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성과 광기의 경계… 우리 엄마는 뭐라하실까”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5월 22일 02시 56분



‘마더’의 봉준호 감독은 “자신의 어머니, 또는 어머니인 자기 자신을 조금쯤 돌아보게 만드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마더’의 봉준호 감독은 “자신의 어머니, 또는 어머니인 자기 자신을 조금쯤 돌아보게 만드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칸 영화제 초청받고 돌아온 ‘마더’ 봉준호 감독

‘마더’(28일 개봉)는 어머니에 대한 영화다. 하지만 어머니와 나란히 앉아서 편안히 즐길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다. 이 작품으로 제62회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받고 다녀온 봉준호 감독(40)을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오늘 저녁에 제 어머니가 보러 오신다고 해서 지금 초긴장 상태입니다. 어떤 얘긴지 말씀을 전혀 안 드렸거든요. ‘모성’과 ‘광기’의 모호하고 아슬아슬한 경계를 질문하는 내용에 충격받으실까 봐 겁이 나네요. 뭐 강한 분이시니까…. 아이고 참. 어떡하나.”(웃음)
영화는 살인범으로 몰린 아들 도준(원빈)을 구해내기 위해 진범을 찾아 동분서주하는 어머니(김혜자)의 이야기를 그렸다. 지적장애인인 도준을 무조건 감싸는 어머니의 사랑은 영화 후반 무서운 광기로 돌변한다. “성장기에 어머니로 인해 상처받은 기억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봉 감독은 “연쇄살인을 저질러 봐야 ‘살인의 추억’을 찍을 수 있는 건 아니다”라며 웃었다.

“모성은 대개 신비하고 숭고한 ‘절대 선(善)’으로 여기죠. 그게 틀리다는 건 아닙니다. 특수한 상황에서 경계를 넘으면 걷잡을 수 없는 집착으로 변질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위급할 때 자기 자식 감싸다가 다른 이의 자식에게 해를 끼치는 경우가 있잖아요. 김혜자 씨가 완성본 처음 보고 나서 ‘짐승의 본능 같은 모성’이라고 했어요.”
봉 감독은 첫 장면부터 ‘어머니 김혜자’를 낯설게 변주했다. 텅 빈 들판 위에 홀로 서서 건들건들 춤을 추는 68세 여배우의 몽롱한 표정은 드라마 ‘전원일기’ 때의 모습에 익숙한 관객에게 묘한 충격을 안긴다.
“영화 막판 버스터미널 촬영 때 정말 훌륭한 표정이 나와서 저는 매우 좋았거든요. 그런데 김혜자 씨는 ‘촬영 여건이 좋지 않아 감독이 마음에 안 드는데도 어쩔 수 없이 OK 했을 것’이라며 분장용 밴에 들어가서 통곡을 했어요. ‘잘하고 싶은데!’라고 소리치면서요. 제가 콘티에 ‘형언할 수 없는 표정’이라고 무심코 써놓은 걸 붙잡고 밤새 고민했다고 합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부담이 엄청났을 거예요.”
‘마더’가 ‘특별히 무서운 한국의 모성’을 보여준 거냐는 질문에 봉 감독은 고개를 저었다.
“칸에 가서 ‘한국 모성이 이렇게 무섭다’고 했더니 폴란드 사람이 ‘우리나라 어머니들 몰라서 그런다’며 흥분하더군요. 옆에 있던 미국인은 ‘유대인 엄마가 최고’라 하고, 이탈리아 사람은 ‘우리는 다 마마보이’라 하고.(웃음) 한국에서 우리 어머니들을 지켜보며 자랐기 때문에 더 유난스럽게 느껴질 뿐일 겁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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