 “내가 항상 비관적인 것은 아니다”며 “내가 미국 경제나 글로벌 경제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을 꼼꼼히 들어보면 알겠지만 나는 다운사이드 리스크(부정적인 측면)와 업사이드 리스크(긍정적인 측면)를 동시에 얘기한다”고 강조했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누리엘 루비니 교수::

△1958년 터키 이스탄불 출생 △1982년 이탈리아 보코니대 졸업 △1988년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1988∼1995년 미 예일대 경제학 교수 △1995∼현재 미 뉴욕대 경영대학원 교수 △1998∼1999년 백악관 경제자문위원 △2000년 재무부 국제경제 수석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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