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현지 시간) 베를린의 필름 팔라스트 극장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디터 코슬릭 영화제집행위원장으로부터 트로피를 받아 든 임 감독은 “수난과 질곡으로 점철된 한국인의 삶과 우리 고유의 문화적 개성을 담아 세계적 보편성을 얻고자 했고, 아름다운 한국의 문화유산을 세계인들과 공유하고 싶었다. 그것이 나의 영화 인생이다”라고 말해 관객들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임 감독은 1982년 명예황금곰상이 제정된 이래 첫 아시아권 수상자. 지금까지 로버트 알트먼, 엘리아 카잔, 빌리 와일더 등의 감독과 배우 커크 더글러스, 카트린 드뇌브, 소피아 로렌 등이 이 상을 받았다.
시상식에서 영화 역사학자 울리히 그레고는 임 감독에 대해 “프랑스의 장 르누아르나 미국의 존 포드 감독에 비길 만한 인물”이라고 소개한 뒤 “임 감독의 영화세계는 양과 질의 면에서 무척 새롭고 ‘처음 발견된 대륙’이라 할 만하다”고 그의 영화사적 위치를 평가했다.
지난해 생애 99번째 작품인 ‘하류인생’을 내놓았던 임 감독은 이날 “주변에서 하도 100번째 영화가 무엇인지에 관심을 가져 정신적으로 몹시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했고, 코슬릭 위원장은 “150편을 만들 때까지 행운이 있길 빈다”고 화답했다.
10일부터 20일까지 열리는 이번 베를린영화제에는 임 감독이 직접 고른 ‘길소뜸’ ‘춘향전’ ‘왕십리’ ‘족보’ 등 그의 대표작 7편이 특별회고전 형식으로 선보이고 있다.
영화제가 끝난 후에도 ‘서편제’ ‘축제’ 등 임 감독의 작품 20편이 내달 말까지 베를린의 아르제날 극장에서 특별 상영된다.
베를린=심영섭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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