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MBC ‘100분 토론’ 시청자 반응까지 조작하다니

  • 입력 2009년 6월 3일 02시 57분


MBC ‘100분 토론’의 진행자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는 지난달 14일 ‘한국사회 진단과 미래논쟁3-보수 진보 갈등을 넘어 상생으로’ 편을 방송하면서 시청자 서모 씨가 게시판에 “진보진영이 민주화 발전에 기여한 바가 크다”는 의견을 올렸다고 소개했다. 방송 후 서 씨는 그런 글을 올린 적이 없다며 해명을 요구했다. 손 교수는 또 시청자 조모 씨가 “진보든 보수든 다 나라 사랑하고…”라고 올린 의견을 전하며 진보를 ‘좌파’로 보수를 ‘수구’로 표현했다. 진보가 ‘좌파’라면 보수는 ‘우파’라고 해야 균형이 맞는다. 보수에 부정적 의미를 덧씌우려는 의도에서 ‘수구’로 바꿨다고 볼 만하다. 인터넷미디어협회는 이 방송이 정치적 의도로 시청자 의견을 조작한 것으로 보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했다.

‘100분 토론’은 지난달 21일 “여러 개의 긴 원문(原文)을 요약하는 과정에서 서 씨와 조 씨가 언급하지 않은 문장이 삽입돼 본뜻이 왜곡될 수 있는 실수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단순실수라고 보기 어렵다. 1월 8일 ‘방송법 어떻게 해야 하나’ 편에서도 “언론은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며 정부 비판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는 시청자 의견에 “국민의 눈과 귀를 막고 경제를 발전시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라는 내용을 멋대로 덧붙였다. 방송법 개정이 국민의 눈과 귀를 막는다는 MBC의 일방적 주장을 시청자 의견으로 둔갑시킨 것이다.

‘100분 토론’은 지난달 28일에도 시청자 의견 방송을 조사한 결과 10여 건이 원문과 꼭 같지 않게 방송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게시판과 댓글에는 아예 없는 내용을 날조해 시청자 의견이라고 한 경우도 적지 않다. MBC는 지난해 ‘PD수첩’에서 광우병관련 왜곡방송으로 국민을 오도하더니 반성은커녕 토론 프로그램에서까지 시청자 의견을 변조하거나 작문(作文)한 것이다.

변희재 실크로드CEO포럼 회장은 “작년 6월 (촛불시위 관련 100분 토론) 출연 때 방송 구성안이 조작돼 있기에 해명을 요구했으나 묵묵부답”이라며 “출연자 선정과 진행자의 편파성도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MBC는 누구를 위해 공정성과 사실 보도라는 방송의 기본에 충실하지 않고, 정파성(政派性)과 편파성에 매몰돼 ‘국민의 전파(電波)’를 멋대로 오용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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