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구서만 남긴 5400만 달러 ‘바지 소송’ 美 한인부부에 6만4000달러 후원 손길

  • 입력 2007년 7월 26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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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00만 달러라는 배상액은 피했지만 남은 것은 8만 달러의 변호사 비용.’

미국 워싱턴에서 세탁업을 하는 정진남(60) 송수연(56) 씨 부부. 현직 판사가 맡긴 양복바지가 없어졌다는 이유로 2005년 시작된 코미디 같은 ‘바지 소송’에서 승리했지만 남은 것은 두툼한 청구서였다.

그러나 정 씨 부부에게 힘이 돼 온 ‘무명의 미국인’들이 그들에게 다시 힘이 되어 줬다.

24일 워싱턴 시내 미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소송비용 모금 행사에는 전국에서 150여 명이 참석했고 6만4000달러가 모금됐다.

이번 행사는 미 상공회의소 법률개혁협회가 도움을 주었다. 행사에서 이 협회의 리사 리카드 회장은 “정 씨 부부가 아메리칸드림을 성취해 왔지만 한 차례의 소송 홍역을 치르면서 모든 게 멈춰 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느닷없는 거액 소송에 휘말릴 걱정 없이) 자유롭게 기업 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제도의 마련이 필요하다는 점을 이번 사례가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고 말했다.

미국은 기업의 잘못으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면 구체적 피해액보다 훨씬 큰 배상금을 물도록 하는 ‘징벌적 배상’ 제도가 정착돼 있다. 이에 대해 재계는 끊임없이 소송제도의 개혁을 요구해 왔다.

정 씨는 행사장에서 “알지도 못하는 타 지역 미국인들이 카드와 편지를 보내와 힘내라고 격려해 줬다. 도와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정 씨의 소송대리인인 크리스 매닝 변호사는 “여러분의 도움이 없었다면 정 씨 부부는 파산 신세를 면치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장 한쪽에는 소송을 냈던 로이 피어슨(58) 변호사가 잃어버렸다고 주장했던 ‘문제의 바지’가 전시됐다. 몇몇 참석자는 이 바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도 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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