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딩크레디트]‘장궈룽 추모 페스티벌’ 여는 정태진 대표

  • 입력 2009년 3월 24일 03시 04분


홍콩영화만 수입-배급 17년 한우물

“해피투게더 무삭제 개봉 恨 풀었죠”

2003년 4월 1일. 배우 장궈룽(張國榮)의 자살 소식은 만우절 거짓말 같았다.

그 후로 6년. 고인을 기리는 ‘장국영 메모리얼 필름 페스티벌’이 27일부터 4월 23일까지 서울 종로구 허리우드극장과 서대문구 드림시네마에서 열린다.

이 기간 ‘해피 투게더’를 무삭제판으로 선보이는 것을 비롯해 ‘아비정전’ ‘야반가성’ ‘백발마녀전’ 등 유작이 잇달아 상영된다. 기일인 4월 1일 오후 6시 반에는 추모제를 비롯해 친필 사인이 담긴 포스터 경매가 열린다.

이 추모행사는 영화사 모인그룹 정태진 대표(60)가 이끌고 있다. 20일 오전 찾아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사무실은 마치 홍콩영화 박물관을 연상시켰다. 고인의 사인이 있는 오리지널 영화 포스터와 배우들의 사진, 기념품들이 널려있었다. 그중 2000년 장궈룽과 정 대표가 찍은 스냅사진이 눈에 띄었다.

“영화 ‘색정남녀’에 기획으로 참여하면서 그를 처음 만났죠. 첫 느낌은 뭐랄까, 조용하고 항상 생각하는 배우? 항상 사람들이 우러러보는 위치에 있으면서 카메라가 돌아가지 않을 땐 인간적인 사람으로 돌아와요. 그게 죽은 지 6년이 돼도 그를 그리워하는 이유 아닐까요.”

그는 ‘전선야곡’을 부른 가수 아버지 신세영(본명 정정수) 씨의 영향을 받아 음악을 공부하러 1969년 미국으로 갔다. 하지만 그곳에서 신상옥 감독을 만나 음악 대신 영화로 옮겼다(1992년). 류더화(劉德華) 주연의 ‘극도추정’을 수입하며 홍콩 영화와 인연을 맺은 뒤 ‘태극권’ ‘영웅’ ‘정무문’ ‘첨밀밀’을 수입 배급하는 데 참여했다.

정 대표는 “홍콩영화를 처음 봤을 때 이렇게 유치한 게 무슨 영화냐고 생각했다”면서도 “그럼에도 홍콩영화만 해온 걸 보면 운명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왕자웨이(王家衛) 감독의 국내 에이전트를 맡은 그는 ‘해피 투게더’(1997년)의 공동제작자로 이름을 올렸다. “촬영을 위해 부에노스아이레스까지 가며 공을 들였는데 한국에서 동성애 장면을 이유로 수입 불가 판정이 나더군요. 그때 왕 감독의 첫마디가 ‘거짓말이지?’였어요.”

정 대표는 이번에 무삭제 개봉을 하는 것에 대해 “이제야 한을 풀었다. 왕 감독이 축전까지 보내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페스티벌을 준비하면서 1억여 원을 들였다. 이것저것 따져봐도 수익이 나지 않는 일이다. 그래도 그가 홍콩영화를 고집하는 건 이유가 있다.

“영화는 돌고 도는 패션과 같아요. 홍콩영화가 한물 갔다고 했지만 ‘적벽대전’ 터지는 거 봐요. 무엇보다 홍콩영화엔 할리우드 영화가 가질 수 없는 친숙함이 있어요. 게다가 리샤오룽(李小龍) 리롄제(李連杰) 저우룬파(周潤發) 장궈룽 등에 울고 웃었던 적 없는 사람이 있습니까. 전 홍콩영화가 가진 힘을 믿어요.” 02-790-6930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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