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국제사법기구 수장 오와다 - 송상현 소장 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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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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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국제법 경계 점차 희미해져 환경-인권분야 법률가 양성해야”
○오와다 국제사법재판소장
한·일 로스쿨 도입 잘한 일, 국제공법 교육 강화해야
○송상현 국제형사재판소장
아시아 법률문화 역동적, 국제사회 위상 크게신장

동아시아 지역 출신인 양대 국제사법기구의 수장이 22일 한자리에 앉았다. 오른쪽부터 오와다 히사시 국제사법재판소장, 송상현 국제형사재판소장, 대담을 진행한 김건식 서울대 법대 학장. 박영대 기자
동아시아 지역 출신인 양대 국제사법기구의 수장이 22일 한자리에 앉았다. 오른쪽부터 오와다 히사시 국제사법재판소장, 송상현 국제형사재판소장, 대담을 진행한 김건식 서울대 법대 학장. 박영대 기자
올해 초 국제사법재판소(ICJ)와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수장 자리에 오른 오와다 히사시(小和田恒·76) ICJ 소장과 송상현 ICC 소장(68)이 22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동 서울대 법과대학 회의실에서 마주 앉았다. 1시간 동안 진행된 대담에서 두 사람은 “‘법의 지배’라는 원칙이 국제사법에서도 엄격하게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대담은 서울대가 법대 강의동 6층 모의법정을 ‘송상현 기념홀’로 명명하는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두 사람이 방한하면서 이뤄졌다. 영어로 진행된 대담의 사회는 김건식 서울대 법대 학장이 맡았다.

―공교롭게도 동아시아 출신인 두 분이 거의 동시에 ICC와 ICJ 소장으로 선출됐습니다.

(오와다 소장) “동시에 취임한 것은 우연이지만 그 배경에는 아시아가 경제 분야뿐 아니라 정치, 법률 기타 모든 분야에서 국제사회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 작용했다고 본다.”

(송 소장) “아시아의 법률 문화는 매우 잘 발달돼 있고 역동적이다. 오와다 소장처럼 뛰어난 법률가도 많다. 특히 일본과 한국은 사법부의 독립성이 높다.”

―두 재판소는 일반적인 국내 법원과 어떻게 다른가.

(오와다 소장) “ICC와 ICJ 모두 법원이라는 점에서 보면 문명국가의 사법적 전통에 충실해야 한다. 사법권의 독립이라든가, 전통을 따라야 한다는 측면에서는 국내 법원과 차이가 없다. 다만 ICJ는 재판 당사자가 주권국가이기 때문에 사법기관으로서 가져야 할 공정성 외에 유엔의 틀 내에서 활동하는 사법기관이라는 점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송 소장) “ICC는 국가권력에서 독립적이라는 점에서 국내 법원과 다르다. 정치적 간섭을 받지 않고, 조사와 기소가 독립적으로 이뤄진다.”

―‘법의 지배’라는 원칙이 국제사회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작용하는가. 정치, 경제, 문화적 요인이 법정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데 영향을 미치나.

(송 소장) “범죄가 발생했을 때 법 원칙은 항상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 국제형사재판 전반에서도 이러한 확고한 원칙이 필요하다. 판사가 경제, 정치 등 다른 것에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 정치적 논란이 있는 재판에서도, 각 국가가 ICC가 정치적 논란에 휘말리지 않도록 도와줘야 한다.”

(오와다 소장) “ICJ는 법을 매우 엄격하고 공정하게 적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ICJ 규정에는 15명의 재판관이 다양한 문명과 법체계를 대표해야 한다고 돼 있다. 그래서 ICJ는 15명의 재판관이 모여 합의를 한다.”

―두 분 모두 판사나 변호사로 일한 적이 없는데….

(오와다 소장) “1960년대 초부터 30년 가까이 법학 강의를 했고, 일본 외무성의 법률 고문을 맡은 적도 있다. ICJ 재판관이 되는데 어떤 법률분야에서 활동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현재 ICJ 재판관 15명 가운데에도 순수한 판사 출신은 1명도 없다. 이런 다양성이 국제재판소의 기능에는 더 적합하다.”

(송 소장) “국제재판소에서 판사로 일하려면 다양한 사법전통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법을 가르치면서 그 같은 소양을 키울 수 있었다.”

―일본과 한국은 현재 대대적으로 법학교육시스템의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데 어떻게 보나.

(송 소장) “긍정적인 발전이다. 법학교육 개혁이 성공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많은 투자를 하는 것이다. 더 많은 한국 법률가들이 좋은 교육을 발판으로 국제기구와 국제 법률분야에 진출했으면 한다.”

(오와다 소장) “패전 이후 도입된 법학교육 시스템은 학부에 입학하자마자 법학 교육을 시작해서 교양교육을 받을 기회도 없고 제대로 된 실무교육도 이뤄지지 않았다. 로스쿨 시스템이 도입돼 학부에서 다양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 법률가가 되는 것은 좋은 일이다. 인권, 환경 등의 분야에서는 국제법과 국내법의 경계가 점점 사라지고 있기 때문에 국제법 특히 국제공법에 대한 교육이 강화돼야 한다.”

―요즘에는 국제사회에 나가 경력을 쌓기를 원하는 젊은 학생들이 많다. 조언을 해준다면….

(오와다 소장) “외부 세계에 대한 노출이 중요하다. 외국에 나가는 방법도 있겠지만, 국내에서도 그 같은 일은 가능하다. 가령 내가 와세다대에서 강의를 할 때는 학생의 절반가량이 외국인이었다. 외국어 능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

(송 소장) “언어 능력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ICC만 해도 영어와 프랑스어를 함께 쓴다. 국제사회에서는 아시아인들이 일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평소 국제 문제에 관심을 갖고 넓은 안목을 가지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정리=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 오와다 히사시 ICJ 소장
올해 2월 소장 자리에 올랐다. 임기는 3년. 왕세자비인 마사코(雅子) 여사의 부친이자 나루히토(德仁) 왕세자의 장인이다. 외무성 사무차관, 유엔 대사를 지낸 외교관 출신으로 2003년 2월부터 ICJ 재판관으로 일했다.

▼ 송상현 ICC 소장
ICC 재판관 18명의 비밀투표로 올해 3월 소장으로 선출됐다. 역시 임기는 3년이다. 고하 송진우 선생의 손자인 송 소장은 서울대 법대 교수로 재직하다 2003년 3월 ICC 초대 재판관에 선출됐고, 2006년 1월 재선했다.

::국제사법재판소
(ICJ·International Court of Justice)

영토 문제 등 국가 간의 분쟁을 다루는 유엔 기구로 1945년 6월 유엔헌장에 의거해 창설됐다. 유엔총회 및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선출된 15명의 재판관이 국제법에 따라 국가 간 분쟁을 조정한다. ICJ의 판결은 구속력을 가진다.

국제형사재판소
(ICC·International Criminal Court)

비인도적인 전쟁이나 대량학살 범죄 등을 저지른 자들을 재판하고 처벌하는 기구. 1998년 7월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ICC 설립을 위한 전권외교회의’에서 148개국 대표가 ICC 협약을 맺었고 이에 따라 2002년 7월 출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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