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안 DNA는 온통 영화인가봐”

  • 입력 2007년 8월 27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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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머니는 죽지 않는다’를 만든 ‘영화 가족’ 삼부자. 오른쪽부터 하명중 감독, 작은아들 준원 씨, 큰아들 상원 씨.
영화 ‘어머니는 죽지 않는다’를 만든 ‘영화 가족’ 삼부자. 오른쪽부터 하명중 감독, 작은아들 준원 씨, 큰아들 상원 씨.
영화 ‘어머니는죽지않는다’ 하명중 감독-큰아들 배우-작은아들 프로듀서

아버지는 17년 만에 다시 메가폰을 잡았다. 그런 아버지를 위해 두 아들이 나섰다. 영화 ‘어머니는 죽지 않는다’(9월 13일 개봉)는 1970년대 인기배우였던 하명중(60) 감독이 1990년 ‘혼자 도는 바람개비’ 이후 오랜만에 만든, 두 아들과 함께 만든 ‘삼부자’의 작품이다.

이 영화는 작가 최호와 그의 어머니(한혜숙)의 이야기. 홀어머니와 친구처럼 애인처럼 지내던 최호가 어머니를 떠났다가 오래 뒤 재회하고, 늙어서 죽은 어머니를 추억하는 과정을 그렸으며 작가 최인호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하 감독이 시나리오와 연출, 나이 든 최호 역을 맡았고 젊은 최호를 큰아들 상원(34·경희대 연극영화과 겸임교수) 씨가, 프로듀서는 작은아들 준원(31) 씨가 맡았다. 하 감독 집안은 원래 유명한 ‘영화 가족’이다. 하 감독의 친형은 ‘바보들의 행진’ 등 7편의 영화로 한국 영화사에 큰 족적을 남기고 떠난 하길종 감독이다.

아들의 연기를 평가해 달라는 말에 하 감독의 얼굴에 화색이 돈다. “이게 힘든 역인데 너무 잘했어요. 대학 시절 연극할 때부터 빼어나게 잘한다고 생각했지.” 옆에 있던 상원 씨는 “어머니가 ‘그렇게 얘기하면 본전도 못 찾는다’고 충고했는데 저러신다”며 쑥스러워했다. 반면 하 감독 자신의 연기는? “못하겠더라고. NG를 너무 많이 내 미안해서 혼났어.”

영화 촬영 현장에선 빨리 찍으려는 프로듀서와 완벽을 기하고 싶은 감독이 항상 충돌하기 마련이다. 부자간엔 어땠을까. “아이고, 얼마나 쪼아댔는지. 다른 사람이면 다투기라도 하는데 아들이니까 창피하잖아요.”(하 감독)

영화는 중장년층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겠지만 젊은 관객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그러나 하 감독은 ‘어머니는 외롭다고 비명을 질렀지만 나는 듣지 못했다’는 원작의 구절을 인용하며 “모든 사람의 뿌리는 어머니고, 누구나 커서 어머니에게서 독립하는 과정을 겪기 때문에 젊은 사람들도 공감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계속 ‘소통’을 강조했다. 영화계에서도 우리 사회에서도, 세대 간에 소통이 잘 안되고 있다면서.

“해보니까 연출이 만만치 않습디다. 지난 17년 동안 수업을 했어요. 시나리오 쓰는 것만 3년을 공부했죠.”

1973년 대종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다음 날, ‘이거 큰일 났다’며 대사 공부하러 전문가를 찾았다는 그답다. “어제 상 탄 사람이 날 놀리냐”는 전문가의 말에 “나는 순 가짜”라고 했다는 하 감독은 아직도 영화를 끊임없이 공부하는 ‘젊은 감독’이다. 그의 소통 능력은 거기서 나온다.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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