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맨밴드 1인12역 ‘괴력’…신작 앨범 3장 발표한 전영진

  • 입력 2007년 9월 6일 03시 02분


코멘트
작사, 작곡, 연주, 편곡, 믹싱 등 1인 12역을 담당한 1집 ‘올 인 원(All-in-one)’을 발표한 원맨밴드 전영진 씨. 그의 개인 작업실에는 앨범 곡 연주에 쓰인 악기가 나란히 놓여 있다.
작사, 작곡, 연주, 편곡, 믹싱 등 1인 12역을 담당한 1집 ‘올 인 원(All-in-one)’을 발표한 원맨밴드 전영진 씨. 그의 개인 작업실에는 앨범 곡 연주에 쓰인 악기가 나란히 놓여 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위치한 가수 전영진의 사무실. 비좁게 자리한 모니터 두 대를 켜니 가상의 드럼 이미지와 신시사이저가 펼쳐진다. 예사롭지 않은 기타와 베이스 연주가 이어지고 익숙한 손놀림으로 컴퓨터 키보드와 건반을 오가니 그럴듯한 연주가 방안을 울린다.

그룹 ‘얼바노’ 출신의 그는 작사, 작곡, 편곡, 보컬, 코러스, 랩, 기타, 베이스, 키드럼, 녹음, 프로듀싱, 엔지니어링 등 1인 12역을 하는 이른바 ‘원맨밴드’. 표지 디자인 작업을 제외하고 ‘가내 수공업’ 형태로 모든 작업을 자급자족하는 그는 최근 1집 ‘올 인 원(All-in-One)’을 발매했다. 음반 뒤표지를 장식하는 크레딧에는 ‘Written, composed, vocal, performed by 전영진’이 새겨져 있다.

○ 제작비 줄고 창작 과정에 장애물 없어

홍대 인디밴드 출신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처럼 제작비 절감을 위해 원맨밴드를 택한 생계형부터 ‘무릎팍 도사’에 출연하며 원맨밴드를 하나의 브랜드로 내세운 ‘올라이즈밴드’까지 이젠 ‘싱어송 라이터’가 주목받던 시대는 지났다. 1970년대를 풍미했던 ‘원맨밴드’의 원조인 김수철이 모든 악기를 실제 연주했다면 돌아온 ‘신(新)원맨밴드’는 다르다. 전영진처럼 컴퓨터 미디시스템의 힘을 빌려 녹음, 엔지니어링 등 음악의 모든 작업을 혼자 해결하는 것.

우선 신 원맨밴드는 ‘고비용 고위험’의 음반 제작비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이진원은 “음반을 만드는 데 보통 6000만 원에서 1억 원이 넘게 드는데 그 돈 들여 음반을 만든다고 해도 성공한다는 법이 어디 있느냐”며 “비록 음반의 질은 떨어져도 비용은 10분의 1도 안 들기 때문에 혼자 작업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매번 1000장 이내로 소량 생산한 음반에 번호를 매긴다. 음반을 유통사에 맡기면 그나마 남길 수 있는 판매마진조차 없기 때문에 홈페이지를 통해 직접 주문을 받아 고객들에게 배달한다. 이제까지 석 장의 정규 음반을 발표했으며 최근엔 싱글 음반도 발표했다.

○ “대중음악의 새로운 생산방식” “진정한 밴드 아니다”

무엇보다 원맨밴드는 창작자의 시각에서 제작자의 입김 없이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전영진은 “타이거 우즈의 팔과 호나우두의 다리를 모아 놔도 유기적인 조합이 이뤄지지 않으면 소용없듯이 최고의 연주자들이 있다고 해도 곡이 프로듀서의 의도대로 표현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창작자의 머릿속에서는 작곡 연주 보컬 등 모든 과정의 조율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당연히 음반 작업을 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줄어든다.

음악평론가 박은석 씨도 “뮤지션이 상상할 수 있는 것을 왜곡되지 않게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중가요의 새로운 생산 방식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아무리 창작의 길이 고독하다고 해도 음악은 기본적으로 공동작업. 더구나 기계에 의존해 특별한 연주능력이 요구되지 않는 ‘신원맨밴드’를 진정한 밴드로 볼 수 있느냐는 지적도 있다. 가수 김수철은 “모든 악기를 실제로 연주할 줄 아는 게 밴드의 기본적인 요건 아닌가”라며 “기계를 조작해 만드는 음악을 과연 밴드음악이라 부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