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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만나는 시]본보 연재 마치는 반칠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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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만나는 시]본보 연재 마치는 반칠환 시인

입력 2007-12-28 02:57수정 2009-09-25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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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바탕 즐겁게 놀았습니다. 행복했습니다. 시를 읽는 게 얼마나 삶을 생기 있고 풍요롭게 하는지 잊지 마세요.” 4년이 넘었다. 2003년 9월 1일부터 본보에 연재한 ‘이 아침에 만나는 시’. 일주일에 한 번꼴로 독자들의 아침 머리맡을 찾아갔다. 머리 지끈거리는 뉴스의 홍수 속에서 맑은 시 한 편은 시원한 자리끼처럼 상쾌했다.》

시를 소개한 반칠환(43) 시인에게도 그랬다. 물론 녹록지 않았다. 주당 최소 30∼40권의 시집을 들춰 봐야 했다. 하지만 평생 연인인 시를 맛보고 고르고 평(評)하는 시간. 켜켜이 쌓여 가는 행복이었다.

그러나 시인은 안다. 그 행복, 넘치지 않아야 소중한 것을. 52개월 동안 독자들의 마음을 감싸던 ‘이 아침에 만나는 시’가 오늘 마침표를 찍는다. 반 시인은 “시가 마음속에 숨쉬는 한 진짜 출발은 이제부터”라고 말했다.

―작품활동을 하는 시인이 신문을 통해 시를 전하는 일이 쉽지 않았을 텐데….

“세밑을 마무리하며 김동환 시인의 ‘북청 물장수’란 시를 꺼내 읽었다. ‘새벽마다 고요히 꿈길을 밟고 와서/머리맡에 찬물을 쏴 퍼붓고는/그만 가슴을 디디면서 멀리 사라지는/북청 물장수.’ 4년여, 북청 물장수가 된 기분이었다. 새벽마다 떠온 그 물은 목마른 이에게 얼마나 달 것인가. 아침 신문에서 접한 좋은 시 한 편이 세상을 감칠 나게 해 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물 한 동이를 긷는 마음으로 시를 소개했다.”

―연재 중 가장 즐거웠던 때를 꼽으면….

“물장수니 역시 좋은 물을 길었을 때다(웃음). 맑고 청량한 시를 찾아내 독자들의 아침에 잘 전했구나 싶을 때가 가장 즐거웠다. 또 하나 기뻤던 건 세상에 좋은 시가 무척 많다는 거였다. 보석 같은 시가 넘쳤다.”

―시 선정을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 하는 독자가 많았다.

“처음 연재 때는 서점의 시 코너에서 살다시피 했다. 한 보따리씩 구입해 이고 가곤 했다. 연재가 자리를 잡은 뒤론 시집을 보내 주신 분이 많다. 선정 원칙은 간단했다. 문예지의 잣대를 치우고 독자와 소통(疏通)할 시를 고르려 했다. 소통이 없으면 감동도 없으니까. 아침 식전부터 난해한 시로 독자들이 시를 두려워하게 만들고 싶진 않았다.”

―‘이 아침에…’는 독자의 반응이 꾸준했다. 기억에 남는 독자들이 있는가.

“딱히 누구라기보다는 동네 청과물 파는 아주머니, 식당일 하는 아저씨들이 모두 기억에 남는다. 얼핏 시를 모르고 살 것 같은 이들이 ‘소개한 시가 참 좋다’고 말할 땐 가슴 뭉클하기도 했다. 작법 따위는 몰라도 그냥 시가 좋다는 독자들이 가장 고맙다.”

―앞으로의 계획을 말해 달라. 독자들을 위한 세밑 덕담도….

“요즘 생태에 관심이 많다. 최근 ‘서울숲연구소’에서 7개월간 숲 해설가 과정을 이수했다. 숲을 배워 그걸 시로 써 보고 싶다. 문학과 생태를 접목한 강의도 계획 중이다. 짧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이 아침에…’를 통해 시를 읽는 이가 늘었다면 고마운 일이다. 시는 어렵지 않다. 시로 인해 여유로워지는 삶을 맞으시길.”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반칠환 시인

1964년 충북 청주 출생. 청남초교, 중앙대 문예창작과 졸업. 199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등단. 2002년 서라벌문학상 수상. 시집 ‘뜰채로 죽은 별을 건지는 사랑’ ‘웃음의 힘’, 시선집 ‘누나야’, 동화집 ‘하늘 궁전의 비밀’ ‘지킴이는 뭘 지키지?’ 등.

하나님 놀다가세요

하나님 거기서 화내며 잔뜩 부어 있지 마세요

오늘따라 뭉게구름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들판은 파랑물이 들고

염소들은 한가로이 풀을 뜯는데

정 그렇다면 하나님 이쪽으로 내려오세요

풀 뜯고 노는 염소들과 섞이세요

염소들의 살랑살랑 나부끼는 거룩한 수염이랑

살랑살랑 나부끼는 뿔이랑

옷 하얗게 입고

어쩌면 하나님 당신하고 하도 닮아서

누가 염소인지 하나님인지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할 거예요

놀다 가세요 뿔도 서로 부딪치세요.

한없이 유쾌하고 천진난만한 시다. 누가 하나님을 이렇게 허물없고 가까운 존재로 호명할 수 있겠는가. 하나님더러 염소와 뿔 치기를 하라지 않는가. 염소와 섞이는 인간적인 하나님은 얼마나 우리를 안심시키는가. 누가 염소인지, 하나님인지 모를 지경이라면 우리는 우리의 이웃을 어떻게 대해야 하겠는가. 마주치는 세상 만물이 하나님의 현현이 아니겠는가. 신현정 시인은 우리 시단에서 매우 독특한, 주목할 만한 시 세계를 갖고 있는 시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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